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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Jan 02. 2020

지노 배낭여행기 - 지중해를 찾아서 4

 보르도에서


2009년 10월 28일(화) 맑음


이른 아침의 한적한 보르도 광장

흔한 말로, 밤을 줘 패면서 남하하였다. 오밤중에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니 휴게소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졸음이 일수 찍는 아줌마처럼 어김없이 노크할 때는 가까운 휴게소에 들어가서 차 뒷좌석에 누워 잠시 눈을 부쳤다. 길을 달리다 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라이트 헤드 불빛이 비추어주는 몇 미터 앞의 아스팔트만 보이지 다른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혹 고속도로를 따라 키가 훌쩍 커버린 풀들이 지나가는 차가 만들어낸 바람에 몸을 한번 움짤 거릴 뿐이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프랑스 포도주의 본고장 보르도는 시골처럼 한적해 보였다. 보르도에 있는 어느 특정 장소를 내비에 입력하여 찾아 들어간 것은 아니고, 고속도로에서 보르도 exit으로 빠져나와 다리를 건느니 바로 높은 기념탑이 서있는 넓은 광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지도에 찾아보니 Quinconces 광장이라고 되어 있다. 꽝꽁스인지 껑꽁스인지 낑꽁스인지 발음하기도 엄청 어려운 철자들이다.


보르도 꽝꽁스 광장(Quinconces)의 지롱드 기념탑

1920년 완공된 40m 높이의 기념탑으로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지롱드 당원들을 추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온건 우익 노선을 표명하다 급진 과격파에 당하여 지롱드 당원 22명이 처형되었다고 한다. 기념비가 여기 서 있는 이유가 1791년 지롱당이 창당한 곳이 보르도로 중앙당사가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기념탑 상층부

상층부에는 자유의 여신이 오른손에는 (속박을) 끊은 쇠사슬과 왼손에는 자유의 상징인 올리브 나뭇잎을 들고 있고, 아랫부분 분수대에는 승리를 상징하는 여러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이런 분수대 조각상을 제조하는데 구리만 총 52만 톤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기념탑 아래에 세워진 청동 조각상


마차를 몰고 행진! 행진!


기념탑 중앙에는 여러 조각상을 세워 놓고

  

요새 잣대로 보아도 성형외과 선전 모델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한 아름답고 빵빵한 여체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두 사진을 연결해서 보면

마차를 모는 상전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박차고 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보르도 포도밭에서


보르도의 포도밭(vinland)

포도주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기원전 600년경 페니키아인(지금의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북부에 거주했던 고대인)들이 그 제조법을 그리스로 알려줬고,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문화와 함께 이를 로마에 전파하여 포도주가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되었다. 당시 현재의 프랑스 지역도 로마제국의 영역이었기에 보르도 도시가 그 당시 형성된 년도가 3세기 경이라고 하니 매우 오래된 도시라 할 수 있겠다.

보르도가 상업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강가에 위치하여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포도 재배에 적합하였고, 가론강을 통하여 대서양으로 나갈 수 있어 항구로서 물품의 왕래가 편리하여 보르도항을 통하여 들어온 물품이 여기를 통하여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게다가 포도주 사업이 번성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도시가 팽창하였다고 한다.


도시 규모로 보면 파리 광역권에 드는 도시가 5군데가 있는데 인구수로 순위를 보면, 리옹(Lyon), 마르세이유(Marseille), 릴(Lille), 툴루즈(Toulouse)에 이어 보르도(Bordeaux)가 5위에 든다.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 도입


프랑스 포도주가 엄격한 품질표시등급으로 관리를 한다. 이를 Appellation D’origine    Controllee라 하는데 번역기로 들어보니 <아페래쑝 도유진 콘톨리>라고 들린다. 영어로 번역된 것을 조선말로 옮기면 <원산지 표시 통제>로 우리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제>와 대동소이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품질관리법으로 제조되는 비율은 54% 수준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AoC(원산지 표시 통제)는 1935년 농업국 산하에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 정부기관이 제정한 규칙과 양식에 따라

포도주 제조업자들이 표시해야 기본사항을 정해 놓은 것이다. 이 법령으로 프랑스산 포도주의 품질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린 계기가 되자, 뒤를 이어 여러 포도주 생산국들이 이와 유사한 시스템 채택했다고 한다.


