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호사다마와 조우
2009년 11월 6일(금) 맑음
스페인 2번째 도시답게 엄청나게 넓다. 게다가 1992년 하계 올림픽 유치가 계기가 되어 도시가 그냥 국제급으로 훌쩍 발 도움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서로 쌈박질하는 모양이다. 마국의 영부인 미셀 오바마도 이번에 하계올림픽 시카고 유치 운동을 열심히 했으나 결과는 물먹었다.
내가 차로 운전해보니 바르셀로나는 너무 넓어서 힘들고 이상하게도 GPS에 주소가 입력이 잘 안되었다. 다른 데서는 넣는 대로 잘도 받아묵더니 유독 여기 바르셀로나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유적은 OLD TOWN에 있는 BARRI
GOTIC 거리를 구경하면 되고 왕궁 하고 피카소 미술관 하고 항구 쪽으로 나가면 구경거리가 좀 있었다.
바닷가로 나가보니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부대시설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지중해 최대의 무역항답게 크고 작은 화물선들이 항구를 채우고 있었다. 화물 선외에도 미국이나 남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선박도 눈에 많이 띄었다. 사진 왼편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5성급 호텔인 W 바르셀로나 호텔이 보인다.
W 바르셀로나 호텔은 스페인에서 유명한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이 직접 디자인한 5성급 호텔로, 바르셀로나 해변에 서있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모든 객실이 바닷가로 향해있어 객실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지중해를 감상할 수 있다. 부러워하실 필요는 없다. 내가 여기 숙박했다고 해서 사진을 올린 게 아니고 지중해 해변에 우뚝 솟은 배 돛대 모양의 호텔이 눈에 띄어 찍어서 올린 것이다.
바르셀로나 도시의 심벌
바르셀로나에 가면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가 시내에 우뚝 솟아있는 Sagrada Familia 대성당이다. 뜻은 성스러운 가족(Holy Family)으로 가톨릭에서 모든 가정의 모범이 되는 예수, 성모 마리아, 나자렛의 성 요셉의 가정을 의미한다.
1882년 첨으로 공사가 시작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2021년 현재 약 80% 완성된 상태로 성당 목표 완공 시점은 담당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사후 100주기가 되는 2026년이다. 완공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첨탑은 총 18개가 된다. 2015년 성당의 12개 첨탑 가운데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높이 172.5m)이 완공됐고 올해 12월에는 두 번째로 높은 성모 마리아 탑(높이 140m)이 완성될 예정이다. 나머지 각 파사드에 4개씩 있는 총 12개의 첨탑은 12명의 사도(제자)들을 상징하고, 다른 4개의 첨탑은 전도자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1926년 6월 10일 저녁 5시 30분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코르테스 거리에서 늙고 초라한 70대 영감이 길을 건너다 뺑소니 전차에 치였다. 노인은 행인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에서는 행색이 초라해 거리 노숙인으로 보고 진료를 거부하였다. 결국 빈민들을 위한 무상 병원에서 사흘 만에 사망했다. 그의 행색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도 사람들은 그가 카탈루냐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가우디는 그의 인생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현장 지하 단칸방에서 12년째 머물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저녁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변을 당한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가족이 운영하는 주물 공방(Black smith)에서 일을 도우며 성장하였다. 18세가 되던 해에 바르셀로나로 이주하여 건축학을 공부하였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 학교에서도 학과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찬사를 받았다.
