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 김훈
보통은 책을 읽고 소감을 쓰는데.
이번엔 읽기 전에 한마디 하고 싶었다.
책을 펼친 순간 보이는 ‘알림’ 글.
시작이 범상치 않네.
도대체 무슨 글을 쓰셨길래 ‘적막이 훼손되는’ 걱정을 하실까.
게다가 미세먼지 옆에 깨알 같은 영어로 fine dust라고 쓰셨다. 맞는 말인데 영어의 중의성을 생각해 보다가 그만 ‘풋’하고 웃음이 터졌다.
깨알 같은 글씨로 깨알 같은 농담을 하시는 건가?
암튼 이제 읽기를 시작해 보자.
아침을 먹고 시작한 읽기가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다녀오고, 길어진 머리카락을 다듬고 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선생의 글은 술술 읽히지 않는다.
아마도 연필로 꾹꾹 눌러쓰여진 글자의 무게가 컴퓨터화면을 경쾌하게 날아다니듯 입력된 글자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일까.
‘적막이 훼손될까’ 걱정하는 부분이 어디쯤일까 가늠하며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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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페이지 ‘살아가는 사람들’을 읽다가 몰려든 슬픔에 책장을 덮었다.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