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10/22/2015(목) 흐림 그리고 10/23/2015 맑음
대서양 바다 위를 대략 7시간을 날아 영국시간으로 아침 10시 조금 지나서야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 앉았다. 역시 런던의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도화지에 옅은 먹물을 뿌린듯이 우중충하다. 이번에는 환승(TRANSFER)쪽으로 길을 찾는다. 히드로 공항에서 환승은 처음이다. 길 찾기가 싑지 않다. 나중에 알았지만 히드로 공항에 환승 터미날이 A, B, C 터미날해서 3군데가 있는데다 인색하게도 전체 비행 스케줄을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A 터미날에서는 A 스케줄만 보여주고 B 터미날은 B 스케줄만 C 터미날에서는 C 스케줄만 보여주니 정확하게 갈아 탈 비행기가 어느 터미날인줄 모르는 경우에는 세군데 다 가봐야 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애기다. 나는 물어서 A 터미날인줄 알았지만 A 터미날에 가도 요하네스버그가는 내 비행기 스케줄은 전광판에 뜨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녁 7시에 가기 때문에 3시간 전까지는 전광판에 스케줄이 뜨지 않는다. 무려 9시간을 LAYOVER 했다.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잤기 때문에 눈을 부치고 싶어도 딱딱한 의자에 꼿꼿이 앉아 있다보니 올 잠도 달아날 판이다. 의자에 앉아서 새발개발로 배낭 여행기 제 1신을 날리고 공짜 와이파이로 미국 집하고 미국 친구들하고 카톡질이나 하고 신문이나 훑었다. 한국신문의 이바구꺼리는 단연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으로 눈물나는 여러 사연들을 전해주고 있다.
요하네스버그가는 비행기 스케줄이 겨우 3시간 전에 떴는데 GATE 지정은 2시간 전에 알려 준단다. 스케줄이 A 터미날에서 떴기 때문에 계속 A 터미날에서 죽치고 있다가 점심 때가 되어 샌드위치와 망고향나는 아이스티로 시장끼를 해소하고 난 뒤 무더운 여름날 장대비같이 쏟아지는 졸음을 달래보려고 터미날 끝쪽으로 돌아서 들어 가보니 꼬맹이들 노는 간이 놀이터를 만들어 놓고 그 뒷쪽에 등받이가 없는 길죽하게 가죽으로 만든 소파가 몇 개 놓여 있길래 한 쪽 모서리로 가서 배낭을 배개로 하고 끌낭을 발쪽에 두고 벌렁 누웠더니 잠이 언제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 잠이 몇년 전에 미국에서 대장내시경 받을 때 전신마취할 때 오는 그 잠과 똑같았다. 내시경받는 침대에 누워 있으면 마취의사가 와서 몇마디 물어보고 링게루 꽂은 주사기에다 마취제를 넣어 주는데 간호원들과 의사들이 주고받는 말들이 한 3-4초 사이에 서서히 작아지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그냥 깨어나 보면 아주 깊은 잠을 잔 것처럼 개운하기도 하였다. 이게 한국에서 연예인들 사이에 문제가 되었던 바로 그 우유주사다. 오늘 나는 공짜로( 비행기표 가격에 포함되었겠지) 개운한 우유주사 한 방을 맞은 것처럼 한 두 시간 정도 잠을 잤다. 이제 한 시간정도 남아겠지하고 전광판을 확인해 보니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스케줄이 터미날 C로 변경되었다고 나와있다. 우유주사 안 맞고도 한 시간만 더 A 터미날에서 잠을 잤더라면 오늘 비행기 놓치고 또 24시간을 죽쳐야 했었다. 왜냐하면 터미날 A에서 터미날 C로 이동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부랴부랴 배낭 하나는 매고 다른 하나는 끌고해서 터미날 C로 가서 비행기는 탔다. BA 새이들.