<학위를 수여받은 사람이 미친 녀석인지 아니면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우디가 인정받은 능력은 당시 건축계에서 행하던 단순한 모방이 아니고, 그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창작
의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의 작품으로 베에스구아르드 타워(Bellesguard Tower), 구엘 공원(Park Güell), 마요르카 성당(Mallorca Cathedral), 구엘 대지(Güell Estate)의 교회,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라 페드레라(La Pedrera),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 등과 같은 여러 걸작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평생 기인처럼 살다 간 가우디는 그가 마지막까지 모든 정열을 불태웠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에 묻혔다. 2005년에는 유일하게 가우디가 직접 설계부터 건축까지 책임졌던 탄생의 파사드와 가우디가 잠든 성당 지하 공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Barri Gotic 거리
바르셀로나 시내에서도 람블라스(Las Ramblas) 거리에 있는 BARRI GOTIC 거리가 아마 관광객이 제일 많이 몰리는 것 같았다. BARRI GOTIC이 유적지가 된 이유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통치시대( 27BC - AD 14)에 여기가 식민지 도시로 건설되어 많은 옛 건물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옛 건축물들이 그 시대부터의 흔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명한 Old Town으로 각광을 받는 모양이다가 보려고 했지만 결국 가보지는 못한 그 유명한 피카소 미술관도 여기 올드 타운에 있다.
다음에 바르셀로나 여행을 차로 직접 운전해서 올 사람은 나처럼 운전해서 다니지 말고 차는 호텔에 파킹해 놓고 17유로 내고 관광버스로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시로 다니고 종일 마음대로 탈 수 있어 좋다. 자가로 차를 모니까 파킹 하기 힘들고, 사진 포인트를 찾아도 차를 잠시 주차하기도 힘들어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바르셀로나 도시 전체적인 느낌은 마드리드와 리스본보다 낫다는 것인데 아마 마드리드는 항구도시가 아니니까 지중해 연안의 포근한 그런 맛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도 자랑하는 것이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물동량이 최고로 많고 또한 관광객이 모이니까 지중해의 심장(HEART OF MEDITERRANEAN)이라고 선전문구에 자랑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옛 건물에는 나도 별 흥미는 없는데 그래도 내가 존경하는 콜럼버스 성님하고 얽힌 이바구가 있었다.
1492년 컬 형님이 물주인 스페인 여왕 이사베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항해하여 서인도제도를 발견하고 나서 돌아왔을 때 여기 바르셀로나 대성당에서 주교로부터 성대한 환영식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닷가 공원에 높은 기념탑을 세우고 컬성님이 우뚝 서서 저 바다를 가리키는 당당한 모습을 새긴 모양이다. 나도 몇 년 뒤에 미국 버어지니아에서 세일보트를 몰고 대서양을 횡단하여 지중해로 성공적으로 항해해서 들어올 때는 누가 나를 환영해 줄까? 그런 엄청난 상상을 해보았다.
해산물이 풍부한 항구도시
바로세로나 시내에서 기똥찬 해물 뷔페집을 찾았는데 요즈음 먹거리 집을 잘 만나는 것 보니 운수대통이다. 중국사람이 하는데 한쪽에는 중국음식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해물 뷔페가 있는데 반은 이미 찌고 삶아서 그대로 샐러더로 만들어 묵을 수 있게 해 놓고, 반은 생해물이 있어 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 주면 요리사가 즉석에서 히바찌로 쿡해준다. 생해물은 새우, 막대 조개, 영덕대게, 홍합, 오징어 외 소고기도 있고 여러 가지인데 먹는데 바빠 사진을 찍지 않아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배 터지게 묵고도 8유로 정도이니 이 정도면 배낭여행자에게는 괜찮은 메뉴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친구를 만났다. 글자 그대로 많은 좋은 일에 별 반갑지도 않은 마구리(魔)가 끼어든 것이다. 여기서 호사(好事)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근 50일 동안 일도 안 하고 차 몰고 유럽과 아프리카 땅을 자유로운 영혼처럼 돌아다니는 것이고, 다마(多魔)는 오늘 바르셀로나 중심지 로터리에서 차사고를 당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까발리면 오늘 차사고가 두 번째 마구리이고, 첫 번째 마구리는 졸작 <모로코 탈출기>를 탄생시킨 대마초 딜러하고 꼬인 이바구를 말하는 것이다.
