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바라나시와 사르나트
7/25/2016(월) 맑고도 쾌청
국토면적의 크기로 순위를 매겨보면 러시아 - 캐나다 - 미국 - 중국 - 브라질 - 호주에 이어 인도가 세계 7위이다. 철도의 총길이로 순위를 보면 미국 - 중국 - 러시아에 이어 인도는 4위에 든다. 인도 전역에 깔린 철도의 총길이가 약 6만 km로 하루에 열차를 이용하는 이용객이 약 천만명으로 이들이 들락거리는 기차역이 전국에 약 7천개가 된다고 한다. 인도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는데 이 식민지기간 동안 약 80%의 철도가 놓여졌고 독립후
나머지 철도가 증설되었다.
그런 덕분에 오늘 우리도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내려간다. 기차 종류도 다양하게 있는 모양이다. 제일 싼 기차는 이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이 없고, 특등으로 누워서 가는 침대차도 있고 그 중간으로 앉아서 가다가 밤에는 의자를 펴서 누워갈 수 있는 기차도 있다. 하여간 인도를 여행하는데에는 반드시 기차를 이용하게 되어있다.
흔히 하는 말로 "요단강 건너 간다." 또는 "바라나시 간다" 는 말이 있는데 둘 다 황천길로 간다는 소리로 우리말의 "골로 간다"는 의미다. <골로 간다>는 원래의 의미가 <골짜기로 간다>는 말인데 한국전쟁시 본인들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에 골짜기로 데리고 가서 총살시켜 버린다는 의미로 골(짜기)로 데리고 간다고 해서 유래된 말이다. 바라나시 간다는 소리는 힌두교인들이 최고로 바라는 소망이 죽어서 갠지즈강이 흐르는 바라나시 화장터에서 육신을 태워 그 재를 갠지즈강에 뿌려지는 것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윤회의 사슬을 끊고 해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바라나시로 저녁먹고 야간기차를 타고 밤새도록 달려 아침 9시경 Varanasi 기차역에 도착했다.
Kashi 혹은 Benares라고도 불리우는 바라나시는 갠지즈강 서쪽 강 둑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흰두교인들의 최고의 성지로 손꼽혀 힌두교인들 뿐아니라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성지(한가지 이유는 물가가 싸니까 그런 것 같다)로도 각광을 받는다. 이번 여행일정에 들어있는 마지막 도시로 타지마할이 있는
Agra에서 기차를 타고 밤새도록 달려 이동한 것이다.
바라나시가 힌두교인들에게 성지가 된 이유가 바라나시를 관통하는 성스러운 갠지즈강 때문이다. 강에 몸을 담가 축복을 바라고 죽은 자들에게는 강가에 있는 화장터에서 재로 변함으로써 다음 내세를 확실하게 기약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바라나시는 인도 고전음악의 고향으로 수많은 유명한 음악가, 철학자, 시인, 작가들이 바라나시에 거주하였거나 거주하고 있어 향토 문화의 원천지로도 인식되는 곳이다.
바라나시 관광의 백미는 보트를 타고 3.2 km(2 mile)나 아래 위로 뻗어있는 Ghat를 보트 위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이렇게 길게 뻗어있는 강가에 약 100여곳의 Ghat가 있고 두 개의 화장터가 있어 가트에서 시신을 태우고 목욕을 하고 제를 올리고 빨래를 하는 힌두교인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구경하는 것인데 홍수로 이런 구경거리가 다 날아가 버렸다. 특히 젊은 사제들이 저녁에 의식을 진행하는 아르띠푸자는 볼만한 구경거리로 많은 현지인과 외국 관광객이 모여 들어 성황을 이룬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였는데 그것을 볼 수 없게되어 실망이 컸다.
바라나시에 약 700개의 힌두사원이 흩어져 있는데 갠지즈강 그 자체보다도 더 숭고한 사원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갠지즈강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여신으로 숭배받고 속세의 모든 죄를 정화시켜주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힌두신자들은 매일 매일 강에서 목욕하며 몸을 정화시키고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 오일램프에 꽃을 장식하여 강물에 띄우며 여신에게 경배를 드린다. 이를 Diya라 한다. Ghat에 가 보니 이런 물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이런 정화의식을 보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 보트를 타고 나가 강위에서 구경하는 것이 관광상품화 되어 있다.(현재는 불어난 강물땜에 위험하다고 전면금지되어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구경거리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이 퍽 애석하였다.
바라나시의 또 다른 명물은 미로같은 골목길을 구경하는 것이다. 좁은 곳은 사람 둘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길에 소들과 송아지들이 종종 길을 막아 있어 난감하기도 하였다. 이런 길을 따라 강쪽으로 따라 내려가면 Ghat가 나오는데 그 골목안 집집이 게스트하우스나 간이 식당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 중에 한국말을 배워 한국 여행자 고객을 유치하는 현지 인도인 한국식당이 3 군데 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겸업)이 4개나 있어 한국 여행객 유치에 상호 경쟁적이다.
