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s Morne 국립공원(3)
내가 했다고 하는 트레킹이라는 게 별게 아니고 그냥 사부작사부작 걸어가는 것인데 글쎄 그게 카메라 3 대를 목에 걸고 어깨에 메고 호부 6km 했는데 온 만신이 쑤시고 아픈 거 보니까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년 안나푸르나 트레킹 갈 때까지 어떻게 몸을 만들어 봐야 하는데 요즘 기분으로는 운동하기도 싫고 …… 오늘의 트레킹도 내가 하고자 해서 한 게 아니고 이런 사유로 했는데 …….
첨엔 큰 맴 묵고 그로스몬산(806M)에나 한번 올라가 볼까 생각했는데 이곳저곳에 마음을 두다 보니 한나절 송두리째 산길 걷기에 쏟아붓는 게 아깝기도 하여 접어버렸다.
Western Brook Pond로
위 사진이 국립공원을 최대로 크게 확대한 것이다. 약도를 보면 왼쪽 밑에 Trout River가 있고 그곳에서 오른편에 있는 Woody Point로 가는 중간에
Tablelands가 있다. 산 정상이 식탁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이와 비슷한 게 남아공 케이프타운에도 있다. 그 이름도 매양 Table Mountain이라고 한다.
Wood Point와 Norris Point 사이에 있는 바다가
Bonney Bay로 내가 어제 보트 투어 한 곳이다. 그 위에 있는 Rocky Habour는 조금 큰 마을이지만 별 다른 구경거리는 없는데 Western Brook Pond 보트 투어 배표를 팔기 때문에 표사러 Norris Point에서 Rocky Harbour로 가던 중에 운 좋은(?) 사고를 만났고…… 녹색점이 바로 그 사고 현장이다.
그로스몬 정상 트레일은 공원 Visitor Center에서 시작하여 정상으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있다. 위 지도는 트레일 표시 지도로 트레킹좋아하는 사람은 짬짬이 다닐만하다.
군침이 도는 Lobster Cove Head
Western Brook Pond로 가는 길에 Rocky Harbour를 지나면 Lobster Cove Head를 만나는데 마을 이름만 보아도 삶은 랍스트의 부드러운 맛살이 생각나 입에서 군침이 돌아 혓바닥의 미각이 살아났다. 이 마을에는 조그마한 등대가 있어 구경삼아 쉬어감 직 하다.
1898년에 완성된 이 등대가 Bonne Bay를 들락거리는 어선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근처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signal station 역활을 해왔다고 한다. 첨에는 석유 등불로 불을 밝혔는데 1969년이 되어서야 현대식 자동등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등대 근처에는 짧은 트레일이 많아 여름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어느 누구라도 등대와 섬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등대의 이미지가 어둠 속에서 비쳐주는 한줄기 불빛으로 안도, 구원, 희망, 용기 등을 상징하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도 이런 등대의 불빛을 찾아 방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등대를 보면 어김없이 이런 시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1955 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에서)
이렇게 역광이 강할 때는 적정 노출을 주지말고 의도적으로 노출을 under해서 찍으면 피사체가 실루엣으로 잡혀 재밌는 사진이 된다.
이런 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면 가슴이 후련해지는데 그게 심하면 가슴이 메여 조금 쌉스라해진다.
이 등대를 지나 조그만 더 운전해서 올라 가면 바로 Western Brook Pond 주차장이 나온다.
Western Brook Pond
저 안쪽 계곡 밑이 Western Brook Pond인데 배 타는 곳까지 편도 3km 거리다. 아침에 갓길에 차만 빠지지만 않았더라도 이 배를 탈 수 있었는데. 덕분에 Norris Point 투어 배를 타긴 탔는데, 다음에 여기에 오게 되면 충분한 시간을 내어 두 군데 다 타는 게 좋을 듯하다. 난 배보다 저 절벽 사진을 가까이 가서 찍어 보려고 갔는데……
이곳에 차를 파킹해 놓고 3킬로를 걸어가야 한다. 잘 걷지 않는 나에게는 왕복 6킬로는 먼 거리다.
카메라를 매고 걸어갈 만한 용기를 준 게 바로 아래 사진이다. 파킹장에 걸려있는 사진인데….
중간에 보이는 절벽같은 보이는 산들이 엄청나게 폼나는 것 같아…… 그걸 찍으려고 기꺼이 출발했다.
한 500미터쯤 다가 가니까 좀 더 크게 보여서 한 판 하고 계속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이름 모를 식물이 많다. 흔히들(특히 내가) 눈에 쏙드는 꽃이나 나무를 보고 사진 찍으면서 한 줄 쓰기를 이름 모를 꽃 또는 나무라 하는데 이게 말이 좀 안 되는 것 같다. 엄연히 이름이 있을 텐데 이름 모를이라는 형용어를 써야 하는 그 무식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근데 정호성님은 왜 이름 모를 소녀라고 노래를 불렀을까? 그러니 이름 모를 소녀/소년이나 여자/남자를 만나서는 안되고 반드시 이름을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렇듯이 이름 모를 꽃이나 나무라 하지 말고 반드시 이름을 알아서 무슨 꽃, 무슨 나무라 하여야 한다.
또 이름 모를 꽃인데 유채꽃이 아닌지? 꿀을 빠는 벌까지 잡아 버렸다.
이런 괴목도 지천에 널려있다. 중앙의 형상이 개나 양의 두상 같지 않나? 왼쪽은 다리 같기도 하고 이를 잘 조합해보면 양이나 개 한 마리 나올 것 같다.
나도 이제는 기념사진 찍고 싶은데 찍어 줄 사람이 없다. 가다 보니 내 그림자가 길어지고 다리 길이도 폼나게 길어지길래 똑딱이로 찍었는데 쌍권총이 폼날 것 같은데, 폼나기는 고사하고 양 어깨가 카메라 무게로 내리 앉을 것 같다. .
걸어서는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아마 저 배가 투어 하는 배 모양이다. 이게 제일 가까이 가서 찍은 Pond 사진이다. 뉴펀들랜드를 홍보하는 사진에 등장하는 큰 절벽이 바로 저 안쪽에 있다. 세인트 존스로 돌아 가려면 반드시 이 길로 다시 내려와야 하기에 그 날을 기약하며… 그로스몬 국립공원을 미련없이 떠난다.
선착장에서 투어배를 타고 pond로 들어가면 양쪽으로 그로스몬 산맥 지류의 높은 산들이 절벽을 이루고 있어 그 사이를 투어배를 타고 가면서 마주하는 풍광이 장관이라고 하니 혹 담에 가는 독자는 놓치지 말고 즐기시기를 바란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