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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Nov 19.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남미편 22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2014년 5월 10일(토) 맑음


칼라파테에서 우수아이아로

칼라파테에서는 한치의 주저도 없이 뱅기로 우수아이아로 날아 갔다. 버스로 가면 하루 꼬박 걸릴 거리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에서 제일 남쪽에 치우친 도시다. 비글해협에 위치한 항구 도시 우수아이아에 가면 보통 2가지 투어에 참가한다. 하나는 티에라델푸에고 국립공원에 드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박으로 비글해협을 투어하는 것이다. 특이하게 여기는 하루 종일 투어는 없고 반나절 짜리 투어만 있다.






세상의 끝 – 우수아이아(FIN DEL MUNDO)


살다보면 시작은 잘 모르지만 끝은 대략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 끄트머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일일 수도 있다. 특히 가진 것을 다 잃어버리고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거나, 지친 인생에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곳도 세상의 끝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의 끝이라고 말하는 우수아이아가 지닌 매력에 끌려 무작정 여기를 찾는 여행객이 많다고 한다. 또 그런 세상의 끝이라는 이미지를 Happy Together이라는 영화에 녹여 넣기도 하고...


칼라파테 국내 공항. 비수기라 그런지 공항은 매우 한적하다. 그래서 때론 성수기를 피해 여행하는 것도 한가지 요령이다.


칼라파테 상공에서 바라본 북향. 저 눈덮인 산들 저 뒤로 이번에는 가 보지 못한 엘찰텐과 피츠로이산이 그 어드멘가 있을거다. 이번에는 가 보지 못하지만 다음 기회를 약속하며 칼라파테를 훌훌 떠난다.


뱅기에서 내려다 본 하천의 수로가 푸른 정맥 핏줄처럼 서로 엉켜져있다. 이제 항공사진의 대가가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비글해협을 사이에 두고 우수아이아 건너편에 있는 칠레의 땅끝마을 PUERTO WILLIAMS. 칠레 해군기지가 있어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우수아이아 비글해협 바로 건너편에 있다. 푼타 아나레스에서 DAP 경뱅기에 좌석이 하나 밖에 없어서 못 간 바로 그 칠레의 땅끝 마을이다. 위도상으론 푸에르토 윌리암스가 더 밑에 있지만, 그러나 통상 FIN DEL MUNDO는 우수아이아를 지칭한다. 우수아이아로 내려 앉기 전에 뱅기에서 잡은 칠레의 땅끝마을인 푸에르토 윌리엄스 마을 전경.


우수아이아 공항에 세워놓은 이정표

드뎌 세상의 땅끝으로 왔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 가는 일반버스는 없단다. 시내로 들어갈려면 택시를 타던지 걸어 가야 한다. 시내라 해봤자 공항이 있는 언덕을 바로 내려가면 된다. 우수아이아는 항구도시로 해안선따라 옆으로 길게 퍼져있다. 여기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3100km라 한다. 서울부산을 4번 왕복해야 갈 거리다. 이정표의 LA QUIACA 는 볼리비아 국경과 접해있는 아르헨티나 최북단 도시다.


세계 도시를 보여주는 이정표

여기가 왜 세상의 끝인지를 보여주는 이정표. 세계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가 km로 표시되어있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자 하는 마을이 1,000km정도 떨어져있다. 바로 남극 관측기지다. 근데 북극까지는 무려 16074km 이다.



모델 K 우수아이아 인증샷

마을 뒷산이 잘 보이는 곳에서 인증샷. 마을은 큰 산을 뒤로 하고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 영주동 산중턱하고 비슷한데 여기는 도로가 1부, 3부, 5부, 7부 능선 길로 되어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맨밑 도로는 해안가를 따라 뻗어있는 1부 도로인데 그 다음부터는 언덕 위로 조금씩 올라 가면서 길이 나 있다. 무거운 배낭메고 게스트하우스 찾으러 거의 7부 능선까지 올라갔다. 진짜 비수기이다. 게스트하우스에 갔더니 우리말고는 투숙객 한 명도 없었다.



우수아이아 뒷산

스키장이 있는 우수아이아 뒷산. 여기에 위치한 스키장이 세계에서 제일 위도가 낮은 곳에 있는 스키장이라고 하는데 올해 눈이 벌써 내린것인지 아님 만년설인지 우수아이아는 벌써 겨울 문턱에 서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


먼저 내일 투어 예약하러 여행사에 들렀다. 여행사 벽에 걸린 이 사진을 보니 세계 크루즈 대형선박도 우수아이아에 정박하는 모양이다. 투어도 종류별로 많다.


팽귄 투어

여기서 배를 타고 5시간 달려가면 팽귄을 볼 수 있는 투어인데 여름에만 있고 지금은 없단다.


투어 코스

노란선 선박투어가 위에서 말한 팽귄보러 가는 것이고 빨간선 투어가 로스로보스섬과 로스파하로스섬을 돌아보는 반나절 짜리다. 내일 우리가 갈 짧은 투어다.


티에라델푸에고 국립공원안에서 말을 타고 해안선을 트레킹하는 투어도 있고


빙하트레킹하는 어드벤처성 투어등 많은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처음부터 여기서는 비글해협 반나절 선박투어와 티에라델푸에고 국립공원 반나절 투어만 하기로 하고 내일 오전에는 국립공원갔다가 점심먹고 오후에는 비글해협 선박투어 가기로 했다. 광고판의 $ 표시는 미화가 아니고 아르헨티나 페소를 말한다. 환율이 1 USD= 8 $(페소) 였던 것 같다.


