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킴 Jan 21. 2019

지노 배낭여행기 - 남태평양편 27

환상의 섬 Moorea

2017년 6월 9일(목) 맑음



   영화 <남태평양> 그 무대 속으로


Moorea 섬 약도

화산섬들의 특징이 그 모양새가 꼭 인간의 염통(심장) 모습과 비스무리하다. 무레아섬 지도를 보아도 그렇다. 지도 오른쪽 위 20번이 Temae 공항이고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30번이 Vaiare 항구로 타히티 Papeete에서 페리보트가 들어오는 선착장이다.



Tahiti Faaa 공항의 국내선 시간표

공항에서 전광판 오른쪽 위를 보니 2017 6 9 9 42분을 가리키고 있는걸로 보아  뱅기는 10시에 출발하는 Bora Bora / Moorea / Huahine VT 268 모양이다. 뱅기가 Moorea 들러 나와 다른 손님을 내려주고 Huahine 거쳐 Bora Bora 종착지인 모양이다.  10 비행거리이면 구태여 뱅기편으로  필요도 없었는데 배편을 몰라서 뱅기로 가게  것이었다.(참고로 배편은 공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Papeete 부두에 있고  40 정도 걸린다)


영화 <남태평양> 포스트

1957년도에 상영된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 무대가 정확하게 어디라고 알려지지 않고  코발트색 바다와   야자수가 한들거리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라고만 되어 있어 서로들 자기들의 섬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후보지가 하와이섬, 피지섬, 타히티 무레아섬들이다. 정확하게 어디인가가 중요한건 아닌데  영화에 나오는 노래   발리하이(Bali Hai) 시청해보면  섬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약간 짐작은 간다.


남태평양 영화 삽입곡 Bali Hai

안개가 자욱한 신비의 섬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섬
그곳이 바로 발리 하이
그 섬이 당신을 부르네
내게로 와요, 내게로 와요 - Bali Hai 가사중 -


영화속에서 Bloody Mary라고 하는 원주민이 이쁜 자기 딸 Liat와 썸을 타는 막 전입온 미군 케이블 중위 앞에서 불러주는 노래이다. 가사 내용을 보면 사위가 될 케이블에게 Liat가 있는 발리하이로 오라고 꼬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케이블중위가 특수임무중 전사하는 바람에 Bloody Mary의 사위가 되지는 못하게 된다. Bali Hai가 현지 토속어로 <꿈의 섬>이란 뜻이라고 한다.





   뱅기로 날아 무레아섬으로


뱅기에서 내려다 본 Tahiti 본섬 모습

뱅기가 날아 오르자마자 내릴 준비를 하여야 하였다. 그 짧은 시간에 날아 오를 때는 타히티 본섬을, 내릴 때에는 무레아섬을 배경으로 항공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는지 결과적으로 건진 항공사진이 별로 없었다.


뱅기에서 내려다 본 타히티 본섬 오른쪽 부분

섬주변에는 어김없이 산호초가 파도를 막아주고 있었다.  산호초를 경계로 바다물색 톤이  가지로 확연히 나뉘어 진다. 하늘과 바다의 색이 같은 남색에서 나왔지만 채도를 각각 달리하고 있어 어떤 것은 짙고 어느 것은 옅은  말고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뱅기에서 내려다 본 무레아섬 경치

무레아섬 주변의 경치도 별반 다름바 없었다. 산호초가 파도를 막아주는 안쪽에는 옅은 남색의 바다가, 그 바깥쪽으로는 짙은 코발트색의 바다가 펼쳐저 있었다. 짙은 구름이 무레아섬의 산봉우리 끝을 감싸고 있어 첨에는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나중에서야 얼짱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무레아섬 공항 근처의 풍경

공항에서 작은 차를 렌트해서 지도를 보며 섬주변 도로를 따라 한바퀴 돌아 보기로 하였다. 언제 통계인지는 몰라도 무레아섬 인구가  만육천명이라고 되어있다. 공항을 벗어나서  북부 해안도로로 차를 몰았다. 자연히 시원한 바다를 오른편 가슴에 품고, 왼편은  내륙쪽을 보고 가는데 간간이 평범하지 않은 산세가 나타나곤 하였다.


