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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Jul 09. 2017

지노 배낭여행기 - 남태평양편 4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2017년 5월 21일(일) 맑음


Hawai'i Volcanoes 국립공원


화산 국립공원 표지판

 아일랜드(정식 섬이름은 화와이 섬이지만 자칫 화와이 전체 섬과 혼동이 될까봐  섬을  아일랜드로 부른다)  찾아가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국립공원을 보러 간다고 보면 된다.  아일랜드 동쪽에 Hilo라고 하는 비행장이 있는 마을이 오늘 내가 이동하는 곳으로 오하우섬 호놀룰루 공항에서  1시간 정도 걸리고, 화산 국립공원은 여기서  27마일(43km) 떨어져 있다. 다른 비행장은  섬의 서쪽에 Kaiua-Kona라고 하는 마을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Kona 커피의 원산지로 미국에서 유일한 커피 생산지이다.   전체가 화산지대였던 관계로 커피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화산 토질(물이  빠지고 토양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500 정도의 자영 농장 업자들이 커피를 재배한다고 한다.




  바로 국립공원으로 달려가

착륙직전에 잡은 Hilo 비행장 바로 옆 바닷가 풍경

공항에 내리자마자 예약한 렌터카를 받아서 화산 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나의 또 다른 바께스 리스트의 중의 하나가 미국 국립공원을 전부 탐방하는 것인데 전체 57중에 하와이에 2개 있어 이번 여행으로 목표치에 좀 더 근접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일단 Visitor Center로 갔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반드시 Visitor Center가 있는데 대부분의 공원 면적이 광대하여 공원 입구가 한 군데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군데 있기 때문에 가능한 Visitor Center가 있는 입구로 들어가서 여기에 전시된 여러 자료들을 보고 가는 것이 다양한 정보를 얻어 공원을 효과적으로 둘러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Big Island에 있는 Hawai'i Volcanoes 국립공원

하와이 화산공원의 면적이 무려 25만 에이크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어 다른 익숙한 크기와 비교를 해봐야 한다. 1916년에 조성된 공원으로 공원 안에 4169m 높이의 산인 마우나로아(Mauna Loa)가 있어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150 mile(240 km) 길이의 트레킹 코스도 있어 다양하고 특이한 동식물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이 약 80만 평이라고 하길래 화산공원의 면적을 평수로 환산해보니 ( 1 에이크=1224평)

306백만 평으로 여의도의 380배에 달한다. 이렇게 비교해보면 화산 공원의 크기가 얼마나 방대한지 감이 조금 온다.





  Visitor Center에서 알아낸 맞춤형 투어


4시간짜리 투어 약도

비지트 센터에서 알아낸 정보이다. 나처럼 바쁜 방문자에게 딱 맞은 코스로 약 4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1번이 지금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킬라우에아(Kilauea) 크레타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Jaggar Museum이 있는 곳이고, 2번이 Chain of Craters Road를 타고 내려가면서 광활하고 거무튀튀한 화산석 지대를 구경하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고, 3번이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구간으로 차를주차해놓고 걸어서 가야 한다.(점선으로 연결된 곳이 걸어갈 수 있는 트레일)


이 4시간짜리 투어에서 백미는 Chain of Craters Road를 따라 내려가 보는 것으로 산에서 해수면으로 내려가는 모양새로 도로를 제외한 전지대가 화산재나 화산석으로 뒤덮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센터 입구에 전시된 Big Island 모형

Visitor Center 입구에 하와이섬(Big Island) 전체 모형을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모형 중앙에 보이는 작은 분화구가 Mauna Loa(4169m)이고 그 뒤에 보이는 산이 Mauna Kea(4205m)로 하와이섬의 두 최고봉이다. Mauna Loa는 sea level로 볼 때는 4169m이지만 바닷속에 있는 해저 바닥으로부터 측정하면 17천 미터나 되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한다.



하와이 열도의 화산 분포도

하와이 전체의 화산 분포에 대해서 요약하여 보여준다.