이런 비싼 투어도 있더라만 접어버렸다. 배낭여행 주제에 헬기투어가 호화스러운 투어같았다.






  우수아이아의 대게 센토야(Centolla)


남미 대게 센토야

남미대륙으로 들어와서 입에 맞는 음식이라곤 별로 찾을 수 없었다. 페루의 세비체(CEVICHE) 정도가 입에 맞았고, 아르헨티나의 아사도는 고기가 질겨 별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우수아이아에서 드디어 킹크랩을 만났다. 여행안내서에도 센토야 (CENTOLLA)라고 하는 대게를 여기의 명물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가격은 미국 알래스카 크랩 정도이니까 이 나라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 비싸다는 소리다. 시식해 본 소감은 한마디로 미국 알래스카 대게보다 맛이 못하다. 그 이유는 여기서 파는것이 대부분 냉동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음식보다는 한 수 위라 잘 먹었다.


졸지에 우수아이아 센토야(대게) 킬러가 되어버린 모델 K가 대게 껍데기를 들고 인증샷


식당 벽에 걸린사진. 겨울 눈에 덮인 우수아이아 전경


역시 식당벽에 걸린 유화. 항구도시라 배 그림이 많다.




   우수아이아 시내구경


우체국의 벽화

저녁도 일찍 그리고 거나하게 먹고해서 남은 시간으로 우수아이아 시내 구경이나 하려고 나서는데 건물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어 보니 보통 그림이 아니다. 왼쪽 것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시키고 오른쪽 그림은 여기 죄수의 심볼인 가로 줄무늬 셔츠는 유명한 빠삐용 패션코드. CORREO는 영어로 POST OFFICE 이다. 우체국 벽에 왜 이런 그림을 그려 놓았을까?

조금 가다 만난 기념품 판매점인데 가게 앞면에 여러가지 모형을 익살스럽게 전시해 놓았다. 가게 앞면 장식부터 예사롭지않다. 홀딱 눈길을 끌어 저절로 발길이 향한다. 가게 안에는 여러가지 장식으로 우수아이아를 상징하는 모형, 조각품등을 전시해 놓았다.

빠삐용 친구들

두 죄수가 창문을 통해 대탈주를 시도하는 것 같다. 우수아이아에 감옥소가 1910년도에 세워져 죄수들을 수용하였다. 나중에는 정치범까지 보내어 시베리아 수용소 비슷하게 추운 겨울에는 극한 환경으로 겨울을 지내야 하기도 하였다. 1947년에 와서야 감옥소는 폐쇄되었고 그후 박물관으로 남아있다. 이 옷이 그 유명한 빠삐용 패션이다.


애꾸눈 선장 JACK과 함께한 모델 K


등불을 든 선원 K


가게 뒷뜰로 나가면 당시 여러가지 생활상을 엿볼수 있도록 모형을 잘 만들어 놓았다.





   영화 HAPPY TOGETHER


해피투게더 영화 포스트

남미여행길에 오른 배낭 여행자들이 다른 곳을 제쳐 놓고 모두들 우수아이아에 가고 싶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 보면 대개 2가지다. 나이 든 여행자들은 세계의 땅끝이라는 그 지형적인 특성에 매력을 느껴 가고 싶어하고 좀 젊은 여행자들은 한 편의 중국 영화때문이다. 그 영화가 바로 왕가위 감독이 만든 HAPPY TOGETHER이란 영화다.


1997년 칸느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는 당대의 배우 장국영과 양조위를 내세워 왕가위 감독의 명성을 떨친 영화가 되었다. 2003년 4월 홍콩 호텔에서 투신 자살한 장국영이 41세에(1956년생) 출연한 작품으로 그러니까 이 영화는 자살하기 약 7년전에 찍은 작품인 셈이다.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면 이렇다. 동성연애자인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는 싫증난 홍콩 생활을 청산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건너간다. 새 도시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펴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된다. 아휘는 술집(이 술집이 그 후 유명하게 된 BAR SUR)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보영을 먹여 살리려 하지만 보영의 변덕스러움과 자유분망한 생활로 보영의 가출이 이어지고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결국 둘은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각각 살아가지만 서로가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운 추억 속에 살아간다. 동성연애 영화이지만 내용은 일반적인 남녀사랑의 헤어짐과 그리움을 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 아르헨티나의 세 장소가 대표적으로 영화에 등장하는데 첫째가 아휘가 열심히 살아가는 탱고 술집 BAR SUR가 있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둘째가 둘이 헤어지기 전에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이과수 폭포, 세째가 보영이 떠난 후 그녀를 잊지못해 실의에 젖어 살아가는 아휘를 위해 그의 슬픔을 세상의 땅끝에 던져주기 위해 아휘의 친구인 MR. 장이 찾아가는 우수아이아의 등대이다.


우수아이아 등대

내일 오후 비글해협 선박투어가서 보게 될 바로 그 영화에 등장하는 등대다. 영화에서 우수아이아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기억을 버리고 오는 장소로 그려진다. 새출발을 위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몽땅 바다에 던져 버리고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세상의 끝인 우수아이아로 가서 모든 추억을 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내일 그 등대로 가서 나도 나의 아픈 추억을 깡그리 던져 버릴까보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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