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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Feb 09. 2020

지노 배낭여행기 - 지중해를 찾아서 11

모로코 탈출기(1)

본토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가 나를 추월하면서 내 벤즈차가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눈을 들어 보니 3-4살 정도의 남자아이를 옆에 태우고 있었다. 조금 가다가 이 녀석이 갓길에 차를 세우더니 나 보고도 잠깐 세워보라고 손신호를 하였다. 영어가 조금 되는 녀석인데 행색이 현지인답지 않게 외모도 깔끔하게 생기고 옷도 다른 현지 인하고 틀리게 잘 차려입고 있었다.


지가 다음 마을에 사는데 너 혹시 우리 집에 가서 숙박하고 갈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지 다른 집이 여기 말고 탕게에도 있다고 하였다. 탕게는 이 코스(엘 호시 마 국립공원) 끝내고 가야 할 카사블랑카, 페스, 수도 라바트를 가려면 지나가야 할 곳이라 잘하면 이슬람 현지인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을 기회가 될 것 같아 그 녀석의 호의가 싫지는 않았다. 그래, 나는 지금 리스본에서 모로코 온다고 이틀 연속 강행군해서 매우 피곤한 상태이고, 세계 테마 기행에서 처럼 현지 문화 경험을 쌓아볼까 하고 마음이 동하였다. 애가 있으니까 마누라가 있을 게고, 내가 모로코 여자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책 보니 여자 사진을 함부로 찍다가 큰일 날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하니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인터넷이 되냐고 물어보니 자기 집에는 없는데 다른 데서 알아봐 주겠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 일단 가보자. 가서 인터넷이 안되면 샤워나 하고 잠이나 푹 자려고 마음먹었다.


히잡을 입은 탄자니아 이슬람 여인(2015년 촬영)


히잡과 전통 의상을 걸친 아프리카 이슬람 여인


히잡대신 부르카를 걸치고 두 눈만 빼꼼 내놓은 무셔운 이슬람 여인


산길 모퉁이를 돌아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샛길로 빠져 몇 분을 내려가니 모로코 본토의 시골 촌락이 나오는데 옛날 우리 시골 집하고 비슷하였다. 단지 집을 지은 재질과 골채가 다를 뿐이었다. 여기 시골집 구조는 방들이 작고 대부분 들어가는 입구부터 타일로 장식을 해놓아 깨끗하게 보였다. 아래층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자기들은 위층에 거주한다는데 마눌님이 보이지 않았다. 반쪽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한다는 말인즉, 마누라가 결혼생활에 적응이 안되어 이혼했다고 하였다. 그래, 그 흔하디 흔한 성격차이가 이 모로코 산골짝에도 있는 모양이지.



현지인의 아들

애는 3살 남자애로 자기가 키우고 있다고 하였다. 내가 그랬다. 니는 아들 잘 키우려면 하루라도 빨리 재혼해야지 하니까 멋쩍게 웃으면서 지금 열심히 고르고 있다나. 조오켔다. 새장가가게 돼서.  




    저녁도 잘 대접받고

저녁 식사 식탁

저녁 시간이 되어 현지식 식사를 내놓는데 세숫대야만 한 커다란 구운 빵에다 올리브 오일과 버터를 세로로 잘라 각각 접시에 담고, 다른 접시에는 올리브 열매를 통째로 담아 대접하였다. 음료수는 오렌지주스를 내어 왔다. 아침에 먹은 빵 하고는 약간 다른 맛이었다.

    

저녁을 먹고 조금 있으니 양복 입은 퉁퉁한 녀석이 들어오는데 지형이라고 인사를 시켜주었다. 내가 모로코 현지어로 숫자를 어떻게 말하는지 현지어  강습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열은 아시라, 백은 미애, 이백은 미아텐, 삼백은 킬터미아, 계속 쭉쭉. 물건을 사면 얼마인지 도통 알아 묵을 길이 없어 숫자만이라도 알아야지.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되어있는 배낭 여행자로 이렇게 오지여행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현지어 공부하는 걸 보면 오지랖이 엄청 넓은 배낭 여행자 같았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다른 방에서 무슨 봉지를 가지고 나오는데 모양이 꼬마 쏘세지 모양으로 비닐랩으로 꽁꽁 쌓여 있었다. 뭔데? 장황하게 영어로 설명하는데 대마초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런데 피우는 것이 아니고 그대로 삼킨다고 하였다. 삼키면 그대로 홍콩 간다고  떠들어대었다. 야! 자슥아, 난 지금 이틀 연짱 밤새워 운전해서 그거 안 묵어도 몸이 홍콩가고있는데  그거 넘어 삼키면 마카오 가겠네?