Big Island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섬은 화산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지난 200년 동안 화산 폭발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hot spot이 해저에서 점차 북서쪽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Big Island 아래에 hot spot 있어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Hualalai, Mauna Loa 그리고 지금 visitor center가 있는 Kilauea 화산대가 있다.




  새로운 Hot Spot이 물밑에서


이 섬에서 남쪽으로 18마일(30 km) 떨어진 해상 수면 밑에 새로운 hot spot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Loihi 화산지대라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 물밑의 화산이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면 정상의 분화구 크기가 약 1km 이상 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물밑 화산지대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수천만 년 걸린다고 하니까 우리 세대에서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 같다.





    Kilauea(킬라우에아) 화산지대


Vog를 뿜어내는 Halema'uma'u Crater(분화구)

Kilauea Visitor Center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활화산 지역이다. 정식 이름은 Kilauea Caldera라고 하는데 분화구로 번역되는 crater가 무더기로 모여있는 지역을 Caldera라고 하는데 스페니쉬로 냄비라는 뜻이다. 화산 폭발 후 중앙이 함몰되어 냄비 모양을 하게 되어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칼데라는 작은 분화구가 모여있는 지름이 큰 분화구로 보면 된다.



킬라우에아 화산지대 약도

킬라우에아 화산지대를 보여주는 약도로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니 1924, 1971, 1974, 1982 용암 분출이 있었다고 한다. 흰 연기(아황산가스로 SO2라고 표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이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분화구로 1982년에 첨으로 폭발한 후 계속 vog(volcanic gas)를 분출하는데 하루 약 100톤의 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센터에 전시된 킬라우에아 칼데라의 항공사진


킬라우에아 칼데라의 지름이 약 6km 정도이고 그 안에서 현재 아황산가스를 뿜어내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의 폭은 약 970m, 높이는 85m라고 한다.


gift shop의 사진

Visitor Center에 있는 gift shop에 걸려있는 멋진 사진이 바로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의 용암 분출 장면이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용암의 불길이 잘 어울리는 순간 포착이다.





    Kilauea Iki 분화구


킬라우에아 화산지대 약도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예전 1959년 대폭팔이 있었던 킬라우에아이키(Kilauea Iki) 분화구이다. 지금은 이 분화구 주위에 4마일(6km) 짜리 Kilauea Iki Trail 있는데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센터에 전시된 Kilauea Iki 화산의 1959년 분출 사진

으로 분출된 용암이 발사된 로켓처럼 하늘로 치솟는다.


센터 내에 있는 영화관에서 1959년 대분출의 장면을 찍은 영상을 하루에 두 차례 상영하고 있다. 운 좋게 오후 2:30에 상영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중 대폭발의 장면을 유튜브에 프로가 찍은 비디오를 올린다.



https://youtu.be/888nbjvkNts

킬라우에아 대분출


https://youtu.be/HzwuTBx93uA

바다로 떨어지는 킬라우에아 용암


위 비디오에서처럼 용암이 대지를 덮고 지나간 뒤에 식어서 굳어진 지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용암화석 사진




  Jaggar Museum


지진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지진파를 기록하는 Seismographs

Visitor Center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Jaggar 박물관이 있어 찾아갔다. 1912년에 당시 명문 MIT 공대의 교수였던 Thomas A. Jaggar(1871-1953) 교수가 여기에 하와이 화산 관측소를 설치하고 화산학 연구에 몰두하였다. 위 사진의 지진계도 그의 연구 업적이다. Jaggar 교수는 화산재나 화산가스(vog)를 수집 분석하고 지각변동을 측정하고 지진파 분석과 용암 온도 변화 등을 통하여 화산활동을 예측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교수의 연구 업적으로 Kilauea 화산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화산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뒤인 1916년에 미의회를 설득하여 여기를 화산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도록 하였다.





  Hawaiian Volcano Observatory


Jaggar 박물관 옆에 위치한 하와이 화산 관측소로 원래 관측소였던 Jaggar 관측소가 박물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자 실제 화산 관측 업무를 하고 있어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와이 화산 관측소




  Steam Vents


Crater Rim Drive(비지트센터에서 Kilauea Caldera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되어있는 도로)를 타고 Jaggar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 말 그대로 지하에서 데워진 수증기가 뿜어 나오는 곳으로 별거도 아닌데 모두들 내려서 인증샷 하고들 간다.


