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만성비염환자다. 재채기를 연달아 10번 정도 하거나 앉은자리에서 휴지 한 통을 다 쓸 정도로 코를 풀기도 한다. 숨쉬기가 힘들어 가끔 굉장히 지쳐있기도 한다. 비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 중 가장 이해 불가한 소리가 있다. 혀뿌리로 비강을 막고 코 뒤로 킁킁 숨을 들이마신 후 혀뿌리가 있는 근육을 이용해 무언가 떼내려는 듯 킁킁거리며 침을 삼키는 소리였다. 그냥 시원하게 가래를 퉷 하고 뱉으면 아픈 사람도 듣는 사람도 시원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똑같이 나도 내고 말았다. 일교차가 심해지자 감기에 걸린 게 원인이었다. 쉴 새 없이 나오는 재채기와 기침, 꽉 막힌 코, 가래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뭔가 낀 듯 답답한 목구멍, 이런 숨 막히는 고통을 겪으니 평소에 얼마나 편히 숨 쉬며 살았는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코와 목 사이에 무언가 들러붙은 기분이지만 무슨 수를 써도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침조차 삼키기 어려웠던 것이 고통스러웠다. 불편하고 괴롭다 보니 남편이 냈던 그 특이한 소리를 나 역시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동안 타박했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미안함을 전하고자 방에 있는 남편을 불렀다. 허리가 아프다며 무릎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허리도 반밖에 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평소 요통이 없던 그는 걸을 때마다 통증이 일어나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겁이 난다고 말했다.
나는 허리 쪽 척추에 병이 있어서 꾸준히 하는 스트레칭이 있다.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조금 편할지를 마치 본능적으로 알 듯 익히고 있었다. 나만의 스트레칭과 마사지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조금은 편안해진 남편은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곤 기침에 좋다며 도라지와 모과 등을 넣고 푹 끓인 차를 건네며 우리의 병이 서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숨쉬기가 불편하고 침 삼키기가 어려우니 생활하기가 굉장히 불편하네.
특히 그 꼴깍 소리를 안 낼 수가 없더라. 전에 그런 소리 낸다고 타박해서 미안해.
허리가 아픈 게 이렇게 괴로운 건지 몰랐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렇게 아프다면 얼마나 힘들지 이제 알겠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미안해.
우리는 지난날들의 말과 생각에 대해 서로 사과했다. 입장을 바꿔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들을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는 상대방을 이해하려 해도 가슴은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들이 얼마나 많던가. 겪어보지 않고선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다 겪어볼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한 소통의 세계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면 그저 모든 행동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믿어주는 수밖에...
글_ 박진희
그림_ 김현주
당신과 내가 함께 사는 세상 속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