비록 소들과 공존하는 지저분한 바라나시이지만 도로 곳곳에는 우아한 인도 전통의상으로 치장한 마네킹이 돈없고 가난한 현지 인도 여성의 본심을 유혹하기도 한다
뜨거운 7월의 바라나시에는 힌두교의 전통적인 축제가 한창이었다. 바라나시 시내에 있는 어떤 사원(temple)을 참배하기 위하여 나래비(줄)가 엄청나게 길다. 인도 전역에서 다 몰려 온다고 한다. 모두들 주황색 옷으로 마치 단복을 맞춰 입은 듯 옷색상만 보아도 순례자임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 달간 계속되는 힌두축제를 즐기는 순례자들에게 카매라를 들여데도 상당히 우호적으로 호응해준다. 그 점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래 위로 주황색 순례복을 입은 자들을 뉴델리에서, 아그라에서, 기차타고 오면서 잠깐 쉬어가는 시골 간이역에서 보았다.
젊은이부터 늙은이까지 한결같이 맨발의 청춘들이다. 힌두교인들이 일생에 한 번 바라나시를 성지순례하는 것이 그들의 바께쓰 리스트의 1순위라고 하니까 바라나시라는 성지가 가지는 위상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이슬람교인들이 평생에 Mecca 순례를 염원하듯이, 티벳인들이 평생에 라싸의 포탈라궁 참배를 염원하듯이,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염원하듯이, 불자들이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나 성지를 순례하는 것들이 모두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꿩대신 닭은 아니지만 바라나시의 갠지즈강을 대신해서 가보고 싶은 곳이 근처에 있어 아침 일찍 그곳으로 갔다. 부처가 해탈한 후 처음으로 설법을 편 곳이 힌두 최대의 성지인 바라나시에서 10km 떨어져 있는 사르나트(Sarnath)로 불교 4대성지(四大聖地) 중의 하나다. 참고로 불교 4대성지는 부다가 탄생한 룸비니(인도 국경에 접한 네팔에 있슴), 보리수 나무밑에서 득도한 보드가야(Bohd Gaya), 첨으로 설법을 하신 사르나트(Sarnath) 그리고 열반에 드신 쿠시나가르를 말한다. 4대 성지에 4곳을 추가하여 8대 성지가 있는데 위 사진에 있는 산캬사, 슈라바스티, 바이샬리, 라지기르로 부처님의 큰 행적이 있는 곳으로 지정되었다.
아침 일찍 녹야원에 톡톡(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소형차)으로 모델 K와 도착했다. 그러나, 기원전 528년에 보드가야(Bodh Gaya)의 보리수 밑에서 도를 통한 부다는 톡톡이 아니고 그 먼 길을 걸어서 내가 아침에 도착한 녹야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5명의 제자를 모아 놓고 처음으로 불법을 설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초전법륜으로 Dharmachakra라고 하는데 불법을 다르마(Dharma)라고하고 바퀴(wheel)를 차크라(chakra)라고 해서 요새말로 하면 첨으로 5명 대중의 법회에서 법어를 남긴 셈이다. 그러나, 대중은 5명이 아니고 그곳의 사슴도 추가되는데 아마도 녹야원에서 뛰어 놀던 사슴들도 귀를 쫑끗 모아 부다의 설법을 들은 모양으로 위 사진처럼 불교사원에는 2 마리의 사슴이 법륜을 마주보고 앉아있는 형상물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초전법륜을 상징하는 것이다.
녹야원으로 가는 길에 불교사원이 하나 우뚝 솟아 있는데 그림으로 많이 본 사원이다. Bodh Gaya에 있는 Mahabodhi Temple을 본따서 녹야원에 우뚝 세워 놓았다. 스리랑카의 승려 Anagarika Dharmapala가 설립한 Maha Bodhi Society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사찰로 경내에 초전법륜을 재연한 동상이 있고 1931년 보리수(Bodhi Tree)를 원래의 보리수나무에서 파종하여 심었다고 한다. 현재 사르나트에는 버마, 스리랑카, 중국, 티벳, 태국, 한국과 일본 사찰이 있다고 하는데 시간도 없고해서 박물관 앞에 있는 가까운 태국 사찰만 한번 휙 둘러보고 왔다.
다섯마리 코브라가 수행정진중인 부다 머리 위에서 더위나 비를 막아주는 차양막 역활을 하고 있다. 왜 그렇게 하냐구요? 부다의 높은 덕에 감응하여 자발적으로 그렇게 했다라고 하는 해석이 있다.