이것하고 비슷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하마터면 벵기를 놓칠 뻔한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다. 2013년 4월 네팔-티벳-중국 갈 때 미국서 두바이를 경유하여 두바이에서 환승해서 네팔 카트만두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두바이는 그 전에도 태국에서 이집트 들어갈 때 한번 환승한 경험이 있어 자신만만하게 두바이 공항에서 무려 4시간 LAYOVER 를 공짜 와이파이로 이곳저곳으로 쫄랑거리고 놀러 다니다가 수시로 전광판을 확인해 봐도 네팔 카트만두가 뜨지 않았지만 그래도 곧 뜨겠지하고 어물쩡거리다가 출발 30분전에 INFO DESK에 가서 왜 뱅기 스케줄이 안 뜨냐고 따질듯이 물었더니 카트만두 뱅기는 다른 터미날이라 여기서는 뜨지 않는다는 대답에 그 때서야 사색이 된 나를 공항 직원들이 무전으로 불러 카트만두 뱅기를 잡아놓고 급하게 봉고버스 불러 혼자 대절해서 저 뒷쪽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터미날에 내려줘서 운좋게 뱅기 안놓치고 간 적이 있었다. 근데 그 케이스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이유다. 미국에서 카트만두까지 보딩패스를 끊어 준다. 오늘처럼 미국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보딩패스를 끊어 주지만 보딩 패스에 좌석번호는 있지만 탑승 게이트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탑승 케이트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걸 안하고 두바이에서는 진창 놀았고 오늘은 터미날은 확인했지만 BA 새이들이 저그 맘대로 변경해서 그런거다. 그러니까, 환승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미리 터미날이나 탑승 게이트를 확인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하네스버그가 남아공의 제 1의 도시이면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는 이집트의 카이로에 이은 명실상부한 제2의 대도시이다. 관광철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승객이 그리 많은지 게이트 앞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도 없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A 터미날에서 전부 이리로 허겁지겁 달려 왔겠지. 비행기 타자마자 바로 곧 우유주사 한 대 또 맞았다. 이번에도 딱 2시간 자고 일어났다. 물어보니 목적지까지 11시간 걸린다니 요하네스버그 현지시간으로 아침 7시에 도착한다. 저녁 식사 메뉴가 어제 미국에서 올 때 주던 메뉴와 똑같아 이번에는 파스타로 먹어 보았는데 역시 입맛에 맞지 않는다. 아직 위장 벽에 기름층이 덜 빠진 모양이다. 아마도 이번에 아프리카를 4주 다니다 보면 위장 벽도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별로 먹을 것이 없는 이 곳에서 자꾸 굶다보면 위는 위대로 정신차릴거고 나는 나대로 무엇인가를 깨우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나는 창가에 앉았고 왼쪽에 앉은 프랑스 영감하고 할매가 사이좋게 이바구하는데 영감님 불어 목소리가 굵직한게 이브 몽땅의 바로 그 목소리다. 두 분다 영어가 안되어 자꾸 불어로 나에게 몇 마디 하시는데 8개 국어 쪼매씩 구사하는 내가 실전 불어가 많이 딸리는 것 같다. 내가 8개 국어한다니까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나의 8개 국어가 이렇다. 조선말,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니쉬, 독어, 불어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 조선어 두개하고 영어는 내가 미국에 사니까 자연히 증명되는거고 일어는 대학때 1학기 밖에 안했지만 혼자 독학으로 연마해서 한자를 아니까 기본 회화는 가능하고 중국어는 발음은 잘 안되어도 필담은 가능한게 저번 중국 여행에서 실습한거고(문제는 번체보다 간체가 새로워서 책 사가지고 간체를 공부하고 있다), 스페니쉬는 작년 봄에 아들데리고 남미 여행가서 기본회화를 실습 많이 한 덕분에 물건사고, 길 물어보고, 식당가서 메뉴 오다하고, 바가지 택시비 네고하는 정도는 충분하다. 독어하고 불어는 별로 실습 기회가 없어 그 수준 레벨 정도를 가늠하지 못했는데 오늘 할매가 네이티브 외국어선생처럼 불어로 바로 물어 보니까 적이 당황스러웠다(내가 고딩때 불어 학원 쪼매 다녔다). 그래도 배낭 여행의 고수인 내가 할배 할매하고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없다. 포도나무가 많은 프랑스 시골에 사는데 나미비아에 간다고 한다. 나는 미국 버어지니아주에서 어젯밤에 뱅기로 날아와서 요하네스버그를 걸쳐 케이프타운가서 혼자서 어떻게 하든지 케냐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대견스럽다는 듯이 그래그래를 연발하신다. 할매도 예전에 뉴욕으로 해서 라스베가스, 그랜드 캐논, LA등지를 다녀왔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기에 나의 47일짜리 지중해 투어를 지도를 펴놓고 거쳐간 곳을 알려주면서 혼자서 13천 마일( 21천km)을 운전했다고 자랑하니 할배할매가 놀래시는데 그 표정을 나의 8개 국어중 하나인 경상도 방언어로 번역하면 이런거다. “아이고 쑤악캐라. 그걸 우째 혼자 다 운전했노. 운전한다고 혼자서 억쑤로 욕 많이 봤제.”
