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s Morne 국립공원(2)
2011년 6월 4일(금) 맑음
오늘 한 일이라곤 유람선 한번 타고, 6km 트레킹 한 게 전부다. 별로 한 것 없이 잼나게 시간 죽이는 이거야말로 진정한 힐링 여행이 아닐까? 그러나 오늘 병원신세 질 뻔했는데 병원 응급실 가지 않고, 신기하게도 너무도 운 좋게 여행기를 이어갈 수 있어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사연인즉, 나의 부주의 때문에 대형사고를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다. 황당한 사진부터 공개하자면 이렇다.
어제 홀로 Camping 한 Norris Point에서 아침을 해 먹고 Gros Morne 국립공원의 계곡을 보트 투어 하러 Western Brook으로 가는 길이었다. 운전하면서 오른쪽을 보니 Gros Morne Mountain이 아주 가까이 보일 길래 사진 잡으려고 차를 갓길에 대면서 오른쪽 좌석에 놓아둔 카메라 잡는라고, 갓길을 눈여겨보지 못하는 사이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오른발이 느슨해졌는지 차 오른쪽 앞바퀴가 경사면 아래쪽으로 빠져버렸다.
그제야 아차 했는데 차가 그대로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길래 순간적으로 차가 오른쪽으로 전복할 것 같았다. 찰나적으로 머릿속이 새하 해지며 아무 생각이 없었다. 사고구나 - 이 생각만 머리에 떠 오르면서 머릿속으로는 몸 전체를 하얀 석고로 깁스하고 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처량한 내 모습이 영사기처럼 돌아갔다.
나는 습관적으로 차 안전벨트를 안 하고 다니는데 그날도 평소처럼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 차가 쭈 루루 미끌리며 경사면으로 내려가더니 중간쯤에서 멈춰 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사면을 덮고 있는 흙이 딴단한 것이 아니고 모래처럼 푹푹 파이는 부드러운 흙으로 차 무게 때문에 더 이상 미끌리지 않고 중간에 차가 정지한 것이었다. 경사면에 멈춰 선 차 안에서 내 몸을 보니 45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냥 차 시동을 끄고 몸만 빠져나왔는데 사지는 멀쩡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지나가는 차가 이를 보고 서길래 일단 경찰을 불러달랬더니 Wracker Car를 불러야 하지 않겠나 한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그렇게 하자고 하니 자기가 마을로 가는 길에 불러주겠단다. Towing Car를 기다리는 동안 띄엄띄엄 지나가는 차마다 멈춰 서서 사연을 물어보는데 한 20대가 물어보고 간 것 같다. 그래도 이 길이 보트 투어 하러 가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기에 망정이지 한 시간에 차 한 대 올 똥 말똥 한 그런 외진 곳에서는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었을 거다.
한 20분 기다리니 뚱보 운전수 아저씨가 와서 차를 걸어서 끄집어 올려 주는데 차 엔진에는 전혀 문제는 없었고, 앞 범퍼가 도로 가드레일에 스쳐 페인트가 벗겨졌는데 Full 보험을 들었으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수고비로 캐나다 돈 100불을 지출하고 나서 보니 어제 공원 입장료 하고 캠핑사이트 비 안 낸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몸 안 다치고 차 안전하게 빼 내고 보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조심하게 다니자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다시 한번 더 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차사고로 시간이 지체되어 원래 예정했던 Western Brook에서 출발하는 투어 보트를 못 타고, 다시 Norris Point로 돌아가서 Bonne Bay에서 고래 보러 가는 투어 보트를 겨우 탈 수 있었다.
이게 차사고를 유발한 그로스몬산인데 이런 사진은 배 타고도 완벽하게 잡을 수 있었는데 …… 무슨 구신에 씌어 갓길에서 잡으려고 하다가 돈과 시간을 날려 버리다니 생각해보면 할수록 애석할 뿐이다.