평범하지 않은 무레아섬 산세


처음으로 만난 타히티 폴리네시아 원주민

해변도로를 달리다가 차를 정차할 수 있을만한 갓길이 넉넉한 곳을 발견하고 범상치 않은 산봉우리를 카매라에 담기위해서 차를 세웠다. 독특한 산세를 몇 장 찍은 후, 물가를 보니 작은 배를 댈 수 있는 포구가 있었다. 그 물가에 흰 굴레수염을 가진 첫눈에 딱 보아도 원주민같은 남자가 있어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여기 사는 원주민으로 직업은 어부라고 하였다. 여기 통용 언어가 불어와 원주민 타히티어라서 좀 더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 원주민 어부의 초상화도 멋진 여행의 기념품이 될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Cook Bay에서 잠시 넋을 잃고


Cook 과 Opunohu Bay를 확대한 약도로 2개의 비포장도로가 있다

보통 우리가 어디론가 여행을 갈 때는 그 곳의 멋진 사진 한두장쯤은 보고 가게 마련이다. 본인이 그곳에 가게 되면 그 멋진 풍광 속에 녹아 들어갈 자신을 상상한다는 말이다. 비유가 적당할련지는 몰라도 생판 모르는 맞선을 보러갈 적에도 상대방의 사진을 반드시 보고 가게 마련인 셈이다. 그런데, 타히티에 간다고 할 때 보라보라 사진은 몇 장 보았지만 무레아 섬사진은 전혀 접하지를 못했다. 맞선 보러가면서 상대방 사진을 보지도 않고 길을 나선 이유가 부모님과 주위 닥달에 못이겨 나가기는 나가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던 간에 딱지놓을 <애인있어요> 라고 그런 심사로 맞선볼 장소에 나갔는데......


감찬삼 세계여행기에 실린 무레아섬 흑백사진

 지도 23번이 Bali Hai 호텔이 있는 곳이다.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한 호텔로 1960년대에 남태평양을 여행하다 타히티에 들린 <세계의 나그네> 김찬삼선생의 여행기에도  호텔에 대해서 잠깐 언급해 놓은게 있다.  당시는 호텔도 별로 없었겠지만  호텔이 무레아섬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일반 여행자들은 감히 생각해볼 수도 없을만큼 값비싼 호텔이라고 하였다. 저녁에는 타히티 전통춤으로 투숙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타마라>라고 하는 전통 요리축제를 보여준다. 이는 남태평양 섬나라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리방식으로 큰구덩이를 파고  속에 바나나같은 나뭇잎으로 돼지고기, 물고기, 과일등을 싸서 묻고  위에 벌겋게 달군 돌무더기를 올려 놓아 음식을 익혀 먹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을 솔직하게 여행기에 남긴 그의 글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이런 음식은 모두 민속적인 값어치가 있어서 비싸고 보니 맛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만치서  구덩이에서 익는 요리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맡고만 있었다. 마치 걸인의 모습과도 같다고나 할까!>



Cook Bay에서 생판 처음 맞선을 본 무레아섬의 절경

직선으로 곧게 뻗은 해안도로가 끝나고 왼쪽으로 가파르게 핸들을 틀자 푸른 바다뒤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풍광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도를 보니 내륙쪽으로 길게 들어간 곳이 Cook Bay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잠시 넋을 잃었다. 청정 바다만 생각했지 한국의 금강산 일만 이천봉(사진으로 보았던) 같은 산세는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Cook Bay 에서 잡은 무레아섬 절경


오른쪽 높은 구름에 정상이 가린 산이 899m의 Rotui 산


쿡배이에 정박된 크고 작은 배들


Cook Bay로 접어들기전 해안 풍경


물위에 한가로운 여유를 띄우는 세일보트


Mt. Rotui를 크게 잡아 보았다


Cook Bay에 정박된 크고 작은 배들


섬 중앙부에는 여러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지도 위치를 보고 추정한걸로 이 섬에서 제일 높은 Tohiea산으로 1207m라고 되어 있다. 섬의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다 볼 수 있었다.
Cook Bay에서 찍은 무레아섬 절경




    Paopao에서 무작정 산길로 접어들어


Cook Bay와 Opunohu Bay를 이어주는 비포장도로

쿡배이에서 눈에 들어온 금강산의 만물상같은 산세를 보고 무작정 Paopao 계곡으로 통하는 비포장도로 길로 들어섰다. 말이 계곡이지 그렇게 험한 산길은 아니었다. 비포장도로임을 감안하여 속도는 올릴 수 없었다. 간혹 가파른 언덕도 나오고 비탈진 내리막도있어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차량도 사람도 보이지 않아 약간은 걱정이 되었지만 이런 비슷한 모험같은 배낭여행길을 한두번 시도한 것이 아니기에 별 두려움은 없었지만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 flat tire(타야빵구)를 당하면 지체될 그 시간이 아까울 뿐이라 그것만은 피할 수 있도록 조심스레 운전하였다.



