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월(閉月)
초선(貂蟬)의 절세미모에 달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어 버리다. 초선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미인이다. 동한 말년에 사도 왕윤이 데리고 있던 가기(歌妓)(요즘의 가수)였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절세미인
동한 (기원 25 -220) 시대란 초한지에 등장하는 유방이 항우를 해하의 싸움에서 물리치고 한 왕조를 세우고 난 후부터 외척 왕망에 의해 사직을 박탈당한 때까지를 서한 (또는 전한. 기원전 202-기원 8) 이라 하고 왕망이 세운 신나라가 15년 유지되다가 한 왕조의 일족인 광무제에 의해 다시 한 왕조가 부흥된 후부터 마지막 황제 헌제가 조조의 아들 조비 위문제에게 제위를 양위할 때까지를 말한다.
다시 요약하면 한나라를 서한(전한)과 동한(후한)으로 구분하는데 전한의 수도 장안에 비해 후한의 수도가 장안의 동쪽인 낙양으로 옮겨감에 따라 동한이라 칭하는 것이다. 동한 말이 홍건적의 난으로 나라가 어지러워 우리가 잘 아는 유비, 관우, 장비나 조조와 동탁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삼국지가 시작되는 시대로 초선의 이야기는 삼국시대가 막 바로 시작되는 그때의 이야기다.
권력의 핵심에서 고민하는 승상 왕윤
왕윤의 직책인 사도는 정의의 사도 배트맨이나 사도 베드로의 그런 사도가 아니고 삼공(三公)중의 한 직책인데 삼공은 승상, 태위, 어사대부를 지칭하는데 나중에 이를 사도, 태위, 사공이라 하여 승상=사도, 태위=태위, 어사대부=사공인데 승상은 요새로 치면 행정부 수반이니 국무총리, 태위는 군사담당으로 국방부 장관, 어사대부는 감찰 사법기관 수장으로 대법원장쯤으로 완전한 삼권분립은 아니더라도 권력을 분산시켜 상호 견제케 한 모양인데 왕윤은 직책으로 봐서는 당시에는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 할 수 있다. 그런 왕윤에게 변방의 양아치 같은 동탁이 권력에 도전한 셈이니 늙은이로서 수심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도 왕윤이 초선을 어떻게 이용하여 동탁과 그 양아들 여포를 이간질하여 여포로 하여금 양아비를 죽이도록 모주 했는지는 삼국지 읽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연환계로 동탁을 제거하다
삼국지를 접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사건 전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동탁을 제거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늙은이 왕윤에게 초선이 자기를 이용해 연환계(연환이란 고리를 서로 연결한다는 의미로 한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술책을 서로 연계하여 구사하는 것으로 중국 고대 병법인 36가지 계책 중 35계에 해당한다. 우리말로 흔히 '36계 줄행랑친다'는 말이 있는데 사정이 여의찮아 도망친다는 말이다. 바로 36가지 병법 중 연환계 35계에 이어 다음 계인 36계를 말하는데 중과 부족으로 전투를 해봤자 승산이 없는 경우는 도망치는 게 최선의 계책이라는 것이다. 어떤 일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는 경우 도저히 거센 마눌님을 이길 수 없는 경우에는 바로 이 36계를 써서 잠시 집을 도망쳐 나와 근처 대폿집에서 술이나 한 잔 하고 마음을 달래고 천천히 돌아가면 되니까 남정네들은 36계를 잘 기억하시기 바란다)를 써서 동탁을 제거하기를 간청한다. 그래서 먼저 여포를 초대해서 초선이의 미모를 보여주고 여포와 혼인할 것을 약속한다. 이를 철석같이 믿고 여포가 돌아간 후, 이번에는 동탁을 초대해서 역시 초선의 미모를 보여주고 첩으로 줄 것을 약조한다. 그러자 동탁이 초선을 바로 동탁의 처소로 데리고 가자 이를 본 여포가 왕윤에게 따지자, 동탁이 며느리감으로 여겨 여포 장군에게 시집보내려고 먼저 시댁으로 데리고 간 것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동탁이 헌제를 만나러 입궁한 사이 여포는 초선을 만나 진실을 물어보니, 초선이 말하기를 동탁이 자기를 첩으로 삼으려고 하니 하루 바삐 자기를 구해 줄 것을 거짓 눈물로 하소연하니 여포가 이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 왕윤과 같이 동탁을 유인하여 살해하게 된다.
달님도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어버리다
폐월(閉月)이란 다음과 같은 사유에서 생겼다고 한다. 그녀는 계략이 성공한 연후에 달밤에 후원에서 왕윤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달님에게 빌고 있었다. 그때 구름이 달을 가렸기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본 왕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초선의 미모에 달도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구나."라고 하였다.(이건 거의 자뻑 수준이다)
미녀 초선의 실체에 관한 견해들
여기까지는 삼국지 읽어 본 독자는 다 아는 사실인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야사이기 때문에 정사 삼국지를 약간 각색한 것이다. 그러나, 정사 삼국지에는 초선이라는 이름이 없기 때문에 그녀가 지어낸 인물인지 실존의 인물인지 중국 학계에서조차 논란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 성도시(成都市)에서 2000년 6월에 초선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녀의 실존 여부가 다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고 한다. 초선에 관한 실체에 대해서는 다음 네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1) 왕윤의 가기(歌妓): 나관중이 삼국지연의에서 각색한 것처럼 왕윤이 데리고 있었다는 가기였다는 설.
