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관광(1)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방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멀리서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먼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여름인데도 저렇게 눈이 남아 있다는 것은 만년설이라는 소리다. 모두들 아침을 대강 챙겨먹고 밴쿠버 구경길에 올랐다. 원래 초행길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기마련이다. 우리도 그렇게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어디로 가야 제대로 구경을 하는건지 올바른 길을 찾고 있었다.
밴쿠버는 Gateway to Western Canada 즉 서부 캐나다의 관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본토의 해안에 인접한 항구도시로 뒤로는 높은 산들을 끼고 있고 다운타운에는 현대적인 높은 빌딩이 들어찬 도시로 신문에서 종종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있다. 토론토에 이어 캐나다 제 2의 도시로 박물관, 미술관, 녹음이 푸른 광대한 자연공원, 식물원등 많은 관광 명소를 지닌 살기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다. 지난 2010년에는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여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밴쿠버의 이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 작년 2014년에는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고 3년뒤 2018년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릴 예정이다.) 혹자는 밴쿠버가 토론토 다음으로 큰 도시가 아니고 동부에 있는 몬트리올이 더 크다고 하는데 밴쿠버가 2위던 3위던 간에 내 생각에는 밴쿠버가 몬트리올보다는 훨씬 나은 주거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Vancouver라는 도시를 접하였을 때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Vancouver 라는 이름은 1792년 현재 밴쿠버 앞바다인 조지아 해협을 측량조사한 영국해군소속 조지 밴쿠버 선장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영국인이 상륙하기 전 까지는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보금자리였는데 그 후 유럽인들이 대거 몰려오고 특히 1885년에 근처 강상류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뒤이어 1887년 개통된 대륙횡단철도 덕분으로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밴쿠버 바로 밑이 미국의 와싱톤주와 국경선이 그어져 지금은 별 다른 문제는 없지만 이전에는 미국과 영토문제로 많은 위기감이 있었으나 당시 영국 식민지를 관리하던 총독이 오늘 우리가 가는 밴쿠버섬과 밴쿠버를 포함한 건너편 해안일대를 싸잡아 영국령 British Columbia 식민지로 서둘러 선언하여 결국 캐나다로 귀속하게 된 것이다.
본토 밴쿠버 관광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페리보트를 타고 밴쿠버섬으로 건너가기로 하였다. 조지아 해협을 사이에 두고 본토와 마주보는 밴쿠버섬은 남북으로 500km, 폭은 동서로 약 150km 크기로 영국 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빅토리아와 원주민 인디언들의 문화의 자취가 엿보이는 마을들이 있어 밴쿠버 관광의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페리는 BC Ferry 회사에서 운영하는데 밴쿠버섬으로 가는 여러 노선이 있지만 우리는 차를 배에 싣고 빅토리아로 향하였다. 근 2시간 정도 뱃길로 밴쿠버섬에 도착하여 다시 차를 몰아 빅토리아로 달렸다.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조차도 때때로 이 섬을 빅토리아섬으로 부른다. 잘라 말하면 빅토리아섬은 없고 밴쿠버섬만 있다. 밴쿠버섬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빅토리아라는 도시는 BC주의 주도(Capitol)로 정치, 경제의 중심지로 밴쿠버와 더불어 중요한 거점이다. 사실 나도 여기와서 알게되었다. BC주의 주도가 밴쿠버가 아니고 빅토리아라는 것을 오기 전까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라나 주의 주도가 헷갈리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뉴질랜드의 수도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Auckland 라고 대답한다. 사실 나도 Auckland에 가보고서도 뉴질랜드 배낭 여행기에 그렇게 작성해서 친구들에게 보냈다. 폼잡는다고 "뉴질랜드의 수도
Auckland 에서 지노가" 그런데 뉴질랜드의 수도는
Auckland 가 아니고 북섬의 최남쪽에 있는 항구도시 Wellington 이다. 비슷하게 호주의 수도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시드니를 꼽는데 호주 제 1의 도시 시드니가 아니고 아주 조그마한 도시 캔버라이다. 사람들 머리 속에 제일 큰 도시가 바로 수도나 주도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 같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는 식물원으로 "꽃의 도시 빅토리아"를 상징한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의 의견대로 식물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입장하였는데 입장료가 장난이 아니다. 성인은 인당 28불이고 어린이는 반값인데 우리는 어린이가 없다. 굉장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간 식물원은 그런대로 돈값어치를 하는 것 같았다.