영어로 하쉬쉬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게 그것이란 말인가? 이 녀석의 다른 집이 탕게에 있다고 했는데, 탕게는 제법 큰 항구 도시인데 혹시 이 녀석이 그 지역의 대마초 딜러란 말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이 녀석이 자기는 새벽 2시에 탕게로 급하게 갈 일이 생겼다고 하면서 나보고 혼자서 여기서 잘 수 있겠냐고 물었다. 지 형은 아까 아침에 지나온 타띠안에 집이 있어 곧 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 녀석 왈, 니 혼자 자기 싫으면 저녁에 같이 탕게로 가자고 하였다. 내 머리 회전을 한 바퀴 세게 돌려보니 답이 바로 나왔다. 이 녀석이 나를 처음부터 꼬드긴 이유가 지물건을 운반해달라는 것 아닌가.


곰곰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길이 갈라지는 주요 도로에 항상 모로코 경찰들이 차를 세워 꼼꼼히 검사하는데 유독 외국인 차는 그대로 통과시켜주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바로 탕게는 갈 수 없어, 나는 내일 엘호시마가서 국립공원과 고산지대를 구경해야 한다고 계속 우겼다. 그런 나를 설득해보면서 이 녀석도 계속해서 탕게에 있는 저그 집에 같이 가자고 졸라 대었다. 나보고 보여 줄 게 있다면서 옆 별채로 데리고 갔는데, 가서 보니까 큰 마대 자루에 말린 풀들이 가득 들어있어 이게 그 하쉬쉬 원료라고 하였다. 이자슥들이 나를 점점 동업자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방에 돌아와서 난 피곤하니 샤워나 하겠다고 욕탕에 가서 보니, 낮에 가본 식당 화장실 구조하고 똑같았다. 바닥과 벽은 전부 하얀 타일로 되어있고, 변기는 그냥 쪼그리고 앉아서 일 보고 나면 물 빠지는 구멍이 있어 물만 흘려주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옛날 시골 울 할머니 집의 그것보다는 훨씬 나은 수세식 변기라 할 수 있다. 우리 것은 밑에는 똥물이 고여 있어 덩어리 투하되면 똥물이 튕겨 올라오니까 잽싸게 피해야 했다. 유머로 그것을 피하는 몇 가지 방법들을 연구한 발표 자료가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고 있어 진화된 방법들이 계속 업데이트되었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 나가니 그때까지 형제 둘이서 무슨 이바구를 열심히 하고 간간이 셀폰으로 열심히 외부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보고 너 여기서 오늘 잘 수 없다고 하였다. 왜? 저그 형이 문 잠그고 가야 되니 그렇다고 하였다. 그래 좋아, 난 호텔로 갈 거야(속으로 잘되었구나 하면서). 그런데 그 녀석이 여기서 한 5km 들어가면 저그 아부지집이 있는데 거기서 잘 수 있다고 자고 가라고 하였다. 난 속으로 미치고 환장하였다. 순간적으로 이렇게 둘러 대었다. 우리 꼬레아 풍습에는 친구 아버지 집에는 친구 없이는 절대로 자는 법이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계속 우기니까 그 녀석도 더 이상 아버지집 이바구를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이 내일 내가 찾아갈 탕게 집 주소와 쉘폰번호를 적어주면서, 다시 한번 꼬우는데 셒샤안(내가 태워준 십 대 소년들이 사는 곳)에 지 친구 집이 있는데 거기서 자고 갈 마음은 없냐고 또 물었다. 난 계속 아이다, 니 없이는 어디서도 못 잔다. 오늘 호텔에서 자고 내일 엘호시마 구경 마치고 낼 저녁에 탕게에서 꼭 만나자고 이번에는 내가 그 녀석을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이 녀석은 계속 나를 설득하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힘든 영어를 계속 꼬부랑거리고 있었다. -jh-


벽에 걸린 알라 신 벽걸이 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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