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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Nov 27. 2020

코로나가 빼앗아 간 작은 기쁨

다시금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며 불안해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이렇게 바꿔놓을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꽤 오랜 시간 동안 일상에 파고들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책방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우선 손님들과의 대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전에는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방 공간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슬그머니 다가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듯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었다. 천장 장식을 보며 “이런 장식은 어디서 구했을까?”하고 궁금해하면 “아 이거 30년 전 리모델링할 때 만들어놓은 것 그대로 사용한 거예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책 쓴 작가 전에 책이 뭐지?”하고 궁금해하면 그 책을 들고 “이 책을 찾으셨지요?”하고 보여드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대화나 작은 교류가 많이 줄었다.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너무 가까운 거리를 갖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이렇게 궁금함을 남긴 채 혼자 책방을 꼼꼼히 둘러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그러나 끝내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는데, 바로 어린이들이 찾아왔을 때이다. 책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엄마 빨리 나가자”를 외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재밌게 책을 한 권 읽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특히나 엄마의 시선이 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경우는 더욱더 안타깝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 제가 봐드려도 될까요? 그동안 편히 책 보세요”라며 말을 건네면 너무나 반갑고 고마워하며 책방을 둘러보셨다. 그 사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그림책을 하나 꺼내 읽어줬다. 똘망똘망한 눈을 뜨고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책방에 자주 들낙거려야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때로 아이들이 많이 앉아있을 때 한 명에게 책을 읽어주면 그 주변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도 하다. 혼자 읽는 재미도 있지만 같이 읽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그렇게 4-5명의 아이들이 책 읽어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책방 하는 작은 기쁨 얻곤 했다. 이 소소한 행복을 코로나로 인해 나누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쉽다.


2020년이 거의 마무리되어간다. 올해의 끝자락에서도 코로나 걱정을 하며 지낼 줄은 몰랐지만, 다가오는 내년에는 이 걱정을 끝내고 좀 더 다정하게 책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해본다. 내년에는 아이들과 마주 보고 앉아 큰 액션을 취해가며 책을 읽어주는 재미있는 책방지기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코로나가 빼앗아 간 작은 기쁨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시 그날을 위해 모두의 안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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