비행기 경로가 궁금해서 FLIGHT PATH를 찍어보니 런던에서 정남 방향으로 도버해협을 통과한다. 심심풀이로 타고 가면서 비행 경로를 수시로 체크해봤다.
내가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에 떨어져서 한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도 비행기는 지중해 위에 그림처럼 떠 있었다. 조금 뒤에 지중해를 지나 튀니지 상공을 가로 지른다. 저녁 7시에 출발했으니 튀니지 상공에 왔을 때가 밤 10시가 좀 넘었다. 창 밖을 바라보니 띄염띄염 불빛을 이루는 마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저 밑에 사람들이 오손도손 살고 있구나, 저기가 아프리카 땅인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튀니지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구름처럼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현재의 튀니지가 고대 페니키아가 일어난 곳으로 저번에 시실리 여행기에 조금 올린 포에니 전쟁에 나오는 카르타고의 근거지로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하여 로마가 지배하였고 그래서 튀니지에도 옛 로마 유적이 남아있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많이 지정되어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튀니지의 남쪽 국경을 통과한 비행기는 알제리와 리비아 중간으로 계속 남하 비행하여 이번에는 NIGER와 CHAD 중간을 날아 내려가 카메룬의 오른쪽 국경을 통과하면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적도기니어를 지나 콩고 공화국과 바로 밑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을 지나 잠비아와 보츠와나를 지나 남아공으로 들어서는 모양이다. 새벽에 해가 뜨면 비행기에서 아프리카 땅을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프리카 대륙 땅을 이전에 두 번이나 밟은 적이 있었다. 첫번 째는 2009년 11월에 지브랄타에서 차를 페리에 싣고 모로코로 들어가서 검은 대륙을 처음으로 만나 보았고, 두번 째는 2010년 이집트로 들어가서 카이로에서 아부심벨까지 기차로 다닌 적이 있었다. 근데 모로코나 이집트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프리카라는 냄새가 좀 덜 나는 것 같았다. 사파리 동물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대륙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프리카 중앙부를 가로질러 요하네스버그까지
비행시간을 정확하게 11시간으로 채우면서 요하네스버그 O.R.TAMBO 국제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O.R.TAMBO (1917-1993)는 옛 백인정권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인권운동가로 넬슨 만델라(1918-2013)와 같이 백인정권에 투쟁하며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이바지한 민족 지도자이다. 뱅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예사롭지 않게 따끈거려 곧 진짜 아프리카 대륙의 햇살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착륙하기 30분 전에 가방에서 카매라와 캠코드를 꺼내 비행기 창문 밖의 풍경을 몇 장 찍었더니 프랑스 할매가 나보고 물어본다. “니 푸로페샤날 사진사가?”이 말을 불어로 어떻게 알아듣느냐 하면 그냥 한마디 ‘푸로페샤날’ 이것만 알아듣고 나머지는 넘겨집기로 하면 된다. 취미로 한다고 HOBBY라는 영어를 했더니 할매가 잘 못알아 먹어서 돈 안받고 한다고 제스처를 했더니 할매가 담박에 알아 들어신다. 불어로 취미를 뭐라고 하는지 한번 찾아 보아야겠다.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입국 수속을 마쳤다. 남아공은 미국하고 비자면제 협정이 되어 있어 기분좋게 비자비도 안내고 통과를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CAPE TOWN가는 비행기만 타면 아프리카 대륙으로 들어가는 모든 통과의례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국내선 환승 터미날로 가는 길이 입국 심사장을 지나 따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의식으로 또 한번 SECURITY POINT를 지나야 하니 2-3일 사이에 너무 자주 정결한 부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아 마음은 매우 평화스러워지는데 등팍과 머리밑은 근질근질한게 3일 동안 몸을 씻지못해 그런 것 같다. 육신의 부활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간지러움은 진정 정비례하는 것일까?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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