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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Jul 06. 2022

두근두근...출간으로 가는 길(4)

책읽기의 즐거움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 김혜지 작가

거 참 이상하네.

여기저기 눈동냥으로 본 이야기들로는 편집자와 수차례 만나거나 최소한 꽤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고서야, 책이 책다워진다고 했는데.

나의 편집자님은 공모에 당선되어 기분 좋다는 카톡 외에 별다른 반응이 없으시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초고를 출력하여 눈이 빨개지도록 오탈자를 찾아본다, 프롤로그를 고쳐 본다 하며 부산을 피우고 있다. 나는 이렇게 의욕에 넘쳐 자기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데 반해, 나의 편집자님은 그 이후 감감무소식이시다.


“내가 먼저 연락해볼까?” 며칠 전 저녁을 먹다가 아내에게 물어보니 모양빠진단다. 엉덩이 들썩거리지 말고 무심한 척하면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원래 아내 말을 무척 잘 듣는 편인지라 일단은 따르기로 했다. 아내는 써놓은 글이나 한번 더 보면서 고쳐보라는데, 내가 쓴 글을 고치는 게 쉽지 않다. 이리저리 고쳐봤다가 결국엔 다시 제자리.


‘아니지. 이 글로 공모에 당선되었는데 너무 고치면 규정 위반 아닌가?’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사라진다.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개운한 마음이 아니다. 뭔가를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나에게 제일 먼저 기쁜 소식을 알려주신 브런치 작가님이 쓰신 ‘이탈리아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있다. 코로나 이전의 삶과 코로나로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을 담담하게 기록한 책이다.


아마 코로나가 오지 않았다면 바쁜 생활에 종종거리면서 이런 ‘기록’을 남기지 못했을지 모른다. 부부가  함께 미래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두고두고 미루어 두었던 둘만의 여행을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단단한 마음’을 갖지 못했을지 모른다.


내용도 좋았지만 책의 표지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진을 스윽하고 그려봤더니 그림도 역시 쏘옥 마음에 든다. 왜 베네치아 갔을 때는 이런 근사한 사진을 찍지 못했을까. 흡족한 마음에 이 그림도 책에 넣고 싶어졌다. 이 사진을 찍은 분이 누군지 모를 때야 어쩔 수 없겠지만, 알면서 슬쩍 사용하기엔 불편하다.


책 표지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이러저러해서 허락해주십사 보냈더니 착하신 작가님. 냉큼 오케이 하신다. 나의 편집자가 동의한다면 아마 책에서 보게 되겠지.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8월부터 편집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그림은 일단 사진을 찍어 순서대로 정리해서 보내달라. 사진과 글을 배열하면서 추가할거나 뺄 것을 협의해보자.’는 짧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다 있다. 너무 만연체로 이야기하지 않는 스타일이신가 보다.


이런 이야기로 책 한 권 분량이 나오는 건 어렵겠지만, 나의 편집자님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분이 아니라서 좀 서운하다. 평생 딱 한번 있을법한 사건이 이렇게 밍숭하게 지나가다니... 이번 주말엔 그려두었던 사진을 찍어 도시별로 정리해서 순번을 넣는 일을 해야겠다.(원래 시키는 일은 꽤 잘하는 편임)


한 시간 정도면 끝날 텐데... 다음 미션 때까지는 무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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