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왜 가냐고
2016년 7월 21일(목) 맑음
모두들 인도에 왜 가냐고 물어오는데(특히 인도에 가보지도 않고 귀동냥으로 들은 사람들이) 그건 산에 왜 가냐고 묻는 것하고 똑같다.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산에 가듯이 인도가 그곳에 있기땜에 인도에 가는 것이다. 왜 가냐고 물어보는 이유가 대부분 갔다온 사람들에게 들은본바 인도가 더럽고 복잡하고 치안이나 여행환경이 열악한데 왜 가냐고하는 것이다. 네팔을 다녀온 내가 네팔이나 인도나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겠냐고 하면서 별다른 궁색한 변명이나 이유를 대지않고 훌쩍 떠나왔다. 그래도 이번엔 자유배낭여행도 아니고 가이드투어 여행도 아니고 그 중간 형태로 배낭여행은 하되 현지의 길라잡이를 이용하여 이동시 호텔과 버스나 기차같은 차편예약을 서비스받고 현지에서의 여행은 내가 볼 곳을 내가 결정하여 가이드없이 혼자 둘러보는 그런 방법을 처음으로 해본다. 쪼매 편할 수는 있지만 배낭매고 돌아다니는 것은 똑같다.
이번 인도 배낭여행은 총 22일인데 대부분은 위 경로처럼 북인도를 돌아보고 뉴델리 이남은 타지마할이 있는 Agra와 흰두교의 최대 성지 Varanasi만 둘러보는 것이다. 여정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뉴델리로 날아가서 시내구경을 몇 군데 하고 기차로 “사랑의 도시"라고 하는 Agra로 이동해서 타지마할과 아그라성을 보고나서 다시 기차로 바라나시로 이동하여 흰두교 최대의 성지를 한번 둘러보고 다시 뉴델리로 올라오는 것이 첫번째 여정이다.
두번째 여정은 본격적으로 북인도를 여행하는 것인데 길이 그렇게 녹녹치않다. 최대 복병은 고산병이다. 특히 중국과 경계를 이루는 Ladakh(라다크)지방은 3500-5500미터의 고산지대로 대부분 여행자들이 고산병을 겪게되어 마음대로 여행하는 것이 쉽지않다. 우리가 가는 길중에 차가 다니는 도로중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개를 통과하여야 하는데 해발 5,328미터로 Tanglang 고개라 한다. 북인도 여정을 개괄적으로 훝어보면 이렇다.
뉴델리에서 저녁버스를 타고 약 15시간을 달려 첫번째 하룻밤 묵고 갈 마을 Manali에서 쉬어간다. 통상 인도의 스위스라고 치켜 세우는 휴양지로 북인도로 올라가기 전에 마치 속세를 떠나 별천지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여기서 에너지를 비축해서 출발한다. Manali에서 Leh까지 하룻만에 갈 수가 없어 중간에 사추(Sarchu)라는 곳에서 자고 가야한다. 마날리에서 사추로 가기 위해서는 로땅패스(pass)라는 고갯길을 넘어가야 하는데 하나의 고갯길이 아니고 고개를 넘고 넘어 스무고개가 아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고개를 넘어간다. 문제는 산길도로의 폭이 너무 좁다. 그래서 대형 트럭이나 버스를 마주보고 고개길 커브를 돌아 나올 때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만약 바깥쪽 차바퀴 하나라도 길을 벗어나게 되면 차는 천길 아래로 낙하해야만 한다.
사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목적지 Leh로 이동하는데 이 길이 제일 험난하고 해발고도도 높아 모두들 고산병으로 몸서리친다. 가는 길 중간에 위에서 언급한 자동차 도로중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Tanglang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런 고생끝에 도착한 Ladakh의 중심지 Leh에 도착하면 마치 사막을 헤매다가 시원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Leh도 평균 해발 3,500미터에 위치한 고산지대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3,500미터 고산에 적응이 되어버린다.
Leh에서는 며칠 머무르면서 각자가 알아서 일정을 소화한다. 100km 떨어진 곳에는 판공호수라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이름을 올리는 그 곳을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다녀올 수도 있고 아니면 Leh 근처에 산재한 티벳불교사원(곰파)들을 둘러 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호텔에서 맘대로 딩굴어도 된다.