Steam Vents를 구경하는 관광객들






  Thurston Lava Tube


동굴 입구 표지판


Lava Tube 내부 사진(인터넷 사진)

Kilauea Iki Trail을 끝난 곳에 있는 용암으로 형성된 굴이다. 형성 시기는 350 - 500년 전에 생성된 굴로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강물처럼 흘러 내려갈 때 용암의 외부는 식는 속도가 빠르고 중앙 부분의 용암은 천천히 식어가기 때문에 겉과 속이 cool down후 침식작용이 진행되면 tube처럼 속이 비워지게 된다고 한다. 제주도 만장굴도 이런 원리로 생성된 굴이라고 한다. 여기 Lava 동굴은 약 0.4 마일 (650m)로 길지는 않다. Thurston 이름이 앞에 붙은 이유는 1913년 이 동굴을 발견한 Lorrin Thurston의 이름을 기념한 것이다.


Lava tube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에는 아열대 식물인 양치식물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굴속이 어둡기 때문에 개별 후라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Lava tube 주변에 자생하는 양치식물




   불의 여신 펠레(Pelehonuamea)


펄펄 끊는 불의 궁전에 사는 여신 펠레

모든 민족에게는 그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가 있다. 하와이 토착민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불의 여신 펠레(축구 황제 하고 이름이 똑같다) 여신이 Kilauea 화산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여신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젊고 당근 이쁜이이겠지만 성질이 나면 머리카락이 빨갛게 변한다고 한다. 불의 여신이라 하기보다는 화산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수가 있다. 왜냐하면 펠레 여신은 화산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 펄펄 끊는 용암, 화산의 분출 등 Vocano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펠레의 이름은 Pelehonuamea 외에 다른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Ka Wahine 'Ai Honua: 지구를 삼키는 여자

Kaluahine: 불구덩이 속의 노파

Ka Wahine 'Ai Lehua: Lehua(꽃)을 삼키는 여자





  하와이 주화(州花) Lehua


하와이의 꽃인 레후아(Lehua)

하와이 산과 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화(州花)로 특이하게 꽃이 피는 나무와 이 나무에서 피는 꽃 이름이 각각 다르다. 꽃말도 없다고 하는데 이 꽃과 나무에는 성질이 고약한 펠레 여신이 갑질 한 다음과 같은  전설 따라 삼천리가 전해져 온다.


하와이섬 산속에 카누를 잘 만드는 목수 오히아(Ohi'a)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여 백년해로를 약조한 아름다운 연인 레후아(Lehua)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짝이 없던 펠레 여신이 이 둘 사이를 질투하였다. 펠레 여신이 목수 오히아에게 자기와 사귀자고 여러 번 고구마 삶을 때 잘 익었는지 찔러보듯이 목수를 찔러봐도 묵묵부답이었다. 보통 여자들의 한도 오뉴월에 겨울 서리가 오게 한다는데 전지전능한 여신의 노여움은 말해서 무엇하랴. 못 먹는 밥에 재 뿌리는 식으로 목수 오히아를 화산 근방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만들어 버렸다. 이를 알게 된 가엾은 레후아는 다른 여러 신들을 찾아다니며 연인 오히아를 돌려 달라고 간청하고 다녔지만 갑질 한 펠레 여신의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나설 수가 없었다. 겨우 해 줄 수 있는 일이 레후아가 죽어서도 님과 함께 같이 하라고 그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태어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위 사진과 같은 빨간 하와이의 꽃을 레후아(Lehua)라고 하고 꽃이 피는 나무를 오히아(Ohi'a)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와이 토착민의 다신교( Pantheon)


벽화 왼쪽 부분

Jaggar 박물관에 위와 같은 대형 그림을 그려놓고

< A Pantheon of Volcano Spirits >란 제하로 해설을 별도로 첨부해 놓았다. 워낙 큰 그림이라 한 판에 담을 수가 없어서 두 장으로 나눠 찍었다.


