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킴 May 08.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인도편 6

마날리에서 사추까지

2016년 7월29일(금) 오전 비,흐림과 오후 맑음



   드디어 산중 오지로 들어가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안개가 산정상을 덮고 있다

아침 7시반쯤 마날리를 출발해서 오늘 숙박하고 갈 사추(Sarchu)로 향해 떠났다. 어제 저녁부터 비가 처자 가슴처럼 부드럽게 사부작사부작 나뭇잎을 적시고 있었다. 활짝 열어논 호텔방 뒷문으로 들리는 빗소리는 낭만적이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지만 나의 위아래 생리현상은 별로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한국약 정로환을 포기하고 현지 약국에서 산 감기약과 지사제(쉽게 말하면 설사중지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현지 바이러스는 현지 약으로 퇴치해야 한다는 위대한 로마 격언을 믿어 보기로 하였다. 어제 하루종일 물말고는 입에 댄 것이 없었다. 어차피 입으로 들어 간 물의 양보다 똥꼬로 흘려보낸 물의 양이 엄치 많을테니까 물이라도 조금씩 흘려보내주지 않으면 탈수증세가 온다고 절친의 카톡문자에서 경고가 뜨서 물은 마셨다. 예전에 어디 재난 현장에서 TV리포터가 한 말이 생각났다. 일반 남자들이 물이나 음식을 입에 대지않고 생존가능한 날수가 16-20일이고 여자는 그것의 두 배라고 한다. 여자들은 피하지방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일반 남자인 지노는 이틀동안 물로만 버텨도 끄떡 없었다. 혹시나 살이 좀 빠졌나 싶어서 누워서 고무줄같이 출렁거리는 뱃살을 잡아 쭉 댕겨서 가늠해 보았더니 전과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나도 여자처럼 피하지방이 두꺼워 조난시에는 일반 남자보다 두 배나 오래 생존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쪼매 안심스러운 것 같기도 하였다.





   빗속으로 출발하다


우리를 태우고 출발한 18인승 봉고버스

마날리에서 출발할 때도 비가 부슬부슬 내려 먼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었다. 마날리를 벗어나자 우리가 탄 소형버스는 산길로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마날리가 해발 2050m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형세이다. 오지의 이렇게 험하고 얄궂은 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오지라면 남미의 안데스산맥이나 호주의 Outback이나 아프리카의 사막같은 길들을 다녀 보았지만 이런 길은 아니었다. 미국서 살면서 다녀본 험한 산길은 로키산맥이 남북으로 관통하는 콜로라도주의 로키산을 겨울에 자동차로 넘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산허리로 난 도로가 나사의 홈처럼 그렇게 완만하게 빙빙 돌아가지만 그래도 나사 홈과 홈 사이는 그렇게 촘촘하지는 않았고 도로폭도 엄치 넓었고 위험한 구간에는 튼튼한 가드레일이 설치되어있어 안심mode가 되었지만 여기 산길도로는 그렇지 않다. 일단 도로폭이 너무 좁다.그래도 대형 트럭과 버스가 마주보고 무사하게 지나가는 걸 보고 그들의 운전솜씨에 경탄했다.


저렇게 가드레일이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없다


이런 내리막 커브길에는 가드레일이 없다


첩첩산중에서 만나는 트럭의 대부분이 유류를 운반하는 기름차

위험한 커브지역에 가드레일이 거의 없다. 있다면 도로 끝쪽에 돌들을 몇 개 그냥 덩그러니 놓아 두었다. 운전자에게 그 돌을 넘으면 낭떠러지라는 표시나 경고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산허리로 난 도로 사이의 간격이 너무 촘촘하다. 산들의 해발고도가 하도 높아서 그런 것 같았다. 때론 커브길을 돌고 다음 커브길로 돌아서면 방금 지나온 길이 불과 몇 미터거리로 바로 밑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기 산길 도로가 거의 비포장도로로 길이 고르지 않아 차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요동을 치는데 멋진 경치가 보여 차안에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보려고 카메라를 두 손으로 잡다보면 때론 좌석에서 튕겨나가는 수도 한 두번 있었다. 진짜로 무시무시한 위험이 이 산길 도로에 숨어 있는데 비나 홍수로 산사태로 도로가 막히거나 산에서 집채만한 돌방구가 예고도 없이 굴러 내려와 차량을 덮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lotto나 벼락맞을 확률정도이지만 길가다가 그런 사고현장을 보기도 하였다.