다음은 Leh에서 까르길을 경유하여 스리나가르라는 마을에서 하룻밤 쉬어간다. 다음 날 이번 북인도 여행의 마지막 정착지이고 달라이 라마의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향한다. Dahramshala는
1950년 중국이 티벳을 강제로 병합하자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그의 추종자들을 데리고 히말라야산맥을 걸어서 넘어 북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곳으로 지금까지 티벳의 자주독립정신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버지니아 비치 - 보스톤
뱅기를 무려 3번이나 갈아타고 인도 뉴델리로 들어간다. 일단 버지니아 비치에서 보스톤으로 날아갔다. 1시간 반동안 대서양 연안을 따라 북상하였다. 창가에 앉아 잘하는 항공사진을 몇 점 찍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대서양 물결이 금방 잡아올린 팔딱이는 물고기 비늘처럼 빛났다. 그리고 보스톤 가까이 가서는 희미하게 고동같이 말려올려간 육지끝이 Cape Cod 같았다. 그걸 지나자 뱅기는 급선회하여 내륙쪽으로 기수를 틀어 금방 보스톤에 내려 앉았다.
보스톤 - 두바이
약12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음악듣다 조불고 책보다 조불고 멍때리다 조불고 그러나 비행경로를 모니터로 볼 때는 전혀졸지 않았다. 이게 나에게 제일 흥미있었던 모양이다. 자리에 장시간 앉아 있으니 뱃살이 불어서 그런지 왼쪽 갈비뼈 아래쪽이 압박을 받아 우리하게 저려왔다. 잠이라도 푹 들었으면 좋으련만 무슨 횟감처럼 잘게 잘게 토막내어 썰어서 자고 나니 12시간이 너무 지겨웠다. 뱅기는 대서양을 동네 실개천을 건너가듯 훌쩍 건너 뛰어 영국본토 남단인 런던상공으로 통과해서 도버해협을 건너 독일 남부지역으로 들어선다. 독일 남부지방 문헨성공을 통과하여 체코 수도 프라하 그리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상공으로해서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 상공을 지나 흑해 아래쪽으로 해서 터어키땅으로 들어서서 앙카라 약간 위쪽으로 해서 터어키 영토를 가로로 질러 이라크상공을 피해(내 바램으로 이라크 국경을 통과하면서 미사일이라도 한 방 맞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란국경을 넘어 대각선으로 질러 이란의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하고 옛 실크로드의 경유도시였던 쉬라즈 상공을 통과하여 페르시아 걸프만을 건너 두바이로 내려 앉았다. 7년 사이에 세번째로 경유하는 두바이 공항이다. 총거리 10713km를 약 12시간에 주파한 셈이다.
두바이 - 뉴델리
두바이에서 환승터미널로 가자마자 바로 뉴델리로 가는 연결편으로 갈아탔다. 뉴델리까지 1363마일을 2시간 40분 걸린다고 하는데 약 3시간 걸렸다. 항로는 직선거리로 두바이에서 이란 남부를 통과하여 파키스탄을 가로질러 뉴델리로 향하였다. 창가 자리라 아니라서 항공사진을 못찍었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카매라를 들고 내 자리를 찾아가니 검은 천으로 몸을 꽁꽁 싼 몸집이 자그마한 인도처자가 먼저 앉아 있었다. 너 자리 맞냐고 물어보니 대답대신 턱으로 지 옆자리를 가르키며 앉으라고 한다. 내 자리는 복도쪽이고 지 자리는 중간이다. 이건 양해도 없고 먼저 앉은 뇬이 임자란 태도같아 승무원 불러서 결국 내 자리를 차지했다. 무개념 인도여자로부터 인도의 첫인상을 그렇게 받았다.
뉴델리 공항에서 접선하기로 한 모델K를 만나고 짐을 찾아 공항밖으로 나오니 한여름의 따끈한 태양이 숨을 막히게 한다. 미국 버지니아 비치보다 습도가 더 높은 것 같다. 긴 바지에 긴 머리칼에 눌러쓴 모자 밑으로 땀이 송골하게 맺힌다. 잘못된 계절에 인도를 찾은 것 같다. 앞으로 4주간 버텨낼 인도의 여름철 날씨가 복병처럼 가슴 깊숙이 엄습해왔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