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인 호수와 존슨 호수
앞편에서 잠깐 이야기했는데 흔히들 밴프의 꽃이라고 부르는 루이스 호수를 내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루이스 호수가 워낙 많이 알려져서 밴프하면 루이스 호수 이런 공식이 오랜시간동안 그렇게 내려오다보니 너도 나도 그렇게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를 위시한 많은 사람들이 모레인(Moraine) 호수가 경치면에서는 루이스를 능가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루이스가 1등이고 모레인이 2등이고 또는 그 반대가 되던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단지 우리는 두 호수를 다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냥 행복하기만 하다.
모레인 호수는 루이스 호수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있어 찾아 가기도 수월하다. 영어 Moraine의 뜻이 '빙하와 함께 떠밀려 내려온 퇴적물'인데 우리말 번역이 퇴사 또는 빙하퇴적물 그런 정도다. 호수 양쪽으로 그런 빙하퇴적물이 쌓여서 호수 이름을 그렇게 작명한 모양이다.
모레인 호수의 경치가 루이스 호수의 그것보다 뛰어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모레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Ten Peaks의 그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루이스 호수는 높은 빅토리아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빅토리아 빙하와 양쪽으로 서 있는 울창한 침엽수가 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모레인 호수를 보기위해 길을 따라 가면 점점 산골짝으로 들어가는 형세가 되는데 산으로 커브길을 돌면 갑자기 앞에서 여러 개의 높은 봉우리들이 녹지 않은 빙하를 머리에 얹고 연이어 나래비(줄)를 서듯이 삥 둘러가며 위엄을 보인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모레인 호수가 열개 봉우리의 그림자 아래 에메랄드 물빛을 띄우고 펼쳐진다. 여기도 루이스 호수처럼 보트를 대여해서 즐길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카약을 차에 싣고 와서 호수에서 타고 있다.
지도에서처럼 밴프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Bow Valley Pkwy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Pkwy가 끝나고 캐나다 국도로 바뀌는데 이를 타고 조그만 더 내려가면 호수로 들어가는 사인판이 나온다. 별로 크지 않은 호수로 길이는 약 1.1km 폭은 0.2km 정도로 작은 호수이다. 사실 그리 유명한 호수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Pass 해도 된다. 우리가 호수로 간 시간이 거의 해가 질 시간에 갔기 때문에 소위 사진하는 사람들에게 Golden Time이라고 말하는 그런 시간대로 멋있는 사진찍기에는 좋은 시간이었다.
Golden Time 또는 Magic Hour 라고 하는 시간대가 해 뜨기 또는 해 지기 전후 1 시간(또는 30분)으로 붉은 일출이나 석양 또는 누런 석양빛을 받는 부분이 금색으로 변하는 분위기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대로 빛이 약해지기 때문에 삼발이(Tripod)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여간 이 시간대에 사진을 찍으면 보통 때완 다른 멋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때마침 존슨 호수뒤로 보이는 돌산 Rundle Mt.(2948m) 도 석양빛을 받아 누렇게 변해가고 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산 정상이 밋밋하게 생긴게 칼로 산꼭대기를 댕강 베어낸 것 같고 산허리춤에는 아직 녹지않은 빙하 자국이 있다. 존슨 호수의 뒷산도 산정상부분은 떨어지는 석양빛에 누렇게 물들어 가고 있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어 자연 전체를 몽땅 전세낸 것처럼 고즈넉하다. 호수 주변을 그냥 걸어 다니다가 날이 더 어둡기 전에 캠핑차로 돌아왔다.
모레인 호수 옆으로 솟아 오른 돌산의 상층부 맨 꼭대기를 망원렌즈로 확대해보니 모진 풍상에 견뎌낸 조그마한 돌탑의 모양새가 마치 사람손으로 쌓아 올린 것처럼 기묘하다. 억만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조물주가 손수 만든 불후의 명작이라 할 만 하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