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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Jan 15.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뉴질랜드편 6

오클랜드 입성


  뉴질랜드 NO. 1 도시 오클랜드로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인 오클랜드. 수도는 웰링톤이다

지도를 보면 뉴질랜드 위치가 거의 동경 180도 날짜변경선 가까이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해가 제일 빨리 뜨고 제일 빨리 지는 곳이다. 시드니에서 오클랜드까지 뱅기로 2시간 반 걸리고 시차가 2시간 30분있다. 시드니에서 오후 5시경 이륙한 뱅기는 거의 밤 10시경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시드니에서  오클랜드로 향할 때 항공사진이라도 한번 찍어 보려고 했는데 뱅기가 시드니에서 이륙하자 마자 곧 바로 기수를 동쪽으로 틀어 버리니까 망망한 대해만 눈에 들어온다. 뱅기는 큰 바다 TASMAN SEA 위로  계속 날아 가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이라곤 얇은 솜이불같은 흰 구름에 뒤덮인 푸른 바다 뿐이다.




   짜증나게 하는 세관심사


미국에서 시드니로 날아 오는 비행시간에 비하면 시드니에서 오클랜드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뉴질랜드 입국시 가장 짜증나는 일은 세관을 통과하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세관 심사를 당하는 것 같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배낭을 찾아 마지막으로 세관 심사를 하러 심사대로 들어 간다. 덩치가 크고 빡빡머리를 한 남자 세관원과 퉁퉁하고 무미건조하게 생긴 여자 세관원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음식물이나 플랜트, 씨앗 같은거 가져 오셨나요?”

첫 질문부터 애매하다. 배낭 안에 가져온 육포도 있고 비빔밥 김병장도 몇 개 있고 컵라면도 있다. 이런게 음식물( FOOD)에 속하는게 분명한거 아닌가.
“없어요.”  

당당하게 거짓말을 해 버린다.  
“텐트가 배낭 안에 있습니까?”

배낭여행하는데 텐트가 없을리 있나. 오리털 침낭도 있고 깔판도 있고 다 있다.
“텐트와 다른 캠핑 장비도 있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추가적인 것까지 불었다.
“텐트가 샌삐(새것)입니까?”

샌삐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는데 순간적으로 머리회전이 확 되어 버린다. 사실 텐트는 새거다. 뉴질랜드와 호주가 지금 여름철인걸 감안해서 오기 전에 3 시즌용 텐트를 새로 산거다. 새거라면 혹시 뉴질랜드에서 팔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세금이라도 내라는 소리인 모양이다.
“아뇨.”  

두번째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해 버렸다. 양심의 가책보다 점점 짜증이 사우나 한증막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잘 참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이번에는 진짜로 사람 돌게하는 질문을 한다.
“신고있는 트레킹신발이 샌삐입니까?”

보기에 새 신발로 보이는 모양이다. 속으로 무미건조 아지매가 보기는 잘 보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신발도 오기전에 새로 사 신고 왔기 때문에 새것같이 보일거다.
“아뇨, 신던 신발입니다.”  

몇일이라도 오기 전에 신었던 신발이라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잠깐 신발 바닥을 좀 보여주세요.”

무미건조가 마지막 정밀 조사를 시도하려고 한다. 새 신발이 3-4일 신었다고 황소 심줄같이 단단한 바닥 고무창이 조금이라도 마모되지는 않을거다.  신발바닥을 들어 실컨 보게 해 주었다. 신고있는 신발까지 보자는 세관은 이 세상에서 뉴질랜드말고 다른 곳이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도 못사는 쿠바 아바나 세관도 그렇게는 묻지 않더라. 잠깐 생각을 해보니 배낭 속 물건을 하나하나 검사한 나라가 딱 한군데 있기는 있었다. 남미여행시 칠레에서 장거리버스로 아르헨티나로 입국할 때 나이묵은 할매 세관 직원이 승객들 가방이나 배낭을 철저하게 뒤벼서 새 물건이 나오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딱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건 국경 보따리장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도 이것들이 우리를 미국서 온 배낭 보따리 장사로 간주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담배나 술을 가져 온게 있습니까?”

국가별 세관마다 담배나 술은 면세 기준이 다른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담배 면세 기준은 흡연자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짜다. 1인당 면세되는 담배는 40개피이다. 두갑이다. 모델K가 들고 온 말보로 담배가 7갑이 되니 면세 기준을 훨씬 넘은 것이다.
“미국서 4갑 가지고 왔습니다.”  

조금 줄여서 짜증스럽게 뱉어버렸다. 담배가 있다는 소리에 무미건조가 배낭을 검사대 위에 놓으라고 말한다. 순간 거짓말한 2가지 사실들이 비수처럼 심장을 찔러온다.

하나는 음식물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텐트가 새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해외 배낭여행가면서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잘 산다는 뉴질랜드에 와서 세관통과하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한번 검사대 위에서 풀어서 보자는 심사일까. 내가 빡빡대가리 남자 세관원에게 투명스럽게 말했다.
“담배가 면세기준을 초과한 모양인데 세금낼테니 얼마인지 알려주슈.”

