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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Mar 07. 2017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 없어



남편은 만성비염환자다. 재채기를 연달아 10번 정도 하거나 앉은자리에서 휴지 한 통을 다 쓸 정도로 코를 풀기도 한다. 숨쉬기가 힘들어 가끔 굉장히 지쳐있기도 한다. 비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 중 가장 이해 불가한 소리가 있다. 혀뿌리로 비강을 막고 코 뒤로 킁킁 숨을 들이마신 후 혀뿌리가 있는 근육을 이용해 무언가 떼내려는 듯 킁킁거리며 침을 삼키는 소리였다. 그냥 시원하게 가래를 퉷 하고 뱉으면 아픈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시원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똑같이 나도 내고 말았다. 일교차가 심해지자 감기에 걸린 게 원인이었다. 쉴 새 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기침, 꽉 막힌 코, 가래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뭔가 낀 듯 답답한 목구멍, 이런 숨 막히는 고통을 겪으니 평소에 얼마나 편히 숨 쉬며 살았는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코와 목 사이에 무언가 들러붙은 기분이지만 무슨 수를 써도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침조차 삼키기 어려웠던 것이 고통스러웠다. 불편하고 괴롭다 보니 남편이 냈던 그 특이한 소리를 나 역시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동안 타박했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미안함을 전하고자 방에 있는 남편을 불렀다. 허리가 아프다며 무릎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허리도 반밖에 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평소 요통이 없던 그는 걸을 때마다 통증이 일어나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겁이 난다고 말했다.


나는 허리 쪽 척추에 병이 있어서 꾸준히 하는 스트레칭이 있다.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조금 편할지를 마치 본능적으로 알 듯 익히고 있었다. 나만의 스트레칭과 마사지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조금은 편안해진 남편은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곤 기침에 좋다며 도라지와 모과 등을 넣고 푹 끓인 차를 건네며 우리의 병이 서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숨쉬기가 불편하고 침 삼키기가 어려우니 생활하기가 굉장히 불편하네. 
특히 그 꼴깍 소리를 안 낼 수가 없더라. 전에 그런 소리 낸다고 타박해서 미안해.


허리가 아픈 게 이렇게 괴로운 건지 몰랐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렇게 아프다면 얼마나 힘들지 이제 알겠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미안해.



우리는 지난날들의 말과 생각에 대해 서로 사과했다. 입장을 바꿔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들을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는 상대방을 이해하려 해도 가슴은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던가. 겪어보지 않고선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다 겪어볼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한 소통의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면 그저 모든 행동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어주는 수밖에...



우린 친구지만 완전히 상대방의 입장이 될 수가 없어요. 인정하고 노력하는 수밖에요.




글_ 박진희 

그림_ 김현주

 

당신과 내가 함께 사는 세상 속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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