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Island 일주
2017년 5월 22일(월) 비와 해가 왔다리갔다리
오늘 오후에는 Maui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전 시간을 만들어 섬을 한바퀴 돌아 볼 작정이다. 결국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달리는 차안에서 섬을 구경할 주차간도(走車看島)로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고 그렇게 하였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 구경하지 좋은 곳인지 알아 보지도 않고 걍 가다가 좋은 곳이 눈에 띄이면 내려서 구경하고 사진이나 찍어 갈 요량이었다.
공항에 내려서 예약한 렌트카를 픽압하러 가면서 보니까 헬기투어회사가 공항 바로 옆에 있었다. 하늘에서 시뻘건 용암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가격을 물어보았다. 45분짜리가 250불이라고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냥 패스하기로 하였다.
Hilo는 하와이섬(Big Island)의 도청 소재지로 인구는 약 4만5천명정도로 오하우섬(Oha'u)의 호놀룰루에 이어 명실공히 하와이주에서 제2의 도시이다. bay에 위치한 사탕수수 재배와 원양어업이 주산업인 이 아름다운 도시의 대부분 건물들은 1900년대 건축된 것들로 그 후에 재건축된 것들이 대부분으로 전체적으로 old town이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이 마을이 과거에 두 차레의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 1946년 알래스카 지진으로 유발된 쓰나미가 4월1일 만우절 아침에 17m 높이의 파도가 해변가를 덮쳐 많은 건물을 휩쓸어 갔고 총 96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1960년 칠레 해변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5월23일 3번에 걸친 대형파도가 Hilo 해변을 집어 삼키면서 총 23백만불의 재산피해와 61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Hilo가 활처럼 둥글게 굽은 bay에 위치하고 있어 waterfront에 많은 호텔들이 모여있다. 물가를 한번 차로 돌아보고 바로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지도를 보면 19번 도로이다.
차를 몰아 Hilo의 동쪽 끄트머리까지 갔다. 착륙할 때 뱅기에 잠깐 보았던 그 풍경으로 공원이 있었다. 더 이상 길도 없어 돌아나와서 19번도로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19번 도로를 타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가 때때로 운치나 낭만이 있지만 배낭여행 길에서는 그다지 환영받는 편은 아니다. 걸으면서 구경하기도 불편하고 사진찍는데에도 제약이 있어 여행길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다. Hawai'i Tropical Botanical Garden이란 안내판을 보고 19번 도로를 버리고 샛길로 들어섰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였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한참동안 차안에 앉아 있었다.
빗속에서 바라본 Onomea Bay는 한눈에 보아도 마음에 쏙 들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퍼뜩 사진 한 장 훔치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비가 계속 내리자 관광객들이 전부 식물원 입구 처마밑으로 모여 들었다. 입구에서 보니 개인이 조성한 열대 식물원으로 사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입장료가 있는 곳이다. 원래는 사탕수수 농장을 식물원으로 조성하여 1995년에 개장한 것으로 약 5천여종의 열대식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볼거리는 식물원안에 90m 높이의 3단 폭포 Umauma가 있는데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비가 그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가 없어 빗속을 뚫고 북쪽으로 이동하는게 나을 듯하여 식물원을 빠져 나와 다시 19번 도로를 탔다.
19번 도로를 타고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길은 오른쪽으로 푸르고 싱싱한 바다를 끼고 평지는 아니고 고갯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북으로 길게 이어졌다.
아침에 퍼붓던 비도 한발 물러서는 것 같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늘도 이제는 말간 푸른 얼굴을 내밀었다. 고개 위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태평양이 마냥 시원하였다. 전망대를 지나서는 길은 바다를 버리고 내륙으로 향하는지 푸른 바다는 더 이상 보이지않고 이제부터는 누렇게 변한 들풀로 가득찬 허허들판이 시작되었다. 길은 그런 황량한 들판의 사이로 남쪽으로 길게 이어졌다.
위 지도에 표시된 Waimea는 인구는 7-8천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해발 900m에 위치한 Kona 해안용암지대에 들어있어 어찌보면 황량한 벌판에 서있는 마을같았다. 여기서 눈을 들어 남동쪽으로 바라보면 하와이섬의 양대 봉우리를 자랑하는 Mauna Kea의 정상이 하얀 구름속에 묻혀있는 것을 보게된다.
Mauna Kea는 화산국립공원이 있는 Mauna Loa(4169m)와 함께 하와이섬의 양대 고봉으로 이름을 날린다. 높이는 4205m로 Loa산보다 더 높다. 그래서 산정상에 두 개의 천체 관측소인 Keck Observatory가 1992, 1996에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있는 관측 망원경은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고성능 천체 망원경이라고 한다. 관측소가 있는 정상까지 길은 있지만 offroad라 4륜구동차가 필수라고 한다. 또는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은 비포장도로 구간인 6마일(10km)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오후 스케줄땜에 그런 바램을 접어 버렸다.