프랑스 주요 포도주 생산지역

위 지도에 표시된 대로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알자스(Alsace), 르와르(Loire),  론(Rhone), 샹파뉴(Champagne), 랑그독 루시옹(Languedoc-Roussillon) 같은 곳으로 주로 따뜻한 남부에 치중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보르도 지역의 포도주 역사가 프랑스 포도주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AOC급 생산량의 25%가 보르드에서 생산되고, 보르도 생산량의 90%가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포도주 품질 4등급

통상 도표처럼 4등급으로 나누는데 그 비율을 보면,

전체 포도주 생산량 중 AOC급이 약 54%, AOVDQS급이 약 1%, VDP와 VDT급을 합친 것이 45%라고 알려져 있다. VDP의 Pays는 영어로 하면 Country로 지방산 포도주란 의미이고, 보급형 VDT는 말 그대로 어느 때나 쉽게 식탁에 오른다는 의미로, 원산지 표시도 없는 저렴한 포도주 원액을 섞어 제조하여 유통시킨 포도주를 의미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AOC급이라도 그 안에는 지역별로 품질이 천차만별로 분류되기에 AOC급 포도주가 AOVDQS 상급이나 VEP 중급 포도주보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항상 우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AOC에 의해 관리되는 포도주병에 부착하는 레벨에는 다음 사항이 반드시 기재되어야 한다.

- 생산업자: 통상 OO Chateau로 표시

- 제조공정: 누가 포도주를 병에 넣는 공정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 공정을 외부 용역을 주어서도 안되고 생산업자 외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도 안된다.

- 생산업자의 로고: 통상 샤토를 형상화하여 도안

- 포도 수확 연도: 생산연도가 아니고 포도 원액의 수확연도로 통상 vintage라고 한다.

- 병 용량: 보통 750ml

- 어느 지역의 AOC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현재 인증기관인 INAO에 의해 승인된 대표 지역 AOC가 약 300여 개 있다고 하는데, 보르드 AOC만 해도 지역별로 세분화되다 보니 전체 AOC는 약 450개가 된다.


위 상표처럼 생산업자 표시를 포도밭 이름(Domaine)으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La Croix 포도밭 제품이라는 의미다. Domaine=Field


AOC를 표기하는 방법은 위 상표처럼

Appellation OOOO Controlee라고 기재한다.


제조 공정(Bottling)을 밝히는 표시를 위에서 처럼 MIS EN BOUTEILLE AU CHATEAU라 하기도 하고, 첫 번째 사진의 상표에서처럼 MIS EN BOUTEILLE A LA PROPRIETE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Propriete가 영어의 Property로 샤토 농장과 동일한 의미이다.





    보르도의 흑역사


유럽 역사에 있어서 이슬람 세력의 침공으로 유럽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 빠진 경우가 딱 두 번 있었다.

만약, 이 두 번중 어느 한 번이라도 이슬람 세력을 격퇴하지 못하였다면 오늘날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변화되었을지 사뭇 궁금하다.



당시 이슬람군의 침공 경로


     첫 번째 풍전등하: 투르 - 푸아티에 전투


북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군이 지불알타를 건너 이베리아 반도(피레네 산맥 이남으로 지금의 스페인 지역)를 통치하던 서고트 왕국을 굴복시켰다. 711년 리스본과 코르도바를 함락하고 코르도바 공국을 설치하여 이베리아 반도를 장악하였다. 마침내 732년 3만의 대군을 이끌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 당시 프랑크왕국이 통치하던 지금의 프랑스 남부지역을 유린하며 지금의 보르도를 방어하던 프랑크 군대를 격파하고, 계속 북상하여 보르도에서 약 250km 떨어져 있는 푸아티에(Poitiers)까지 진격하여 프랑크왕국의 군대와 대치하였다.