A1: Laka와 Kapo 여신:

하나의 여신이지만 이중인격을 갖고 있다.

Laka 여신은 다산, 식물, 풍작과 춤을 관장하고

Kapo 여신은 마법과 주술을 관장한다.


A2: Hi'Iaka-I-Ka-Poli-O-Pele:

 펠레 여신의 사랑스러운 여동생으로 질병의 치유를 관장


A3: Poli-'Ahu:

눈(snow)의 여신이라고도 한다. 미모가 워낙 출중하여 그녀에게 대적하는 rival 여성을 여신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D1: Kama-Pua'a:

펠레 여신의 남자 친구이면서도 라이벌 관계에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비의 신이기도 하며 섬의 습기 찬 지역을 관장하며 반대로 펠레 여신은 불의 여신으로 메마름을 상징하기도 하다. 이 남신은 여러 다른 화신(Avata)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잘 생긴 훈남으로 때로는 눈이 8개 달린 거대한 돼지로 또는 물고기나 나무로도 변신한다.



벽화 오른쪽 부분

B1: Ka-Moho-Ali'i:

바다나 강에 사는 생명체를 관장하는 남신으로 펠레 여신의 제일 큰 오빠이다. 펠레 여신을 하와이섬으로 인도한 장본인이라고 한다.


B2: Ka-Poha-I-Kahi-Ola:

폭발을 관장하는 남신


B3: Ke-Ua-A-Ke-Po:

불의 비(Rain of Fire)를 관장하는 남신으로 불의 비란 화산 폭발 시 비처럼 떨어지는 용암의 불꽃을 말하는 것 같다.


B4: Lono-Makua:

펠레 여신의 삼촌으로 지하세계의 신성한 불을 관리하는 남신


B5: Kane-Hekili:

벼락 천둥을 관장하는 남신


C1: Ke-Oahi-Kama-Kaua:

분수같이 흘러내리는 용암에 깃들인 신령을 의미



전통적인 배를 타고 항해하는 하와이 원주민들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용암에서 피어나는 수증기를 바라보는 폴리네시안 항해자들. 새로운 육지를 찾아 달과 해, 별의 위치를 보고 방향을 찾고 길을 찾았던 하와이 원주민들의 선조들이 그 옛날 그들의 전통적인 돛단배를 타고 새로운 세계 하와이섬으로 다가서고 있다.


펠레 여신

그림이 무얼 묘사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화산 위에 서 있는 것은 펠레 여신 같은데 물속에 누워있는 여신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Chain of Craters Road


지도에 표시된 노란 선이 Chain of Craters Road이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Crater Rim Drive에서 출발하여 용암으로 뒤덮인 허허벌판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서 해변가(지도에서 3번)로 내려가는 왕복 61km 드라이브 코스다. 말 그대로 화산암으로 뒤덮인 벌판에 신작로만 만들어 놓고 군데군데 그 옛날에 생성된 분화구를 보여주는 이정표만 세워 놓았다. chain처럼 옛날 옛적에 폭발하였던 분화구가 줄줄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분화구였던 계곡

찾아가 보니 움푹 파인 분화구의 둘레에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자라난 나무들로 보아 이 분화구가 생성된 연대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Ko'oko' olau 분화구

도로변에 분화구 이름을 새긴 안내판이 있어 차를 세우고 들어 가 보았다. 분화구 내력에 대해서는 일절 다른 안내판은 없었다. 길을 찾아들어 가보니....


분화구였던 곳에 나무와 수풀로 울창하고

들어가 보니 분화구 같은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는 없었고 밀림과 같이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있고 울창한 수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 적합한 사자성어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아닐까 한다. 뽕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뜻으로 아주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모습이 다르게 변했다는 것인데 분화구였던 곳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도 없고 울창한 밀림지대로 변모한 이 곳을 두고도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화산석으로 뒤덮인 분화구

근방에 있는 다른 분화구의 모습으로 아직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흐르지는 않은 모양으로 화산석만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어 아직은 투박한 모습이다.


