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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Nov 23.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남미편 24

비글해협 투어

2014년 5 월 11일( 일) 오후. 흐림 그리고 비뿌림.



   선착장으로


우수아이아 선착장. 하늘에서 곧 비가 내릴듯한 오후에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나갔다. 하늘은 잔뜻 찌푸린 얼굴로 곧 무슨 짓거리를 할 것만 같다.


비글해협 투어나가는 관광선. 승선 장소가 몇군데 다르게 있는 걸로 보아 투어 회사가 몇 개 있는 모양이다.


배가 출발하기 전부터 간간히 뿌리던 비가 이제는 제법 유리창을 적신다. 배낭 여행자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비오는 날이다. 돌아다니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배가 출발하자 곧바로 빗줄기가 서서히 가늘어진다.


배에서 바라본 우수아이아 전경

 갑판에서 바라  우수아이아 전경. 우중충한 잿빛 배경으로 안데스 산맥의 마지막 줄거리가 남쪽으로 내려와 마을 뒷쪽에서 병풍처럼  있고, 비구름에 가려진 봉우리는 벌써 내린 눈으로 설산이다.


남미대륙 최하단 지도

지도에서 보듯이 비글해협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항해할  지름길이며 풍랑이 거칠기로 유명한  Cape Horn

피할  있어 많은 배들이 이용하는 뱃길이다. 비글이란 이름은 배이름 비글호에서 유래되었는데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타고 5년동안 세계를 일주한 탐험선이다.


1831년 영국에서 출발한 비글호는 로버츠 피츠로이 선장의 인솔하에 세계일주 항해에 나섰는데 그 때 찰스 다윈이 운좋게 박물학자로서 비글호에 승선해서 그후 5년간 항해하여 세계일주를 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빙하공원이 있는 칼라파테 북쪽 엘찰텐에 있는 피츠로이산은 그 선장의 이름을 기념하여 명명한 것이다.


찰스 다윈이 세계일주한 항해로(1831 – 1836)이다. 비글호는 1831 12 영국 Plymouth항을 출발하여 세계일주에 나서서 남미 동부 해안을 따라 내려가 비글해협을 통과하여 갈라파고스 제도를 거쳐 대서양을 가로질러 호주남단을 지나 아프리카 남단 Cape Town을 돌아 5년후인 1836 10월에 영국으로 귀환하였다.

GALAPAGOS제도에서 찾아낸 새로운 종으로 그후 윈은 1856년에 어떤 형태의 생물이 오랜 세월동안 환경에 맞추어서 서서히 모습이 변해간다는 ‘종의 기원 서술하여 당시 하느님의 창조를 믿는 기독교 신학자들로부터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비글해협에서 


멀리서 언뜻 보니 팽귄같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팽귄이 아니고…


가까이 가서 보니 잠수해서 물고기를 잘 잡는다는 가마우지 무리였다. 중국 어느 지방에서는 가마우지를 훈련시켜 강이나 바다에서 낚시대신 가마우지로 고기를 잡는다고 하는 바로 그 가마우지이다.


많은 물개 무리가 모여 군집으로 서식하고 있다.





  영화속의 등대가 보이고


조금 더 나아가니 영화 Happy Together에 나오는 그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 해피투게더 포스트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  보자. 보영(장국영) 떠난 보낸 아휘(양조위) 보영을 잊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실의에 빠져 살아간다. 그즈음 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 MR. 장이란 친구를 만나는데 장은 대만에서 아르헨티나로 여행와서 아르바이트로 식당 주방 보조일을 하는 친구이다. 실의에 빠진 아휘를 위로하며 돈이 모이면 자기는 우수아이아로 여행을  계획이며 그곳에서 너의 슬픔을 날려 보내줄테니 자기 녹음기를 건네며 너의 아픔이 무엇인지 모두 토로하라고 한다.


우수아이아 등대

마침내 우수아이아를 찾은 장이 배를 타고 이 등대섬으로 와서 등대에 올라(예전에는 관광객들이 등대섬에 내려 등대에 올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아휘가 녹음한 녹음테이프를 틀어 보는데…… 녹음기에서 울려 나오는건 꺼이꺼이 흐느끼는 아휘의 울음소리 뿐이었다. 영화 마지막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생활을 청산한 아휘가 다시 홍콩으로 혼자 돌아가게 되는데 친구 장이 아휘를 대신해 우수아이아 등대에서 인생의 쓰라림을 몽땅 날려보내준 그 덕분인지 아휘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등대가 주는 의미는?

세상의 땅끝에 있는 우수아이아의 등대는 그런면에서 두 가지 METAPHOR를 보여주는 것 같다. 첫째는, 세상의 땅끝에 있다는 의미에서 인생의 패배자내지 실패자들에게는 마지막 보루라는 장소로 더 이상 나빠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그런 곳으로 어쩌면 다시 새롭게 시작할수 있을련지도 모를 한가닥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보여질 수 있고, 둘째로 등대가 주는 이미지로 인생의 이정표로써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목마와 숙녀


등대……많은 시인들이 등대를 노래하고 있지만 다음 시에서도 등대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있다.


(중략)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목마와 숙녀(박인환. 1955년)>


내가 예전에 한창 이 시를 암송하고 음미했을 때 제일 좋아했던 구절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그런데 좀 더 리얼하게 느끼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한구절 내가 집어 넣었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선데이서울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여러분들은 선데이서울의 표지를 기억하시는지?


선데이서울도 모르면서 우수아이아 등대 인증샷에 흐뭇해하는 모델 K


낮잠 삼매경에 빠진 물개들. 평안해 보인다.


넘실대는 파도에도 아랑곳 않고 꼿꼿한 가마우지 떼들.


등대를 돌아 나오면서 큰 섬 하나에 정박하여 모두들 내려 섬주위를 약 20분간 걸어서 돌아 볼 수 있다. 절대로 식물이나 다른 것에 손을 대지 마라고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잽싸게 배에서 빨리 내려 인증샷하는 모델 K


우리들이 내린 이 섬의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난다. 등대섬 근처인 것 같은데…… 날씨가 추워 걷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도 일단 밖에 나가니 바싹바싹한 찬 공기는 시원하고 청정하다.


갑판에서 바라본 칠레의 땅끝마을 푸에르토 윌리엄스. 칠레의 해군기지가 있는데 거주하는 인구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 마을이 있는 섬이름이 NAVARINO ISLAND.


다시 우수아이아 선착장으로 돌아 오니 서서히 땅거미가 몰려 오기 시작하고 마을은 하나둘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늘이 땅끝마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이제 여행도 끝마무리에 접어들고 몸도 마음도 조금씩 피로에 쌓여 가는 것 같다. 거리엔 하나 둘씩 가로등 등불이 밝혀지고……


우수아이아 마을 오른편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오봉으로 눈에 쏙 들어온다. 그 중 중간봉을 제일 가까운 줌렌즈로 잡아 댕겨 보았는데 화질이 별로다. 산의 형상이 파타고니아의 산처럼 풍화작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투어를 마친 관광객들이 선착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미 해는 짙은 구름에 묻혀 서산으로 넘어가고 차가운 바닷바람만이 옷속으로 파고든다. 하늘과 대지가 온통 을씨년스럽다. 모두들 오늘 저녁에 피곤한 육신을 쉬게할 보금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회색빛의 우수아이아에서 여독(여행자의 고독)이 스물스물 짙은 땅거미와 함께 옷속으로 파고 든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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