당시 프랑크왕국에서 재상의 지위에 있던 카를 마르텔 장군이 2만의 군사를 이끌고 투르(Tours)부터 반격을 가하여 푸아티에에서 마지막 전투를 남겨놓고 있었다. 732년 10월 9-10일 이틀간에 카를 마르텔의 기마병이 대승리를 거두어 보드로도 탈환하여 이슬람군을 피레네 산맥 이남으로 밀어붙이고 프랑크 왕국의 영토를 수복하였다.


보르도 - 푸아티에 - 투르 침공 경로


파리 노틀담 성당앞에 서있는 카롤로스 대제(688-741)

서유럽을 이슬람 침공에서 구해낸 카를 마르텔이 카롤링거 왕조를 세운 피핀 1세의 손자로 아버지 피핀 2세와 함께 프랑크 왕국을 통일하여 명실상부한 카롤링거 왕조의 부흥을 이루어 카롤로스 1세라 칭한다. 교황으로부터 대관식을 치러 카롤로스 대제 또는 샤르마뉴 대제라고도 불린다.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아들 피핀 3세가 왕위를 이어받았으나 3왕국로 분열되어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태리의 모태가 되었다. 이슬람으로부터 유럽을 구했다고 해서 카롤로스 1세를 <유럽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두 번째 풍전등하: 오스트리아 빈 전투


두 번째 풍전등화는 16세기 급속한 영토팽창으로 세력을 확대한 오스만 제국이 1683년 7월 이스탄불을 거쳐 헝가리를 격파하고 오스트리아 빈까지 위협하며 2개월간 빈을 포위하고 있었다. 15만 오스만 제국의 군사들이 신성로마제국의 본가 격인 합스부르크 제국을 포위하여 서유럽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빈 방어선이 무너지면 동유럽은 바로 오스만 제국의 손아귀로 떨어지게 될 운명이었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과 기독교 제국의 연합군으로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이슬람 세력이 더 이상 동유럽 진출하지 못하도록 물려 쳤는데 이를 <1683년 빈 전투>라고 불린다.


유진 왕자(1663-1736) 기마상

Savoy 공국의 유진 왕자는  18세 약관의 나이로 합스부르크 제국에 무관으로 입궐하여 그 후 많은 전투에 참가하여 큰 공을 세웠는데, 특히 빈 전투에서도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더 나아가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헝가리 왕국을 수복하는데 앞장서 그 공을 기려 헝가리 부다페스트 왕국 앞에 기마상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 위 사진이 그 기마상이다.


  



    보르도의 아침


아침을 여는 보르도 광장

보르도 시내도 아침 일찍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전부 갱제생활(김영삼 어법)한다고 모두들 바쁘게 전차 타고, 버스 타고, 자전거 타고 출근한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미국하고 똑같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봐도 별다를 바가 없다. 단지, 당분간 출근 안 해도 되는 여행자가 된 나그네가 보르도의 아침 일상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늙고 은퇴한 영감쟁이들은 한적한 공원 벤치에 죽치고 앉아 시간을 죽이고……… 전차를 타고 출근하는 보르도 시민들의 얼굴 표정은 서울 지하철의 출퇴근 시간대의 시민의 그것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었다. 포도주 본고장 보르도에 가서 포도주는 맛도 못 보고 배가 고파 빵만 사 먹고 , 시내 건물 및 동상 사진만 몇 점 박아 가지고 내려왔다. 지도를 보니 광장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포도주의 현주소답게 와인 박물관도 있고, 생 앙드레 대성당도 볼만하다고 소개되어있고, 시간만 충분하면 유명한 와이너리를 사전에 예약하여 와이너리 투어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런 모든 것들을 패스하고 남쪽으로 길을 잡았다.



밤을 새워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보르도가 프랑스 남부지역으로 내려앉아 있어 스페인으로 넘어가기에는 편한 위치에 있다. 스페인과 경계를 이루는 지형이 피레네(Pyrenees) 산맥으로 최고 높이는 3400m를 자랑하고,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를 약 400km 걸쳐 동서로 가로막고 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많이 알려져 있는 순례자의 길이 프랑스 국경지대 생장에서 시작해 피레네 서쪽 산맥을 넘어 스페인령 론세스바예스를 걸쳐 서북부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장장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많은 순례자들이 걸어서 넘는다는 피레네 산맥 서쪽 능선을 나는 차를 몰고 넘어갔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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