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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Oct 04. 2023

나는 나에게 그만 엄격해지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는 법

긴 추석 연휴에 논문을 쓰다

술 먹자는 친구의 요청에 거절하지 못했다

간단한 술자리가 한잔 두 잔 기울어지고

결국 소주 한잔의 홀짝임은 이미 주량을

넘어서고 있었다.


긴긴 새벽을 지나 집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뻗어버렸다

다음날 지끈한 머리가 망치로 두드리것 같다

이 무기력함

세상에서 제일 싫은 무기력이 다시 시작되었다

청량한 파란 하늘을 이 날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혐오스럽다

수치심이 미친 듯이 내 마음을 찌르고 찌른다


술 먹은 것은 결국 나의 선택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한다

왜 나는 이럴까를 자책하다

그 사람을 만나고 있었을 때, 술을 먹고 숙취에 시달렸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나는 이기지도 못한 술을 먹었고 그 이기지 못한 술은 그 당시 자리에서

험한 나의 비난의 마음과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받지 못한다는 비참함에 그 사람에게 험담을 했다

그다음 날 나는 또다시 후회했다


왜 그랬을까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한 약속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이기지 못한 술을 마셨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서 오늘 하루는 진탕 놀겠다는

마음도 없는데 감정을 해소하고자 들이켰던 술은

나를 비난하고 할퀴고 그것을 상대에게 외쳤다

나의 비난을 멈추게 당신이 더 나를 알아주고 사랑해 달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항상 엄격했다

무언가 내가 원하는 기준이 넘어서지 못했을 때

괜찮다는 없었다. 부족하다 느끼고 더 부족하다 느끼고 남들은 당연히 해낼 수 있는걸 나 혼자 해내지 못하는 바보처럼 느꼈다


그래서 원하는 않는 감정으로 술을 먹으면 주체할 수 없이 비난과 수치심이 쏟아졌다


나는 나의 엄격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항상 칭찬만 해주기로 했다

잘하지 못해도 그저 그래도 지금은 여기까지여도

괜찮아라고.


괜찮아는 나에게 나약함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멈출까 봐 이대로 그만하고 또다시 도망갈까 봐

더 달려야 한다고 항상 한 발씩 앞에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당신이 나에게 한 그 말 한마디

너는 너 자신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사람이잖아

이 말이 , 나의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예전이면 이 말이 나에게 좋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그 말이 너무 아프고 내 마음의 상처를

만든다


나는 나에게 그만 엄격 해지기로 했다

나는 나와한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나를 제일 소중하고 귀하게 누구보다 아름답게

가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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