원래는 남편이 경영하던 석회암 채석장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꾼 Mrs. Jennie Butchart 의 노력으로
1904년 정원을 완성하였다. 정원은 크게 4개로 구분하여 Japanese, Italian, Rose and Sunken Garden으로 세분화하고 치밀한 개화 시간을 계산하여 철따라 다양한 꽃으로 정원을 꾸미고 있다. 식물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와 같은 내가 예쁜 꽃만 보이면 무조건 찍어서 나중에 보았더니 무슨 식물도감을 찍은 것 같이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았지만 이름을 댈 수 있는 것은 몇 개 밖에 없었다. 식물원 안에는 야외 공연장도 마련되어 있어 수시로 공연을 보여주는 모양인데, 여름철 저녁에는 로즈가던 옆에 있는 공연장에서 야외 음악 공연을 주로 보여준다고 한다. 다양한 꽃들의 아름다운 칼라가 짙은 녹색의 잔디와 잘 어울렸고 정원의 디자인도 혀를 내두를만큼 멋지게 조성되어있다.
세계를 다녀보면 큰 도시에는 어김없이 China Town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그 China Town이 거의 관광명소에 포함되어있다. 미국에도 유명한 관광명소로 차이나 타운이 있는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 타운이 그것인데 가보면 국내외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고 때로는 중국영화나 미국 영화의 촬영지로도 우리 눈에 매우 익숙하다. 내가 하나 더 놀랜 것은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도 번뜻한 China Town이 중앙통 시장에 서 있었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수도 아바나 거리에서도 China Town을 보았을 때는 거의 경악에 가까웠다. 아프리카에서는 만나 보지를 못했는데 아마 마음먹고 찾아보려고 했다면 분명히 어디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전세계 도처에서 상권을 형성하는 것은 그들의 타고난 근면성과 끈질긴 상술들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여기 밴쿠버에도 어김없이 그들의 Town이 있는데 여기는 한 군데가 아니고 두 군데나 있다. 본토에 있는 밴쿠버 Gas Town 옆에 China Town이 있고, 페리보트타고 건너온 밴쿠버섬 빅토리아에도 China Town이 있다. 이렇게 가까운 한 지역에서 두 개의 차이나 타운이 형성된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차이나 타운이 있어 점심은 푸짐하게 중국집에서 해결하였다.
Nanaimo는 주도 빅토리아에서 북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도시로 밴쿠버섬에서는 빅토리아에 이어 제2의 도시로 원래는 탄광촌이었으나 지금은 관광, 어업 및 임업이 주산업인 항구도시이다. 옛날에는 원주민 거주지였는지 위 사진과 같은 목각 토템폴이 여기저기 서있었다. 해안 도로가 높은 곳에 위치하여 시원한 바다를 끼고 있는데 조지아 해협이라고 한다. 중간 중간에 바다를 구경할 수 있도록 전망대가 있어 쉬엄쉬엄 쉬었다 갈 수 있다.
부차드가든에서 찍은 꽃사진을 거의 식물도감 수준으로 만들었다. 근데 아는 꽃이름은 별로 없다. 솔직히 말하면 식물에 대해서는 문외한(laymen)이다. 이 속에 장미, 양파꽃, 석남나무꽃, 붓꽃, 블루포피, 루피너스, 튤립, 벤지등 여러 꽃들이 있다고 하니까 꽃에 관심있는 분은 각자 찾아 보시기 바란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