위 사진에 재연된 법회의 5명의 비구들이 원래는 같이 수행정진한 도반(친구)이었지만 먼저 뜻을 얻은 부다의 위엄에 눌리어 자발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아니꼬울 수도 있었겠지만.... 혹시 부다가 어쩌면 우연히 마주친 그들에게(예전에 안면이 있으니까) 이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녹화된 기록도 없으니까 걍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니들 이리로 모여봐. 내가 한 수 갈케줄테니. 내가 Bodh Gaya에 있는시원한 보리수밑에서 수도정진하였는데 49일째 내가 하나 깨우친게 있었어. 그게 바로 이런거야...... 너그들 백날 그렇게 앉아있어 봤자 배만 고프지 득도하기는 힘들어. 내가 깨우친게 바로 이런거야..."
부다가 설한 초전법륜(初轉法輪)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다섯 명의 도반들에게 말하기로
"수행정진함을 쾌락으로만 추구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고행으로만 해서도 안되데이. 적당하게 중간으로 알아서 하거래이. 그라고, 인생살이가 원래 고통스러운거다. 너그도 눈으로 봐서 알겠지만 생노병사(生老病死)가 인생의 함축어가 아니냐. 혹 인생이 잘 풀려 고통이 아니고 (S그룹 이회장처럼) 잘 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잃지 않으려고 집착을 해 보지만 그게 어디 길게 갈 수 있나. 그러니 이런 모든 허한 맴의 집착을 멸하려면 내가 깨우친 도딲는 방법을 갈케 줄게니 그리하면 된데이. 이걸 쪼매 유식하게 표현하면 이 네가지를 고집멸도(苦集滅道)라고 하는 사성제(四聖諦)라 하는데 이중 마지막 도(道)를 실천하는 세부전략을 팔정도(八正道)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다.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
정사유(正思惟) · 정사(正思): 바르게 생각하기
정어(正語): 바르게 말하기
정업(正業): 바르게 행동하기
정명(正命): 바르게 생활하기
정정진(正精進) · 정근(正勤): 바르게 정진하기
정념(正念): 바르게 깨어 있기
정정(正定): 바르게 집중하는 것이다.
혹시 너그 다섯명 중에 내 없는 사이 다른 깨우침 그룹인 사이비로 빠진 사람이 있더라도 괜찮다. 그러나 바르게 사는 것이 모든 종교의 똑같은 목표이니 각자가 알아서 하거래이."
5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원통형 불탑으로 지름이 29m, 높이가 40m나 되는 것으로 페허뿐인 사르나트 유적지 위에 우람차게 홀로 솟아있다. 추정하기로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기념하여 후대에 세운 탑으로 하단부에는 돌아가며 표면에 여러가지 형상이 조각되어있어 자세히 올려봐야 눈에 들어온다. 어느 나라 스님인지는 몰라도 열심히 탑돌이를 하고 계셨다. 지금은 폐허이지만 그 옛날에는 불교의 중심지였던 사르나트는 중국 승려인 법현의 "불국기"나 현장의 "대당서역기" 속에는 번성한 불교 도시로 묘사되어 있다.
사르나드 유적지 안에서 발굴된 아쇼카대왕의 석주는 고대인도 마우리왕조의 아쇼카대왕(재위기간 272-232 BC)이 불법을 널리 전파하기 위하여 세운 돌기둥 기념비로 높이는 약 15m로 기둥머리부분에는 동물조각상을 올려놓고 아래에는 왕의 칙령을 새겨 놓았다. 특히 사르나트에서 발굴된 석주에는 기둥머리부분에 동서남북 사방으로 포효하는 사자 4마리가 등을 대고있는 조각상이 발견되어 그 머리부분 원본이 현재 사르나드 고고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1910년에 세운 고고학 박물관으로 영국 식민지시절에 발굴한 불교 유적을 보관하고 있다. 여기 보관된 최고의 국보급 보물은 마우리왕조의 아쇼카대왕이 세운 Ashoka's Pillar(아쇼카의 석주) 위에 있는 Lion Capital로 네 마리의 사자가 동서남북 방향으로 포효하는 형상으로 현재 인도의 국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카메라, 손전화기등 쇠붙이 일체와 손가방을 들고 갈 수 없어 입구에 있는 사물함 Box에 넣어놓고 가도록 되어 있다. ㄷ형으로 배치된 박물관은 5개의 전시실과 2개의 갤러리로 되어 있는데 주로 돌부처상이 시대별로 전시되어있다.
아쇼카왕이 세운 pillar의 사자상으로 태국 사찰앞에는 그 사자상 위에 법륜을 하나 더 올려 놓았다. 진본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데 실내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사르나트 고고학 박물관 앞 거리에서 숫불에 구운 옥수수를 파는 12세의 어린 주인장과 모델K의 인증샷. 모델 K의 얼굴색을 조금만 더 태우면 서로 호형호제가 가능할 것 같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