구름은 산위에 안개는 길위에 가야할 길은 구곡양장이다


길이 막혀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을 섰다

처음으로 구간이 막혔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한 산사태로 길이 반이 막혀 포크레인이 공사중으로 일방통행으로 번잡해서 한참동안 기다려야 했었다.



도로 중간중간에 보수공사를 하는 현장





  안개속으로 사라지다


흐린 날씨속에 안전운행을 빌어 보았다

마날리 뒷산으로 산 길을 돌고 돌아 올라오는 아침시간에는 안개가 앞뒤로 길을 막고 있었다. 지명이 팔찬(Palchan)이라는 곳에서 길이 좌우로 갈라지는데 차들이 쉬었다 가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대로 지나쳤다. 커다란 커피 포트를 들고 이 차 저 차로 차를 팔러다니는 현지인 행상들이 그들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마 이 구역이 안개로 뒤덮여 운전하기가 제일 힘들었던 곳으로 기억되었다.


두꺼운 안개층으로 가시거리가 별로 없다


산계곡으로 내려 앉은 안개로 산등성도 안개속으로


차를 팔고 있는 현지 행상인


산길 아래쪽에는 안개로 덮여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염소떼가 갑자기 도로를 점령하자 차들이 기다려야 했다






   첫번째 고개길 Marhi 정상에서 휴식을
                 

휴게소 마히

마날리에서 34km 지점 고갯길 정상에서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정차하였는데 지명이 Marhi로 고도가 11,200피트로 되어 있다. 미터로 환산하면 3675미터로 낮은 곳이 아니다. Chamba Dhaba가 무슨 말인지 물어보니 참바는 이 부근의 지명이고 다바는 휴게소 간이식당이라고 한다. 여기서 첨으로 티벳 여행길에서나 볼 수 있는 오색천으로 장식된 깃발인 다르촉을 볼 수 있었다. 티벳 특유의 양식 탑이나 다른 깃발장식도 볼 수 있었다. 마침 휴게소에서 쉬고 있을 때 굉장한 오토바이 엔진소리와 함께 서양인 한무리가 오토바이를 몰고 휴게소 앞에 정차하였다. 그 중에 금발의 중년 여성 rider가 있어 우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다르촉과 불탑


폼나는 금발의 rider로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왔다


마히 휴게소에서 모델K의 인증샷



마히 휴게소를 지나 산고개에 올라 마히 휴게소를 내려다 보았다


산고개에서 우리가 지나 온 길을 내려다 보니 아득하기만 하다






   체크포인트에서 휴식을


체크 포인트에서의 이정표

마날리에서 다시 두시간쯤 달려가면 해발 3140m의 체크포스트가 있어 운전수가 서류를 제출하는 동안 잠시 버스밖으로 나와 쉴 수 있다. 지명을 보니 Koksar라고 하는 곳이다. 오늘 사추(Sarchu)로 가는 길 도중에도 여러번 경찰의 체크 포인트에서 내려 쉬어 간 것 같았다. 거리표 이정표를 보니 마날리에서 겨우 71km 달려왔다.


여기 체크 포인트를 구글지도에서 찾아 보았다. 마날리를 출발해서 짙은 안개에 쌓인 팔찬을 지나 마히 휴게소에 잠깐 쉬었다가 계속 올라오다 505번 도로를 만나 좌회전하여 상구 북쪽으로 길을 잡아 체크포인트가 있는 Koksar가 지도상의 시수(Sissu) 근방이다.



산중으로 들어가자 무슬림 종족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체크 포인트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현지인들


북인도 오지에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

사진으로 보아도 제법 높게 올라 온 것 같다. 구름이 산정상에 걸려있고 저 아래 길로 우리가 조금전에 지나온 산길로 차 한대가 내려가고 있다.