하와이의 꽃인 레후아와 꽃을 피우는 나무 오히아

 Craters Road를 타고 내려오면서 옛 분화구를 찾아보았는데 화산석이 뒹구는 척박한 땅에서도 어김없이 이쁜 꽃이면서도 아름다운 여인 레후아는 그녀의 하늘인 오히아의 넘름한 어깨 위로 붉은 순정의 열정을 피워내고 있었다.


분화구 표지판이 있는 곳은 빠짐없이 둘러보았다.



이 분화구는 깊이와 폭이 상당하였다. 지도를 보니 1969년에 용암이 분출되었다고 적혀있다. 50여 년이 지났어도 분화구 표면에는 어떤 식물도 자라날 수 없는 모양이다.


근방에 흩어져있는 화산석 중에서 요상한 형태를 한 암석을 발견하였다. 인위적으로 만든 불 아궁이 같기도 해서 손을 살짝 넣어보았더니 아무것도 감지할 수는 없었다.


구멍이 숭숭한 화산암사이로 피어난 들풀




  Mauna Ulu

조금 더 내려가니 Mauna Ulu라고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이 근방에서 1969년 5월 24일 새로운 분화구가 폭발하여 분출된 용암이 새롭게 야산을 형성하여 Mauna Ulu가 탄생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분화구가 생기고 분출된 용암이 새로운 landscape를 형성하면 그에 걸맞은 새로운 지명을 부여하는 모양이다.


중앙이 볼록한 Mauna Ulu





  Kealakomo 전망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태평양 바다

위 지도에서 2번에 해당하는 곳으로 전망대로 나무로 만든 deck이다. 지도를 보니 고도가 610m 정도로 처음 출발한 Visitor Center의 고도가 1200m이니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암 벌판


지표를 덮고있는 용암 형태

전망대에서 우측으로 눈을 돌려보니 벌판 전체가 화산석으로 덮여 있었다. 화산석 표면이 오후의 햇볕을 받아 반들거리고 있었다. 경사면이 바다 쪽으로 향하고 있어 그 옛날 용암이 강물처럼 흘러내렸을 때 일사불란하게 아래로 아래로 바다 쪽으로 흘렀다.


한 장으로 담기 힘들어 2장으로 찍어 합성하였다. 전망대에서 보아도 바다까지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저 멀리 보이는 길이 내가 내려가야 할 길이다. 전망대를 떠나 왼쪽으로 난 도로를 계속 따라 가면


계속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닷가에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하얀 연기가 하늘로 솟고 있었다. Visitor Center 영화관에서 보았던 그 장면의 현장이었다. 바닷가 바위로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속으로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수증기다.


벼랑끝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 속으로(비지트센터 전시사진)


사선으로 난 경사도로를 내려오면 길은 이제 평평한 해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 얼핏 보니 올려다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넓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좀 전에 위에서 내려 보았던 Kealakomo 전망대가 저 위 어느쯤에 있을 것이다. 흘러내린 용암이 밑에서는 반들반들한 암석으로 중간에는 검은 화산석으로 지표를 덮고 있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황량한 화산지대이다.


그것에 비해 조금 오른쪽에는 나무들이 자라는 걸로 보아 용암이 바로 덮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Holei Sea Arch


파도 침식으로 형성된 Arch(인터넷 사진)

지도에 표시된 3번으로 차가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연기가 무럭무럭 나는 지점으로 가려면 차를 여기에 주차시켜놓고 걸어가야 한다. 차를 주차할 장소를 찾는 곳도 쉽지 않다. 겨우 한쪽 끄트머리에 차를 대놓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지 않고 오래간만에 빈 몸으로 걸어 보았다. 많은 관광객들이 트레일 길을 가고 오고 있었다. 바다물 위로 떨어지는 용암을 꼭 봐야 하는 것일까? 갑자기 오늘 하루의 모든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돌아가야 할 길도 만만치 않다. 하루의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졌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인생의 길도 힘들고 여행의 그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의 배낭여행이 이렇게 초점 없이 흐리멍덩하게 마무리될 때도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기로 하고 다시 차로 돌아가서 Hilo로 돌아갔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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