(2) 동탁의 시녀라는 설: 정사 삼국지의 布與卓侍婢私通 (여포가 동탁의 시비와 사사로이 정을 통했다)을 근거로 가정한 것인데 동탁과 여포가 갈라진 사유를 여포가 동탁의 시비와 정을 통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 시비가 초선이라는 것이다.
(3) 여포의 아내라는 설: 이 설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명나라 때 작품) 이전에 원나라 때 연환계(連環計)라는 작품에 초선은 흔주 목이촌 임앙의 딸 임홍창(林紅昌)으로 궁녀로 정건양에게 하사되었는데 정건양(또는 정원)은 그때 여포가 정원을 양아버지로 섬기고 있는터라 정원이 초선을 여포와 부부로 맺어주었다고 한다. (삼국지에는 적토마 때문에 여포가 양아버지인 정원을 죽이고 동탁의 휘하로 들어간다.) 연환계 이야기에는 여포와 살다가 황건적 난으로 헤어졌다가 왕윤으로 말미암아 여포와 재회한다고 한다. 또 다른 원나라 소설 <삼국지 평화>에서는 초선은 본래 임 씨이고 어릴 때 이름이 초선이며 남편은 여포라고 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왕윤이 동탁을 청해 초선의 미모를 실컨 칭찬한 뒤 여포 부부를 초대하여 동탁 때문에 부부싸움이 나게 한다는 설정이란다.
(4) 여포의 부장 진의록(秦宜祿)의 아내라는 설: 이설을 이해하려면 삼국지 줄거리를 조금 기억해야 한다. 유비와 조조 연합군이 하비(下邳)에서 여포 일당을 포위하였을 때 여포는 부장 진의록을 원술에게 보내 원군을 요청하였으나 원군이 오기 전에 조조 연합군이 여포 군사를 토벌하 난 뒤 하비에 남아있던 진의록 처 두 씨(杜氏)가 절색 미인임을 알고 조조가 첩으로 삼아 버렸다. 그런데, 그전에 여포를 치기 전에 관우가 두 씨의 미모를 알아보고 조조에게 두 씨를 자기에게 첩으로 줄 것을 간청하였더니 조조가 그리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두 씨를 직접 보니 마음이 바꿔 관우에게 주지 않고 자기가 차지해 버렸다. 이에 관우는 속이 상했다. 여기까지가 정사 삼국지 관운장傳 촉기(蜀記)의 이야기다. 그 뒤 이바구는 없는데 다른 스토리는 조조가 관운장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여포의 적토마와 초선을 관운장에게 보냈는데 관공이 적토마는 받았지만 초선은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인을 돌부처 보듯 하는 싸나이 관운장의 기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보다 시대가 앞선 원대 잡극 <관공월하참초선(關公月下斬貂蟬)> 에서는 말 그대로 "관우가 달밤에 초선의 목을 베다"는 위의 이야기와 똑같은데 단지 두 씨를 초선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그래서 초선이가 진의록의 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의 의견은 앞뒤로 미루어보아 (2) 번이 매우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초선의 최후
- 삼국지연의: 제작자 나관중 PD는 정사에도 없는 초선이란 캐릭터를 만들어 역사 이바구를 드라마틱하게 연출하였다. 동탁을 제거한 후 초선은 스스로 자결하는 것으로 초선의 최후를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준다. 내 생각인지는 몰라도 나관중이 소설을 재미있게 연출하는 걸 보고 종씨인 나영석 PD가 머리에 떠 오르는데 나PD 역시 일박이일로 대박을 낸 후 KBS를 떠나 tvN에서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에 이어 요새는 삼시 세 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나관중과 나영석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나PD는 청주 출신으로 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였다. 1979년생.
-삼국지: 진수가 편찬한 정사에는 초선이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동탁을 제거하는 스토리는 연환계로 왕윤과 모의하여 여포가 죽이는 걸로 삼국지연의와 동일하다. 그래서, 위에서 본 2번째 설이 유력하다. 초선은 왕윤의 가기가 아니고 동탁의 시녀였다는 것이다. 정사에서는 여포가 동탁을 제거한 후에 그 시녀를 애첩으로 취하는 것으로 나온다. 삼국지를 가장 최근에 평전한 이문열 작가도 초선을 왕윤의 수양딸로 등장시켜 연환계로 여포를 이용하여 동탁을 제거하고 난 후 초선과 여포가 부부로 사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러니까 이문열 작가는 삼국지 정사와 삼국지연의 야사를 각각 반씩 취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고우영의 삼국지: 10권짜리 망가(만화)로 진짜 재밌다. 고우영작가는 나관중 PD 연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혹 가다가 고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바구를 바꾼다. 초선 이바구도 나관중 PD처럼 초선이가 자결하는데 이에 더해 죽은 초선이를 안고 여포가 분통을 터뜨리다가 결국 시간(죽은 시체를 강간)하는 걸로 스토리를 바꾼다. (창작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니까 어떻게 만들어도 아무도 시비 거는 사람은 없다. 근데 나는 예술가가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토막 지식
초선(貂蟬)이라는 한문 뜻이 담비 초에 매미 선인데 곧 담비 꼬리와 매미 날개를 의미하는데 이는 관(冠)을 장식하는 물건으로 아마도 冠을 관리하는 일반 궁녀이었다는 추측으로 위의 설 (3) 궁녀 출신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신세대 여가수중에 손담비라는 좀 띵띵한 애가 있는데 애가 초선이의 담비 초(貂)의 의미를 알고 예명을 담비라고 했는지 궁금한데 아마도 내 생각에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손담비하고 초선이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손담비가 요즈음 다이어트해서 날씬해졌다고 연예가에서 중계방송하더라.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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