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산책
역사투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가 있다.
산책을 해도 허투루보는 법이 없다.
정동길 산책길에 이름도 낯선 중명전 사진을 올렸다.
궐내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란다.
황실도서관으로 때로는 선교사들의 거주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비운의 황제 순종은 이곳에서 가례를 했다.
을사늑약의 굴욕적이고 비극적인 장소가 되기도 했고.
연필로 살짝 구도를 잡는다.
맨날 좌우 대칭을 못 맞춘다.
피그먼트 라이너로 스케치 마무리를 한다.
사진 속 모델의 다리가 너무 짧게 나와서 덧칠했다.
표시...날래나? ㅋ
짜잔. 색을 입혔다.
중명. 무거울 중. 밝을 명.
가을날의 환한 빛 속에서 무거움을 느꼈던 것일까.
아니면 빛에 빛을 더해 보이지 않는 길을 밝히고 싶었을까.
위태롭기만 했던 제국의 앞날이 밝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202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