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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Jun 16. 2022

두근두근... 출판으로 가는 길(3)

출판사 대표님이 보자고 하신다

출판사 대표님이 한번 보자고 하셨다. ‘유럽 골목길 드로잉 여행’ 비슷한 제목으로 여기저기 투고하면서 퇴짜를 맞고 있을 때였다. 나름대로 비슷한 계열의 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를 골라 투고를 하고 있었다.


대답은 ‘이미 비슷한 컨셉으로 계획하고 있어 출판이 어렵다’는 완곡한 거절이 있었고 대답조차 해주지 않는 곳도 많았다. 두 곳에서는 ‘자비출판’과 ‘반반 부담 출판’을 제의받았다.  


글을 쓰는 것은 자유였지만 자비출판은 집안의 경제권을 이미 오래전에 상실한 나에게는 처음부터 없던 선택지였다. 이런 지경이었으니 출판사 대표님이 보자는 데 어찌 흥분이 되지 않았겠는가. 그게 벌써 일 년 전 일이 되어 버렸다.


글을 다루는 일을 하셔서 그런가. 어쩐지 예술가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대표님이 마음에 들었다. 서글한 눈매에 적당한 웨이브의 머리카락이 보기 좋았다. 제일 궁금한 질문부터 하게 되었다.(내가 원래 참을성이 없고 급한 성격이다)


“원고를 다 읽어 보신 거죠? 읽을만 하던가요?”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신다. (어느 부분이? 물어보고 싶은  참았다) 다행이다. 내가 수정에 동의한다고 하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서로 생각이 맞으면 계약을 하자고 하신다.(이렇게 갑자기!) 걱정이 앞선다.(망하면 어쩌지)


대표님의 생각은 이렇다고 했다.


” 일단 이탈리아 이야기에만 집중합시다.

다른 유럽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여행 이야기 아닌 것도 섞여있으니 산만한 느낌이 듭니다. 아깝지만 쫙 빼버리고 이탈리아에 집중해 봅시다. 문제는 다른 이야기를 빼고 나니 이탈리아 이야기가 부족합니다.

5 꼭지 정도 더 써서 20 꼭지 만들어봅시다.

에세이로만 채우지 말고 작가님이 그림도 그리시니 추천 관광지를 예쁜 아이콘으로 그려서 심플한 지도를 만들어 넣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풍경그림+에세이+그림지도로 예쁜 책을 만들어 봅시다.”


우리의 주 고객은 30-40대 여성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좋아할 만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하신다.

‘오호, 역시 전문가라 다르군’ 매우 감탄하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역시 귀가 얇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동의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신 대표님과 나도 모르게 ‘동의’를 하면서 일단 계약이 성사되었다.


출판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데, 게다가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게 되었는데 이런 책을 만들어도 되냐구. 망하면 어쩌냐구 물어보니 걱정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 낫다고 하신다.(매우 긍정적인 마인드. 마음에 든다)


부랴부랴 다섯 꼭지의 글과 그림을 끝내야 했다. 그중 하나가 ‘산 마리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진작에 쓰고 싶었지만 이리저리 궁리만 하다가 포기한 곳이었다. 이제 반드시 써야 할 이유가 생겼다. 신기하다. 그동안 안 떠오르던 소재가 갑자기 떠올라서 하루 저녁만에 끝냈다. 마감시간이 작가의 동력원이라더니, 이것도 그거 비슷한 건가?




대표님과의 만남이 벌써 일 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일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이 년이 넘어 갔다. 여행은 아직 요원한 상태였고 출판 시기는 더 미루어졌다. 남는 시간 덕분에 원고는 조금 더 다듬어졌다. 대표님이 공모에 지원을 해보자고 하셨다.(허억, 공모라니)

 대표님 주문에 따라 나는 원고에 좀 더 공을 드리고, 대표님은 출판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우수 콘텐츠 사업에 지원을 신청했다. 이미 한번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출간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생각하면서 까맣게 잊고 ‘본캐’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좋은 일이 생겼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출판진흥원에서 11월까지 출간한다는 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출판비용을 보조받게 된 것이다. 대표님은 금전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고, 나는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원고를 들여다보면서 오탈자도 잡아내고 그림도 조금 더 그려보면서 대표님의 다음 미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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