Waimea의 허허벌판에 누런 들풀만이 빈 하늘아래 가득하다. 갑자기 근원도 알 수없는 지독한 외로움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차를 갓길에 세워 놓고 카매라를 들고 벌판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왜 혼자 이런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들판에 홀로 서서 고독한 사냥꾼같이 벌판을 헤매고 있는 것일까? 누런 들판이 주는 약간의 쓸쓸함과 홀로 여행을 즐기는 적당한 자유로움, 이런 것들이 함께 뒤섞여 묘한 감정이 서서히 가슴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들판의 누런 풀들을 훝고 지나가는 깊은 바람이 나의 하찮은 잡념까지 거두어 가기를 바라면서.... 저 누런 들판에 누워 나도 갈수만 있다면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1979)
Waimea 부터는 Kona Coast 용암지대에 들어있어 온 천지가 거무틱틱한 화산암으로 덮여있다. 자라나는 것이라건 사막에서 자생하는 누런 낙타풀같은 들풀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황량한 별천지의 들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쓸쓸한 풍경이 자아내는 외로움이 쌉쌀하게 가슴속으로 또 차곡차곡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화산석위에 어느 짐승의 가죽과 백골이 남겨져 있었다. 백골은 더욱 더 하얀 색으로 시커먼 화산석과 뚜렷한 명도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어떤 동물이었을까? 왜 여기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일까?
바람에 몸을 누이는 들풀중에 유난히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어 사진으로 남겼다. 바람에 씨가 흩날리는 민들레처럼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저 들풀을 보자마자 노래가사 한구절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어느새 내마음 민들레 홀씨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곁으로 간다
-<민들레 홀씨되어>중에서-
Waimea에서 190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누런 들풀이 바람에 춤추는 황량한 벌판과 시커먼 화산석으로 뒤덮인 화산지대를 지나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변도시 Kailua에 도착하였다. 지도를 보니 깨알같은 글씨로 촘촘하게 여러 곳을 소개해 놓았다. 그것만으로 보아서도 여기가 서부해안지대에서 중심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도착한 Kailua Bay 위쪽을 보면 우주센터 기념관이 하나 있다. Ellison Onizuka 우주센터라고 하는데 1986년 1월28일 오전 11시32분경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선발사대를 떠난후 73초만에 Challenger 우주왕복선이 공중에서 폭발하여 탑승하였던 7명의 우주 비행사가 사망하였다. 폭발원인은 추진 연료탱크의 결함이었다.
그중의 한명인 Ellison Onizuka의 고향이 바로 여기라서 저 곳에 그를 기념하여 우주센터 기념관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Ellison은 일본계 이민자의 아들로 1946년 이 섬의 서부해안에 있는 Kealakekua에서 출생하여 고등학교까지 여기서 마치고 대학을 본토의 콜로라도대학에서 우주항공과를 이수후 학석사 학위를 1969년에 취득하고 ROTC 장교로 입대하여 미공군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가 1978년 NASA에 Mission Specialist로 조인하여 1985년 처음으로 우주 왕복선 Discovery호를 타고 74시간 우주 체류기록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Challeger호 폭발로 유명을 달리한 그 때 그의 나이가 39세로 너무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것 같다. 슬하에 딸이 두 명있다고 한다.
Waimea에서 190번 south를 타고 내려오면 Kona 커피로 유명한 Kona 마을이 나온다. 보통 Kona로 알려져 있지만 정식 명칭은 Kailua-Kona이다. 이 Kona 마을이 여기 서부해안에서는 Gold Coast 즉, 황금해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Kona 커피 생산지라는 것도 있지만 여기 저기 섬의 역사가 살아있는 point가 많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와이섬에는 동쪽에는 Hilo 국제공항, 서쪽에는 Kona 국제공항이 있어 편리하게 뱅기 연결편이 있다.
마을을 지나다 이 극장건물이 바로 나의 눈길을 끌었다. 건물 앞면에 새겨진 1932가 건축연도인 것 같은데 지금도 영화관으로 사용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극장에 내걸린 영화상영 안내판을 보고 약간의 감을 잡았다. 영화 <The Miracle Worker>는 농아 Helen Keller에게 힘들게 의사소통 방법을 가르치는 선생의 고충을 다룬 영화로 1962년에 초연된 영화이다. 영화가 아니고 연극공연인 것 같고 오늘이 5월22일이니 공연은 어제까지 종연한 모양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Aloha 극장은 지금도 개관하는 영화관으로 Kona 마을의 예술공연의 중심지로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영화관이라고 한다.
Kona를 지나 남쪽으로 길을 재촉하면 Hono - Kainaliu - Kealakekua - CaptainCook 마을을 지나게 된다. Kealakekua가 앞에서 이야기한 우주왕복선 Challenger호에 탑승했다가 산화한 Ellison Onizuka가 출생한 곳이다.
