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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그림 Jul 23. 2022

편집자에게서 온 세 번째 미션

두근두근... 출간으로 가는 길(5)

며칠 고요하던 편집자와의 카톡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쌓여있다. 이 정도 분량이면 그냥 전화해도 되는데, 아무래도 나와는 세대가 조금 다른 분이 맞는 거 같다. 절대 부정적인 말은 아니고,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한다는 뜻이다.


우리 또래는 카톡 조금 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화하는데, 사실 카톡의 용도는 이 친구가 전화를 받을만한 상태인가 확인하는 정도이다. 귀찮으면 슬쩍 메인창에 뜬 메시지를 보고서도 마치 안 본 척할 때도 있지만.

아닌가? 나만 그런가?


요지는 이렇다.

선생님.(아마 출판업계 표준 호칭인가 보다. 출간 전엔 선생님. 출간 후엔 작가님.)

교정작업과 본문 디자인 작업을 한 번에 하려고 한다.

원고의 내용을 구글 문서(뭔지 잘 모름)로 공유하면서 서로 실시간으로 수정 작업을 같이 하면 어떻겠느냐?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할 수도 있고, 바로 수정을 할 수도 있어서 매우 편리하게 일을 할 수 있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해야 한다면 해야죠’라고 답변을 해놓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대충 협업으로 뭔가 문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툴처럼 보인다.

구글 아이디를 알려주니 바로 링크를 보내주신다. 일반 워드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다행이다.


다른 출판사도 이렇게 비대면으로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뭔가 지름길로 휘리릭 가는 기분이다. 글쎄,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사람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면서 즐기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후다닥 빨리 끝내고 싶은 일이 있을 수 있지.


예를 들면, 공과 사를  구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같이 오래 일을 하다 보면 경계가 흐려질 때가 있다. 며칠 전만 해도 그렇다. 일주일 전에 만나서 서류를  정리해놓고 도장만 찍으면  일이라서 도장까지 맡겨 놓았다. 근데 일주일  시간이 남는다고 굳이 다시 만나서 얼굴 보고 수다 떨고 도장 찍고  먹고 그런다.(내가 옛날 사람이라서요.) 만나면 신이 나고 즐거운 사람이라면 능히 비효율적으로 일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또 언제 책을 내어보는 경험을 해 보겠나? 응?

그러니깐 이런 즐거운 기분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데 편집자는 생각이 다르겠지. 매일 하는 일이니까.

구글 문서도 모르는 선생(?)이랑 작업을 하려니 좀 갑갑하겠지. 그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요즘 세상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최고지.

나도 우리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지 말고 한번 할 때 잘하라구 늘 이야기하니깐.

편집자가 딱 내가 하고 싶은 말대로 하고 계시니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다.


구글 문서를 써보니 좋긴 좋다. 그의 말대로 제안도 바로 할 수 있고 수정도 바로 할 수 있고.

몇 가지 요청사항에 대하여 수정을 해두고, 나도 제안을 해봤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고 프로그램을 닫으면 저장이 안 된다. 두어 번 해보다가 ‘에잇’하고 그냥 수정해 버렸다. 대신 카톡에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했다고 보냈다.


어제는 본문에 넣을 그림파일을 보내 달라신다. 그중 몇 장은 귀찮아서 색을 올리지 않은 그림을 보내드렸더니 색을 입혀 달라신다. 역광으로 보이는 곳이라서 색을 입히는 것보다 그냥 펜 드로잉만 넣으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더니, 그래도 색을 넣는 게 좋다신다.


‘아유 귀찮아’하면서도 주말 아침에 색을 입혀보았다.(사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색을 입히고 있다) 늘 그렇듯이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물은 그럭저럭 그리겠는데, 하늘과 조각품은 에휴...


그림을 재촉하는 이유는 두 꼭지 분량의 글과 그림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보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다음 주에는 드럼 스캔을 하러 을지로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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