Norris Point에서 투어 보트를 타고
이 배도 하마터면 탈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선장 왈, 적어도 10명 이상이 돼야 배가 나갈 수 있단다. 가보니 나까지 합쳐 3명이었다. 다른 관광객 올 때까지 그냥 차 안에서 죽치고 있었는데, 오후 2시 출발시간 되니 총 7명이 되었다. 오늘 아침부터 사나운 일진으로 이제는 투어 배도 못 타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선장이 큰 배 말고 작은 배로 7명을 태우고 갈 수 있단다. 인당 40불 받는데 2시간 30분 걸리는 투어 하는데 기름값이나 될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비수기로 관광객이 없는데 6월 말부터 시작하는 성수기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배 타기 전 시간이 남아 Norris Point 포구 근처를 어스렁 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해안선이 여러 겹으로 계곡을 돌아가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꼬고라지는 높은 절벽을 보고 있자니 암반으로 형성된 자살바위가 있는 나의 고향 부산의 태종대가 문득 생각나는데…… 못 본지가 수 십 년이 된 것 같다.
창식이 형하고 고래사냥 가자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 오직 하나 슬픔뿐이네 … 자, 떠나자 동해바다(Bonne Bay)로 삼등 열차(작은 배) 타고 고래 잡으러……
고래 잡는 게 아니고 고래 사진 잡으러 배 타고 나가서 운 좋게 고래 봤다. 뉴펀들랜드에 약 23종의 고래가 관측되는데 여기에는 혹등고래만 보인단다. 오늘도 역시 혹등고래 1쌍을 찾아서 촬영에 성공했다.
운 좋게 단 한컷으로 꼬리를 잡았는데 200미리 렌즈이기에 크게 잡았지 다른 사람들의 똑딱이로는 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래가 숨 쉬러 물 밖으로 나와야 되는데 감감무소식이라 다음 나올 때까지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나중에는 팔까지 떨리고… 그렇게 기다리다가 한순간에 셔터 찬스놓지면 땡이다.
이게 티브이 다큐에서 잘 나오는 장면으로 오늘의 과제 - 고래 꼬리 뒤집기를 잡아라.
배를 타고 Bonne Bay에서 이런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보았다. 고작 806m 높이의 그로스몬산이지만
우뚝 솟은 모습이 그리 초라하지는 않았다.
배에서는 또 다른 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Norris Point 마을과 국립공원 풍광으로 먼 산에는 잔설이 곳곳에 보였다.
선장 겸 가이드 역할을 하는 선주는 마이크로 이 근방의 역사, 생태계, 환경 등에 대해서 쉬지 않고 설명해 준다. 근처에는 새둥지도 많았었는데 지금은 해마다 그 수가 줄어 가는 이유가, 바다에서 잡히는 고기가 줄다 보니 새들의 먹이가 차차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북극의 온난화로 세계 곳곳이 그 후유증을 겪는 것이 여기에 사는 새들까지도 배를 골아야 하는 모양이다.
가이드 말로 우리가 투어하고 있는 Bonne Bay의 굴곡도 몇 십억 년 전의 빙하기 시대의 빙하가 수백만 년 동안 움직이면서 파 놓은 계곡으로 여기에 바닷물이 채워져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여기 Norris Point도 영국인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인디언 원주민이 살았는데 뒤에 진출한 프랑스인들이 어업권을 부분적으로 영국으로부터 허가받아 정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간혹 다니다 보면 불어로 된 마을 지명을 만나는데 그런 연유가 있는 모양이다.
원시인들이 암벽에 그린 것이 아니고 암석 사이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서 이런 멋진 추상화가 형성된 것 같다.
마을 언덕 위의 작고 하얀 등대가 어두운 밤길의 배들을 인도해 주는 모양이다.
가이드말로 대부분 Norris Point 주민들이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랍스터와 스노 크랩 등을 잡는다고 한다.
한참을 달려서야 드디어 먼바다로 나가는 입구가 보인다. 저 오른쪽 끝으로 나가면 대서양으로 들어서는데 바로 북대서양(Northern Atlantic Ocean)이되겠다. 투어 배은 여기서 돌아섰다.
투어 보트가 출발한 Norris Point 선착장
수량이라도 좀 많으면 볼만한 폭포가 될 텐데.
가이드말로 운 좋으면 여기서 Bald Eagle(미국의 국조)를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보지 못 했다.
오늘은 바다 사진뿐이다. 트레킹 이바구는 다음 편에서 이어갈 것이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