또한 이곳은 영국의 걸출한 항해가인 James Cook이 3번째 세계일주에 나섰다가 1778년 1월에 이 섬을 발견하여 James가 공식적으로 하와이섬에 닻을 내린 최초의 유럽인이 되었다. 아래 3차 항해로에서 보듯이 James Cook 일행은 하와이섬을 떠나 미국 서부해안선을 따라 Bering 해협을 탐험하고 다음해인 1779년 초에 이 섬의 Kealakekua Bay에 정박하여 한달정도 체류하면서 배를 수리정비하여 다음 탐험을 준비하려고 하였으나 원주민과의 불화로 여기서 참수당하였다. 그후 이를 기념하여 위 지도에 있는 것처럼 James Cook Monument를 그가 정박한 Kealakekua Bay에 세워 놓았다. 지도에 있는 Captain Cook 마을은 영국계 이민자들이 주축이 되어 1850년경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__________ 1차 항해로(1768-71)
__________ 2차 항해로(1772-75)
__________ 3차 항해로(1776-79)
-------- 3차 항해로(James Cook 사망한 후)
관광지도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커피농장으로 1850년에 농장주 Henry Nicholas Greenwell에 의해서 시작된 커피농장이다. 1875년 미 연방정부에서 Kona historic place로 등재되었다. 무료로 농장 tour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갈 길 바쁜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해변도로로 빠져 보려고 지도에 있는 Napo'opo'o road로 우회전해서 들어갔다. 길은 완전 내리막길로 높은 곳에 위치해서 바다가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왔다. 저 길을 따라가면 Captain Cook Monument가 있는 곳으로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가다 차를 돌려 나왔어야 했었다. 큰 차 사고가 나서 한쪽 길이 완전히 정체되어있다. 교통사고 현장을 보니 관광객이 몰던 rent car같았다. 여기까지 구경와서 차사고를 당하면 나머지 여행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나한테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것이니까 운전을 조심스럽게 해야겠다고 마음에 다짐을 주고 계속 남쪽으로 길을 잡았다.
계속 남쪽으로 내려와서 만나는 해안으로 길은 여기까지 해안으로 이어져 있고 이제부터는 해안을 버리고 내륙으로 들어가게 된다. 태평양 파도가 쉴새없이 해안의 거무틱틱한 화산암반을 두들기고 있었다.
서부해안 도로를 거의 다 내려와서 높은 고갯길 위에서 내려다 보니 Hilo 공항으로 가야할 길이 아직도 까마득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사진 중앙에 희미하게 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여기서 Hilo까지는 시간이 촉박하여 난스톱으로 달려가서 겨우 뱅기시간을 맞출 수가 있었다.
점심도 미루면서 숨가쁘게 섬을 일주했다는 뿌듯한 기분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또 비가 왔다리갔다리 하고 있다. 그냥 차로 섬을 돌아보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우고 카매라를 들고 나가서 사진을 훔치는 작업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그런 일이다. 그저 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속에 꼭꼭 넣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뿐이다.
뱅기에서 잡은 해안선이 눈에 좀 익은 것 같아 찍은 사진파일을 열심히 뒤져 보았다. 그리고 찾아내었다.
서부해안을 열심히 달려 내려와 해안도로에서 남쪽을 향해 찍은 해안선으로 앞의 이륙하는 뱅기에서 잡은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해안선 사진보다도 진짜로 멋진 피사체를 잡았는데 바로 Mauna Kea 정상이다.
뱅기가 이륙하자마자 늘 습관처럼 창가의 경치에 집중하였다. 2-3분 지나자 구름위로 솟아 오른듯한 실루엣 산 정상을 보았다. 뱅기 진행방향을 가늠해보니 Mauna Kea의 정상봉이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운좋게도 굉장한 장면을 잡은 것 같았다. 밑에서 보면 정상은 항상 구름으로 뒤덮여 마주 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뱅기를 타고 구름위에서 Mauna Kea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니 얼마나 lucky하고 신나는 일인가!
혹시나 하고 정상을 200mm 렌즈로 댕겨 보았다. 희미한 두개의 dome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앞에서 말했던 천체 관측소인 Keck Observatory인 것 같다. 해발 4205m 정상에 위치한 관측소로 저곳에 설치된 천체 망원경이 남가주에 있는 팔로마천문대의 망원경다음으로 그 성능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가슴이 뿌듯하도록
Mauna Kea를 감상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뱅기는 힘차게 계속 날고 있었다. 곧 마주할 Maui섬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면서 등받이 의자에 머리를 누이고 피곤한 눈을 잠시 지긋이 감고 오늘 오전동안 차로 돌아본 하와이섬의 이곳 저곳을 되새겨 보고있었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