오지 산중의 마을

산길을 달리다 보면 첩첩산중에 몇몇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곳을 볼 수 있다. 거의 자급자족으로 살아 가는 것 같다. 사는게 실상은 어떨련지 모르지만 그래도 겉보기에는 큰도시 뉴델리나 바라나시같은 아수라장에서 살아가는 인도인보다는 훨씬 목가적이고 푸른색이 싱싱해 보인다.


곳곳에 다르촉을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오늘 이동구간중 제일 높은 고개 바라라차


바라라차 고개의 다르촉

해발 4890m의 바라라차는 사추(Sarchu)로 가는 길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고산증세를 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모델 K가 한국에서 가져온 멀미약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사진찍을 때는 무척 힘이 들었다. 사진기 샤터누르는 것이 군대에서 M-16 실사격 연습하는 것과 유사하다. 둘 다 목표물을 조준해서 셔터나 방아쇠를 누르거나 당길 때 일시적으로 호흡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준이 틀려지게 되어 훌륭한 사격선수나 카메라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숨을 연달아 쉬어도 부족할 판인데 샤터를 눌릴 때마다 호흡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사람을 제대로 길위에 서 있기 조차 힘들게 하였다. 결국 피로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쪼그려쏴 자세로 사진을 몇장 찍었다.



바라라차고개위의 다르촉


고개 위에 어느 님이 세워논 돌탑


돌뿐인 산중 오지의 민둥산


고개 위에 올라 와서 돌아 본 지나온 길


고개 부근의 산정상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다



계곡으로 흘러내리다 멈춘 빙하





   겨우 목적지 사추(Sarchu)에 도착


마날리에서 사추까지

북인도 지도에서 Manali에서 Leh까지의 구간만 찍었다. 우리가 오늘 자고갈 Sarchu는 워낙 작은 마을이라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아 내가 만들어 넣었다. 사추 바로 위의 굵은 사선은 굽이치는 강표시가 아니고 주경계선 표시다. 사추까지가 히마찰프라데시(Himachal Pradesh)주이고 사추를 지나면 잠무 카시미르(Jammu Kashmir)주로 들어가게되어 오른쪽으로 중국, 왼편으로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Leh가 바로 잠무 카시미르주에 있어 이렇게 힘들게 오지 산중으로 가고 있다. 특히 카시미르지역은 현재도 파키스탄과 영토분쟁을 다투고 있는 지역이다.



푸른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민둥산인 돌산


구글지도로  시수에서 사추까지 달려온 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체크 포인트인 Sissu를 떠나 랠링 - 키롱 - 지스파를 그대로 통과하고 징징바(지명이 특이해서 금방 외워진다)에서 늦은 점심시간을 가졌다.



장징바의 간이 카페


북인도에서 운행하는 시외버스

징징바에서 시외버스를 보았다. 힌디어로 되어 있어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길이 하나 뿐인 북쪽으로 가는걸보아 우리와 같은 방향인 것 같았다. 오지에서 저런 현지버스로 여행하는 것도 꽤 낭만적일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북인도 오지여행은 저런 현지 시외버스로 해야지하고 기약없는 공수표만 허공에 날려 보았다.



버스 속의 라다크의 후예들


텐트호텔이 있는 사추

나의 업보(Karma)를 갚기위해 또 다른 고행을 버터 내기로 마음먹고 오늘도 하루종일 물만으로 연명하며 깊은 산중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어제 오후부터 복용한 현지 감기약과 지사제가 효과가 있어 오늘 내내 차를 타고 오면서도 자연이 나를 부르지 않았다.( Nature didn't call me를 그대로 풀어 적었다. Nature calls me는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화장실간다는 말이다) 일단 위아래로 흐물흐물한 물이나 유색액체가 나오지 않으니까 뱃속이 안정되어 요동치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살만해서 배고픔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풍광좋은 경치를 보다가 말다가 하다가 텐트호텔이 있는 사추(Sarchu)에 도착해서 텐트를 배정받자 말자 바로 침대로 올라가서 죄많고 피곤한 육신을 뉘였다.



사추 근방의 메마른 하천

육신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진통제같은 약이 아니라 오로지 이곳 저곳에 널려있는 오지의 시원한 감로수같은 이런 풍광 뿐이었다. -JH-



작가의 이전글 지노 배낭여행기 - 인도편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