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호와 쿠트니 국립공원
밴프를 구경하고 온 사람들에게 요호와 쿠트니 국립공원을 물어보면 금시초문인 사람들이 많다. 구경을 하기는 했는데 그 국립공원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몰라서 구경을 못해서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가 밴프 국공에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지도를 안보거나 공원 안내 팻말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면 그냥 밴프를 보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원 이름이 틀린다고 해서 경치나 환경이 다른 것은 아니다. 똑같이 아름다운 산들이 있고, 에메랄드 물색의 호수가 똑같이 빛을 발하고, 흐르는 강물도 똑같은 졸졸 소리를 내며 내려가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여기가 밴프인지, 요호인지, 쿠트니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딱 한가지 차이가 나는게 있기는 하다. 시간에 쫓긴 관광객들이나 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밴프나 재스퍼를 우선 찾기 때문에 인파가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태여 비유를 하자면, 골프치는 사람들이 오전에 비가 내려 부킹을 취소해서 오후에 비가 그쳐 나가보니 골프장이 텅텅 비워져 있어 마치 나혼자 그린필드를 전세낸 것처럼, 다른 관람객이 없어 그 넓은 국립공원을 마치 우리만이 점유하고 있는 것같은 그런 황홀감에 도취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여간 요호와 쿠트니 국공을 찾는 관광객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첨부한 위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루이스호수를 보고 나와서 재스퍼쪽으로 올라가다가 길을 만나면 좌회전만 하면 바로 요호 국공으로 진입하게 된다. Yoho가 여기 거주했던 인디언 Cree족 언어로 뜻은 "Awe & Wonder"로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영어로 말하면 Awesome 하고 똑같다. 영어에 Awewonder란 단어는 없지만 Awesome이 있어 "놀랠정도로 멋지다"는 말이다.
처음으로 만나는 강물줄기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아무리 알려고해도 알 수가 없다. 위에서 부터 흘러 내려오는 다른 강은 Yoho River인데 내려오다가 말굽차기강(직역하자면) 과 합류하는 지점이 있다. 물색깔이 서로 엉겨 요상하게 변한다고 한다. 사진처럼 강은 굽이쳐 내려 오면서 주위의 쭉쭉뻗은 침엽수랑 잘 어울리고 뒤쪽에는 2514m 높이를 뽐내는 Dennis Mt. 이 굽어보고 있다.
굽이쳐 흐르는 Kicking Horse River에 자연스레이 다리같이 생긴 화강암 돌방구(돌맹이)를 부르는 말이다. 강을 건너가는 다리가 별도로 있는게 아니고 강 중간에 놓인 크다란 화강암석이 밑부분은 침식되어 그곳으로 강물이 빠져나가고 윗부분은 남아있어 마치 건너갈 수 있는 다리처럼 보여져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요호 국립공원의 백미는 바로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에메랄드 호수에 있다. 그리 큰 호수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으니까 상대적으로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호반 옆에는 깔끔한 목조다리를 놓아 숙박시설인 Lodge로 통하게 되어있다. 호텔이지만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바깥 Deck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들도 경치를 한겹 더 높여준다. 호수 주위를 산책할 수 있는 트레일이 있고 카누를 빌려 뱃놀이도 즐기고 근처에서 승마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않기때문에 더욱 더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자꾸 백미 백미하니까 자꾸 흰쌀밥 애기를 왜 하냐고 누군가가 물어 올 것 같아서 부연 설명을 한다. 백미를 한자로 쓰면 白眉인데 흰눈썹이란 뜻이다. 그 출전이 삼국지에 있는데 쥔공 유비(현덕)가 어느 마을에서 어진 선비를 찾고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마씨 집 오상(五常)이 모두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白眉)가 있는 자가 제일 뛰어나다.(馬氏五常 白眉最良)´고 알려주었다. 오상(五常)이란 상자 돌림자가 있는 다섯 형제를 지칭한다. 그래서 백미가 여러 비교꺼리가 있을 때 그 중에서 제일 빼어나다는 뜻이다.(흰쌀밥 아닙니다)
오하라 호수가 폼있다고 여행 안내서에는 나와 있는데 자연보호 구역이라 차가 들어갈 수 없고 13km를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기에 금방 접어버렸다. 그것도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단다. 주변 경관은 좋은데 쉽게 환경이 망가지기 쉬워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서 그렇단다.
폭포는 하도 많이 보아서 우리는 올라 가지 않았다. 여행 안내서에는 낙차가 매우 큰 폭포로 한번쯤 볼 만하다고 되어있는데 여행 안내서에는 거의 전부 다 볼만하다고 되어 있어 그거 다 보려고 하다가 제날 제시간에 집으로 못 돌아간다. 시간보고 되면 가서 보고 안되면 접는 취사선택의 묘를 잘 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에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지 알 수가 없다.
밴프 타운에서 루이스 호수쪽으로 가다가 93번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하면 된다. 좌회전 하기전에 오른편으로 보면 멋진 Castle 산이 떡 버티고 서있다. 사실 가보니 쿠트니에는 눈에 확 띄는 그런 미인은 없는대신 모든 산들이 수더분한 시골 처자처럼 조용하고 단정하게 앉아있었다. 밴프 도로 분기점에서 약 100km를 달려가면 유명한 라듐온천이 있어 아는 사람은 찾아가서 온천욕까지 즐긴다.
1841년에 발견된 캐나다 최대의 라듐온천은 수영복을 입고 입장하니까 라듐 온천 수영장이 적절한 명칭이다. 우리는 온천은 하지 않았지만 캠핑차(RV)로 공원내 캠핑싸이트에서 시원한 산림욕으로 정신을 맑게하고 저녁에 캠프파이어까지 즐기면서 하룻밤을 자고 밴프로 돌아왔다.
길은 오로지 하나 밖에 없어 그 길로 달리면 된다. 중간쯤 가다보면 언덕을 완만하게 올라간다. 고개 위에서 우리가 지나온 길과 저 멀리 앉아있는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이리로 지나가는 차들이 전부 이 고개 위에서 차를 대고 내려서 심호흡 한번씩하고 고개 위에서 앞산을 배경으로 인증샷 한 판씩하고 출발한다.
라듐 온천장 가기 전에 양쪽으로 장대같이 높게 생긴 바위덩어리가 마치 동굴처럼 높게 걸려있다. 이를 통과하면 긴 터널을 빠져나와 마치 신세계로 들어서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쏟아지는 햇볕 속으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좁은 협곡을 영어로 Gorge라 부르기도 하는데 큰 협곡인 Canyon보다 작은 계곡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말에 적당한 번역이 '골짜기' 가 적합한 것 같다. 그러니 싱클레어 협곡보다는 싱클레어 골짜기로 부르는게 나을 것같다.
국립공원 어디를 둘러보아도 빙하녹은 물이 숲으로 스며들어 침엽수림이 울창하다. 아직 녹지않은 빙하는 계곡사이로 난 수로에 남아있다. 자연적으로 울창한 수림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천연적인 환경이다.-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