나는 주머니 속에서 미국 달러를 꺼네면서 돈을 세어보였다. 아직 환전을 하지않아 뉴질랜드 달러는 가진게 없었지만 배낭 풀기전에 몇푼내고 세관 통과하는게 최선책인 것 같았다. 나는 당당하게 계속 요구했다. 세금낼테니 얼마냐고. 안에서 저그들끼리  뭐라고 숙덕거리다가 빡빡머리가 나와서 웃으면서 말했다.
“4갑은 1인으로 보면 초과인데 2명으로 보면 초과가 아니니까 세금 낼 필요없어요.”

졸지에 담배도 안피우는 내가 계산상 흡연자로 카운트되었다. 그래도 좋았다. 검사대 위에서 배낭을 통째로 쏟아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우리는 주배낭을 각각 뒤로 매고 모델K는 작은 보조배낭을 앞에 매고 난 카매라 가방을 앞으로 매고 옛날 전족을 한 중국 아지매처럼 뛰둥거리며 오클랜드 국제공항 세관심사대를 천천히 걸어나왔다.



오클랜드 Sky Tower



   디비 쪼우는 어슬픈 기억력땜에


공항청사를 나와서 미리 예약해 논 차를 렌트하기 위해서 국내선 청사로 이동하였다. 배낭과 카매라가방을 앞뒤로 매고 걸어 다니는 것이 쉽지는 않다. 무게도 무게이지만 앞뒤로 배낭과 가방이 있어 몸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꼭 뚱보가 어정어정 걸어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무료 공항버스를 타고 국내선 청사에 있는 렌트카 사무실을 찾아 보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예약한 유로카사무실이 없다. 그럴리가 없는데 하면서 카매라 가방속에 든 프린트된 카피를 찾아보니 세상에……국내선 청사에서 픽압하는 렌트카는 시드니 국내공항이고 오클랜드에서 픽압하는 렌트카는 국제공항청사에서 하는 것인데 내가 그걸 거꾸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 국제선 청사로 돌아 가야하는데 시계를 보니 거의 자정이 넘었다.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아직 있는데 무료 공항버스는 없는 것 같다. 버스가 한 대 정차되어 있어 국제선 청사로 가는냐고 물었더니 지금 이 시간에는 없단다. 대신 자기가 태워 줄테니 타란다. 아마 호텔 예약 손님을 실어 나르는 호텔버스인 것 같았다. 고마운 운전기사 덕분에 내 희미해진 기억력때문에 쓸데없이 한시간 이상이나 허비한 후에야 국제선 청사로 다시 돌아와 차를 렌트할 수 있었다.


북섬 여행 예정 경로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뉴질랜드에서 차를 렌트할 때는 오클랜드에서 빌려서 북섬과 남섬을 한바퀴 돌고나서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가서 반납하는걸로 계획을 세웠는데 10일만에 차로 북섬남섬을 돌아 본다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수정하였다. 오클랜드에서 빌려서 북섬을 둘러보고 웰링턴에서 카페리를 타고 남섬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까지 갔다가 올라 오면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로 오클랜드로 돌아 오는걸로 하였다.  


남섬 여행 예정 경로

북섬지도를 보면 북섬 맨 아래쪽 도시 웰링톤에서 남섬으로 건너가는 카페리가 있다. 처음에는 모르고  오클랜드에 빌린차를 카페리에 싣고 가서 남섬을 돌고 난 후에 크라이스트처치에 반납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오클랜드에서 차 빌릴적에 차를 웰링턴에 반납하고 몸만 페리를 타고 남섬으로 건너가서 남섬 카페리가 정박하는 PICTON에서 다시 차를 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48시간 전에 웰링톤에 반납할 시간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사실로 여행 일정을 세우는데 매우 힘든 일이다. 북섬을 돌아보고 언제쯤 웰링톤으로 내려 갈 지 그 시간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말이다. 일단 26일 아침 7시까지 웰링톤에 차를 반납하는 걸로 하고 차를 빌려 배낭과 가방을 싣고 나니 새벽1시를 넘기고 있었다. 호텔로 들어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이럴 때는 야간운전으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게 최선책이다.  




   첫번째 행선지로 밤길을 달려


맨처음 행선지인 WAITANGI TREATY GROUNDS가 있는  BAY OF ISLANDS로 가기위해 오클랜드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와이탕기 조약은 1840년 2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과 영국인 거주자사이에 처음으로 맺은 조약으로 역사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영국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는 계약인 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영국이 뉴질랜드 원주민을 합법적으로 지배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뉴질랜드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장소인 셈이다.

어둠과 야경에 둘러 싸여 조용히 숨을 쉬고 있는 오클랜드를 차로 한밤중에 통과해서 국도 1번을 타고 북쪽을 향하여 뉴질랜드 여행의 첫날 밤을 차에서 보낸다. 오늘 하루 참으로 길고도 긴 시간을 비행기에서 시드니에서 또 뉴질랜드에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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