<모로코 탈출기>로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jinhokim/368
사고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Barri Gotic 거리를 구경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중에
8차선으로 되어있는 원형 로터리를 돌고 있었다. 로터리에서 차선 변경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은 한번 경험해 본 운전자들은 잘 알고 있을게다. 하물며 8차선 로터리에서 끼어들기와 차선 변경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미국에서는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도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로터리는 없고 신호를 받아 좌우회전하면 된다.
넓고 둥근 로터리를 오른쪽으로 돌고 있는데 내 차의 왼쪽 차선에서 같은 방향으로 도는 짐 트럭이 내 차선을 약간 침범하여 벤즈 왼쪽 백미러 목을 한 방에 댕강 쳐버렸다. 비상 깜빡이를 넣고 바로 차를 로터리 안쪽 차선에 세웠다. 그러자 짐 트럭 운전수도 바로 차를 세우니 그 복잡한 로터리 안쪽 차선에 교통체증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현지 교통 경찰관이 불을 깜박이며 나타나서 상황을 묻는데 영어가 안 되는 젊은 앳된 경찰관이었다. 일단 차를 로터리 밖으로 빼라고 해서 내 차와 짐 트럭을 로터리를 벗어난 갓길에 세웠다. 말이 통하는 경우에는 내가 잘했니 니가 잘못했니 싸우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런 경우에는 둘 다 조용하게 아무 말도 없었다. 젊은 경찰관이 A4용지보다 더 길쭉한 서류를 들고 와서 내보고 작성하라고 하였다. 떡 펼쳐보니 사고 경위서인데 전부 스페니쉬로 되어 있다. 제목을 보니 EU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교통사고 보고서였다. 스페니쉬라 해도 기본 양식에 요구하는 항목은 대동소이하다. 사고 일시, 이름, 주소, 생년월일, 차량명 등등…
난감한 것이 긴 여백으로 남겨진 세세한 사고 경위였다. 쉬운 조선말로 하면 <로터리를 잘 돌고 있는데 저 짐 트럭이
내 왼쪽 차선을 침범하여 왼쪽 백미러를 작살냈어요>인데 이걸 스페니쉬로 적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한 가지 아이디어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야말로 세계 공통어가 아닌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고 차선을 가늘게 몇 개 그리고 안쪽 차선에는 내 벤즈를 그려 넣고, 그 왼쪽 차선에는 짐 트럭을 그려, 마치 짐 트럭 오른쪽 범프 대가리 끝이 내 벤즈 왼쪽 백미러를 타치 하는 모양새로 저학년이지만 약간의 그림 소질이 보이는 아동들이 그리는 수준으로 완성했다. 이를 본 경찰관이 흡족하게 접수하며 3 카피 중 한 장을 내게 주었다. 수리 배상 문제로 걱정을 하였으나, 한 달 후 런던으로 돌아가서 차를 반납할 때 그 카피를 주었더니 렌트회사 측에서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하지 않고 그걸로 깨끗하게 마무리지었다. 그래서, 한 번씩 나 혼자 생각하는 것이 세계 여행하려고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여행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한마디 충고를 드리자면, 외국어 학원보다 차라리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스케치 기법을 익히는 것이 훨씬 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틀렸나?
여행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이번에는
사랑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잔나비 노래를 한 곡조.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
https://youtu.be/GpQ222I1ULc (여기를 콕)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그룹 잔나비)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이상하게 사람들은 바르셀로나가 좋다고 하는데 두 번째
마구리한테 호되게 당한 나는 이 도시가 별로였다. 이제 옛날 건물들은 볼 만큼 본 모양인지, 아니면 볼 줄도 모르면서 보려고 하니 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서 빨리 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여기서 약 35킬로 떨어진 산 중턱에 수도 원겸 성당 겸 멋진 국립공원이 있다는데 글로 가보려고 한다. 이름하여 몽세라트(Mont Serrat)국립공원.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