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국립공원
오늘부터 이틀동안 재스퍼 NP를 돌아볼 예정이다. 어차피 시간은 부족해서 수박겉핡기 식으로 보겠지만 그래도 재스퍼라는 수박도 못 본 사람보다는 쪼매 나을지도 모르겠다. 구경이라는게 그렇다. 처음에는 마음을 다잡아서 있는 것 없는 것 전부 다 보고 올거라고 의기양양하게 시작을 해 보지만 조금 해보면 몸도 피곤해지고 시간도 촉박하다보면 내가 언제 그런 마음을 먹었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고 실렁실렁 편한대로 흘러가는 경향이 많다. 그럴수록 마음을 독하게 먹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아 머리에 새겨보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큰 강인 애서배스카(Athabasca)강과 미에트(Miette)강이 만나는 곳에서 마을이 생겨 재스퍼 국립공원의 중심이 되었다. 원래는 국립공원때문에 조성된 마을이 아니고 대륙횡단철도 때문에 사람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가장 북쪽에 자리잡은 국립공원이다보니 시간이 없어 밴프만 보고 가는 사람에게는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마을 그 자체는 크지 않아 거의 관광객 상대로 비지니스를 운영하며 마을 인구도 4천명을 조금 넘는다고 한다.
캐나다 록키마운틴에 있는 여러 협곡 중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협곡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애서배스카강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 말린강의 급류에 파인 석회암 바위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군데군데 협곡사이를 연결한 다리가 총 6개 있는데 이거 다 돌아보는데 총 3시간 이상 걸린다. 그래서 보통 3번째 다리까지 보고 돌아 오는데 40분정도 걸린다. 그래도 우리도 4번째 다리까지 보고 돌아왔다. 한시간 이상 걸렸다. 제일 낙차가 큰 폭포는 두번째 다리 위에서 조망할 수 있다.
사진보면 알겠지만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려 대지가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가랑비에 옷도 젖어 좀 습했지만 사진찍기에는 괜찮은 날씨였다. 말린강이 흘러가는 길을 따라 트레일이 따라가고 계속이 끊어진 곳에는 계곡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어 천천히 걷기에도 별 문제가 없는 곳이다. 때때로 계곡사이에 아직도 녹지않은 빙하가 바위에 걸려 있는 곳을 볼 수도 있다.
재스퍼 다운타운에서 약 7km 떨어진 곳에 해발 2,464 미터나 되는 Whistlers Mt.으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사실 오늘 날씨가 흐려 올라가도 경치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모두들 돈만 버린다고 올라가지 말자고 하는데도 내 혼자만 갔다 오기로 하고 혼자 Tram을 탔다. 한 두 시간 뒤에 Tram 승강장에서 나를 pickup 하기로 하고 카메라만 챙기고 안개가 뿌연 산정상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게시판을 보니 밑에는 영상 9도이고 위에는 영상 2도이지만 찬바람을 감안하면 영하 2도라 한다. 바깥에 있는 전망대에서 앞산과 뒷산 사진 몇 장 찍었는데 손가락이 얼어 붙는 줄 알았다. 몇 장 찍고나서 잽싸게 전망대 안에 있는 카페에서 손을 녹이고 손가락이 녹아 좀 살만하면 다시 나가서 사진을 찍곤 했다. 날만 좋았으면 주변의 먼 경치를 멋지게 잡을 수도 있었는데 참으로 아쉬운 비오는 궂은 날씨였다. 입간판이 전망대에 있어 날씨만 맑았으면 산이름까지 알 수 있는 산사진을 충분히 찍을 수 있었는데 운이 없게도 주위 산들이 전부 구름에 묻혀버렸다. 어찌보면 재스퍼 국립공원의 백미가 맑은 날에 휘슬러산에 올라가서 사방천지를 둘러 보는 것 일련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날씨를 보고 여기 올라오는 것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손가락 호호 불어가면서 잡은 앞에 보이는 산맥은 빛이 없어 거의 흑백사진으로 보인다. 산맥이름이 전망대 앞 입간판을 보니 Victoria Cross Range라고 한다.
말린 협곡을 통과한 모든 강물들이 흘러 모이는 곳이 말린 호수다. 말린 협곡으로 통하는 간선도로를 계속 따라 내려가면 크다란 말린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최대폭 22km 면적 2,066 헥타르에 최대수심 약 97m를 자랑하는 캐나다 록키 산맥에서 가장 큰 빙하호수다. 주변의 울창한 침엽수림과 잘 어울려 멋진 경치를 선사한다.
도로 93번과 93A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폭포로 높이는 25m 로 낮은 편이지만 수량과 유속은 공원내에서 제일 많고 그리고 제일 빠르다. 그 이유는 사진처럼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가 갑자기 좁은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니까 순간적으로 물줄기가 급류로 변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다. 낙차가 큰 폭포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이 순식간에 좁은 폭으로 변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아주 역동적인 폭포를 구경할 수 있다.
위 사진이 재스퍼국립공원 주변 지도인데 중간에 캠프장에서 빨간선으로 별도로 표시한 곳이 카벨호수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가지 않아서 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안내서에 가 볼만 하다고 나와있어 소개하는 것이다. 카벨호수 앞에서 눈덮인 Edith Cavell Mt.과 Angel Glacier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구경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