파오파오계곡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


주의를 주는 경고판을 만나고

불어로 된 경고판을 마주했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았다. 당연히 완전한 번역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나왔다. <당신은 할당된 농업재배지역으로 들어 왔다. 부드럽게 구르세요> 앞구절은 대강 알아 먹겠는데 부드럽게 구르라는 뜻이 뭔지 모르겠다. 개판치지말고 조용하게 지나가라는 뜻으로 새겨 들었다.


노랗게 익어가는 파인애플

경고판을 지나서 좀 더 들어가니 누렇게 익어가는 파인애플 농장을 만났다. 무식하게도(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농업분야는 더 그렇다) 파인애플이 바나나처럼 키 큰 나무에서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파인애플이 배추 포기처럼 땅위로 누런 열매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하나 뚱칠까(훔칠까) 하는 유혹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에게 사과를 뚱치게 한 삐암같이 목구멍으로 스물하게 기어 나왔다. 이 깊은 산중에 보는 이도 없고 설마 감시 카매라도 없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순간 좀 전에 구글번역기가 뱉은 뒤 구절이 머리에 떠 올랐다. <부드럽게 구르세요> 그래서 혀끝에서 감돌던 달콤한 파인애플 향기를 지긋이 뱉어 버리고 차를 부드럽게 몰고 지나갔다.


점차 가까워지는 바위산들

비포장도로를 따라 계곡 속으로 들어 갈수록 멀리서 보였던 기암 봉우리들이 하나 둘 눈에 가깝게 들어왔다.


wide 렌즈로 잡은 산봉우리



Paopao 뒷산의 파노라마 사진

그런 농업지역을 통과해서 Paopao 계곡으로 조금씩 깊숙하게 들어가니까 Cook bay에서 먼 산으로 보였던 기암괴석의 산봉우리들이 하나 둘씩 눈에 가깝게 들어왔다. 차를 산중턱에 세워놓고 위 사진과 같은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고 싶었다. 뽀샵기능중에 photomerge란 폼나는 메뉴가 있는데 여러장의 사진을 연결시켜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 준다. 대신 사진과 다음 사진 사이에

overlap되는 부분을 크게 할수록 양질의 사진을 구할수 있어 가능한 촘촘하게 원판을 찍어야 한다.  파노라마 사진은 원판 20장을 연결시켜 만든 것이다.



한장으로 잡은 산봉우리



백장의 스틸사진보다  컷의 비데오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깊은 산중에서 호젓이 비데오 카매라를 돌렸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하는데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하는가? 백사불여일비




     Opunohu Bay 로 나와서


같은 산봉우리인데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파오파오계곡을 따라 가다보면 오푸노후계곡 도로와 만나게 되어있다. 그곳에서 섬 내륙으로 더 들어가지 않고 우회전하여 Opunohu Bay 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계곡 속에서 기묘하게 솟아 오른 산봉우리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지루하지않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Opunohu 계곡에서 바라본 산세들


Opunohu Bay의 조용한 해변

마침내 산속을 벗어나 Opunohu Bay 쪽으로 나오게 되었다. 산속에서 기묘한 봉우리들만 보다가 이번에는 바닷가에서 시원한 해변을 바라보니 그 또한 좋았다. 어느 노래가사처럼 산도 좋고 바다도 역시 좋다는 것이다.


오푸노후 해변의 풍광


해변의 야자수 키보다 낮게 보이는 산봉우리들


워낙 높은 산봉우리라 어디서도 눈에 쏙 들어온다


Opunohu Bay의 고요함

영어단어중에 <Serenity>란 폼나는 단어가있다. 뜻은 <고요함>으로 특히 자연, 하늘과 바다로부터 오는 고즈넉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아름다운 자연으로부터 마음의 치유를 받는 힐링과 비슷한 말이다.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돌아 다니다 보면 어김없이 <Serenity>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걸 느끼기 위하여 배낭여행을 계속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타히티 여행을 시작한 첫날에

Moorea 섬에서 또 다른 맛의 <고즈넉함>을 산속에서, 바다에서, 해변에서 찾을수 있어 자연에서 맛볼수 있는 희열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Serenity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허기를 느끼는 것은 무슨 자연의 조화일까?  비포장도로로 이어진 산속에서 헤매고 다닐적엔 이를 잊고 있었는데 산속에서 나와 다시 해안도로로 들어섰을 때는 시장기가 Serenity를 점점 능가하고 있었다.-Jh-



작가의 이전글 지노 배낭여행기 - 남태평양편 2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