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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Mar 06. 2017

사랑의 맛

딸기가 너무해



곳곳에 달콤함이 가득하다. 

사랑의 크기를 달콤함의 척도로 표현하고자 하는지 거리에 온통 단 음식들이 가득하다. 특히나 새하얀 크림 위에 올린 빨간 딸기야 말로 사랑을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순수하고 포근한 마음과 붉게 타오르는 정열과 같은 사랑, 색채 대비로도 사랑을 나타내기 딱 좋은데 맛까지 부드럽고 달콤하니 이렇게 완벽한 사랑의 음식이 어디 또 있을까.


순수하고 정렬적인 사랑의 맛은 진짜 달콤할까




그 때문일까. 밸런타인 데이까지 있어 사랑의 달콤함을 피할 수 없는 2월에는 딸기 디저트를 테마로 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거리에 붙은 행사 안내 포스터와 SNS에서 올라오는 인증샷들을 보며 이것을 먹는 사람들 중 과연 몇이나 그 달콤함을 즐기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과일이라면 제 돈 주고 사 먹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도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서 기꺼이 딸기 크림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속이 느끼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고춧가루를 팍 푼 시원한 잔치국수에 소주를 한잔 들이켤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사랑하는 이의 입가의 크림만 봐도 행복할 것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아마 딸기 크림 맛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그 달콤함.




내가 크림 딸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남편에겐 다행일까? 억지로 딸기 디저트를 먹으러 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겠지만 남편 역시 사랑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맛이 있다.

내가 기분이 울적할 때면 남편은 나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이름 하야 “카페 갈래” 카드. 커피를 검은 물이라 여기는 남편에게 카페란 만남을 위해 기다리는 장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가는 것도,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반면 나는 때때로 맛있기로 유명한 카페의 커피 향을 맡고 싶기도 하다. 또 가끔 하염없이 창 밖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아 카페에 가고 싶다. 카페에 관해서라면 공통점을 찾을 수 없기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곳으로, 남편은 약속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런 취향 때문에 남편이 “카페 갈래”라고 묻는 건 지금은 자신보다 나를 더 생각하겠다는 표현이었다. 

나를 위해 기꺼이 달갑지 않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주겠다는 것, 그것이 아마 사랑일 것이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어 실제로 카페에 간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도 기꺼이 따라나서도 커피를 냉수 들이켜듯 마시고 뭘 해야 할지 몰라하는 모습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에게 사랑의 맛이란 쓴 커피 맛이었고 

나에게 사랑의 맛이란 그런 남편을 위해 집에서 타 먹는 믹스커피 맛이었다. 


지금 당신의 사랑의 맛은 무엇인가요?




사랑의 맛이 늘 달콤하지만은 않다. 

누군가에겐 쓰기도, 지독히 맵기도 하다. 

오늘도 그 괴로운 사랑의 맛을 잘 참고 삼킨 위대한 사랑에 박수를. 

이번 주도 딸기 뷔페를 가야 하는 그들에게 힘을.





글_ 박진희 

그림_ 김현주

 

당신과 내가 함께 사는 세상 속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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