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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Dec 12.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울릉도 독도편 2

포항 여객선 터미날에서

2015년 8월 5일. 맑음



  포항 여객선 터미날에서


포항 여객선 터미널

포항역에서 만난 친구(그냥 X라 하자. 남미 여행기에 등장하는 모델 K처럼) 와 버스를 타고 부리나케 여객선터미날로 달려갔다. 하지만 터미날은 파리새끼 하나없이 텅텅 비워있다. 안내 카운터에도 아무도 없다. 점심 시간후 오라고 되어 있어 멀뚱거리고 있는데 작은 배낭을 짊어진 통통한 중년 아지매가 걸려있는 배시간표를 유심하게 쳐다보다가 터미날 안에 있는 유일한 남자인 꽁지머리를 발견하고 뭔가를 묻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일본인입니까?"

내가 먼저 니혼고(일본어)로 선수를 쳤다. 일본어는 대학교에서 수강해서 A 학점받을 정도로 열심히 해서 쪼매 할 줄 안다. 그 당시 일본어를 학교에서 서울내기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였는데 어느날 수업시간에 잊지못할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일본어 선생은 40대 초반 이쁘짱하게 생긴 일본인 여자분이었는데 조선말이 그리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질의응답은 조선말로 통용되었다. 그 시간에 일본어로 과일(구따모노) 과 채소(야사이) 대해서 배우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과일과 채소가 등장했는데 무우가 빠져 있었다. 향학심 높은 내가 무우를 일본말로 뭔지가 알고 싶어 손을 버쩍 들고 질문했다.

"샘요. 무시를 일본말로 뭐라고 하는기요."

내 질문이 떨어지게 무섭게 강의실 안이 웅성거렸다. 서울내기로 가득찬 교실에서 서로들 여기저기서 수근거렸다. 걍 내귀에 들리는 소리가 이런거였다. 서울 애들 저그들끼리 속삭인다.

" '무시'가 뭐니?"

나의 실수였다. '무우'라고 물어봐야되는데 '무시'라고 하였으니까 그럴 수 밖에. 그때서야 나의 실수를 알아채고 표준말로 다시 물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래서 무우(무시)를 일본말로 다이꼰(大根)이라고 하는 것을 평생 기억하고 있다.

"배시간이 우째 되는기요?"

일본 아지매가 물어왔다. 배시간이 헤깔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대저해운의 울릉도 배시간표

위 사진보면 성수기에는 오후 7시에 한 편이 더 있는걸로 되어있다. 나도 저걸 타고 오늘 저녁에 울릉도로 들어가고 싶었다. 알아보니 성수기는 8월 2일까지로 그후부터는 하루 9시 50분 한 편밖에 없단다. 일본 아지매의 궁금점은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고 진정 그 아지매가 궁금한 것은 다음 질문이었다.

"일본 사람도 섬에 갈 수 있어요?"

이번에는 뜨듬뜨듬 조선말로 물어본다. 이 때다 싶어 나도 조선말로 대답해 주었다.

"일본사람도 모찌론(물론) 들어 갈  수 있어예. 근데 고게 가서 다께시마라고 마 우기지만 않으면 맞아 죽지는 않을끼요."

속사포처럼 재빠르게 갈기는 나의 경상도 사투리를 아지매가 알아 들었는지 못 알아 들었는지 그저 배시시 웃고만 서 있었다. 담에 섬에 갈 사람들은 인터넷에 뜨는 저런 시간표 믿지말고 전화해서 학실한 (영삼어법) 배시간을 알아보고 가는게 나처럼 오후 시간 공치지 않을 수 있다.



태성해운의 울릉도 배시간표

포항-울릉도 배편이 대박을 내는 노선이라 새로운 경쟁업체가 등장했지만 실제로 우리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안된다. 위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선발업체인 대저해운의 sunflower호는 향울릉도는 아침 9시 50분 인데 후발업체인 태성해운의 우리누리1호는 1시간 늦게 아침 10시 50분에 출발한다. 반면에 향포항은 대저해운은 오후 3시 30분이고 태성해운은 10분 늦게 오후 3시 40분으로 둘 다 별 차이가 없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아침에 출발하는 해운사가 있다면 다른 해운사는 오후에 출발토록 하는 것이 맞는 이치가 아닐까.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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