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므(Nimse)와 퐁듸가드(Pont du Gard)
2009년 11월 8일(일) 맑음
몽펠리어에서 마르세이유로 바로 가는 해안도로가 없어 니므(Nimes)나 아비뇽(Avignon)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야 할 것 같다. 생선 비린내 나는 마르세이유 선착장 술집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처자도 없는데 왜 자꾸 마르세이유로 가고 싶어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도시 이름이 예뻐서 그런가? 일단 고속도로에서 니므(Nimrs)로 빠져나갔다.
유렵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무비자 입국이다.
단, 영국만 제외하면 그렇다. 국경선이 없고 이민국도 없고, 혁대 풀고 신발 벗고 X-ray 탐지기를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슈케이스 풀어헤쳐 다시 뭉쳐 허둥지둥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나라와 나라가 그냥 같은 길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번잡한 입국 수속 같은 것이 없다 보니 제집같이 이 나라 저 나라로 들락거릴 수 있다. 그렇게 스페인 지중해 연안을 지나 프랑스 지중해 연안으로 들어왔다.
로마시대 식민도시였던 니므(Nimes)
프랑스 니므(Nimes)는 인구 약 15만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로마시대부터 형성된 도시로 로마 시절의 도시 이름은 Nemausus라고 불렸다. 지금도 로마시대의 많은 유적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로마의 콜로세움에 버긋가는 원형 경기장이 유명하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수원지에서 수로를 놓아 도시에 물을 공급한 Pont du Gard라는 유적지도 남아있다.
니므시 한복판에 장군처럼 떡 버티고 서있는데 시내의 모든 길이 여기로 통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게 되어있는 것과 일맥상통한 듯하다.
로마 콜로세움이 약 5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고, 여기 니모의 그것은 약 2만 오천명 정도라 하니 규모는 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니므 원형경기장은 길이 133 m, 너비 101 m, 높이 21m의 타원형으로 로마 콜로세움의 길이 189m, 너비 156m 그리고 높이 48m에 비해서는 작은 경기장이다.
원형경기장 바로 앞에 청동으로 만든 투우사 조각상을 세워 놓았다. 지금도 일 년에 두 차례 원형경기장에서 투우 경기를 하고 있단다.
7.50 유로 입장료 내고 들어가면 TV 리모트 컨트롤만 한 해설 오디오 주는데 대신에 운전면허증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몇 나라 버전이 있는데 조선말은 없다. 관리인이 내 생긴 꼴을 보더니 니혼고 버전을 주길래 영어 버전으로 들고 들어갔다. 이상한 게 짱께 버전이나 니혼고 버전을 가지고 어느 걸로 줄지 고민을 해야 할 텐데 바로 니혼고 버전을 주는 걸 보니 내가 그쪽으로 더 가깝게 생긴 모양이다.
1세기경 건축되었으니 약 2000년 정도 된 작품인데 지금도 니므시 주요 행사나 투우 경기에도 사용하고 있다. 돌 가공 기술은 로마인들이 탁월한지 그 모양새가 아직도 흐트러지지 않고 반뜻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원형 경기장 입구에 그 당시 검투사들의 복장이나 결투 모습을 그림으로 전시해 놓았다. 뭐니 뭐니 해도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결투하는 장면을 연상하는 영화를 하나 손꼽아보라면 <글래디에이터>를 들 수 있다.
2000년 작품으로 쥔공 검투 사역으로 Russell Crowe가 열연했었다. 글래디에이터는 검투사란 뜻이다
건축물이 2000년이나 되었다고 하지만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상단부 끝부분은 망실되어있다. 옛날에는 검투사들끼리 또는 검투사와 맹수끼리 또는 맹수끼리 쌈박질을 시켜놓고 관중들은 야유하며 그걸 즐겼던 모양인데 이는 요즈음 잣대로 보면 젊은이에게 유행하는 이종격투기와 다를 바 없다.
반가운 조선족 커플
니므시를 걸어서 혼자 구경하는데 길을 물어보려고 하니 젊은 커플이 마침 지나가길래 잡고 영어로 물어보니 자기들도 구경 와서 길을 찾고 있다고 하였다. 남자는 여기 프랑스 본토인 같고 여자애는 동양인 모습이었다. 나를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왔다. 난 항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from korea라고 답한다. 왜냐면 from USA 하면 전혀 미국인 같지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갑자기 애들이 깔깔 웃으면서 남자애가 한국말로 하는 말이 저 한국말할 수 있어 요하더라고. 깜놀하고 알아 보니 파리에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인데 주말에 놀러 왔다고 하였다. 남자애는 러시아 태생인데 5살에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이민 왔고, 여자애는 한국에서 언어 연수하러 온 지 일 년 되었다고 하였다. 남자애 이름이 이마엘인데 영어, 불어, 한국어, 러시아 등 외국어가 뛰어난 놈이라고 하였다. 이마엘의 한국말은 거의 독학으로 터득했고 한국에 가서 3개월 연수했다고 하였다. 하여간 엄청 반가웠다. 고대 로마시대 곰팡이 냄새가 펄펄 나는 니므에서 조선 말하는 여행객을 만나 길 모르면 본토인 이마엘이 현지어로 척척 물어서 내게는 조선말로 이야기해주니 그게 좋았다. 그렇게 같이 시내 구경을 하다 방향이 틀려 (저그는 아비뇽에서 내려왔고 나는 아비뇽으로 올라가야 하니까) 아쉽게 작별을 해야 했다. 이상한 동서양이 만난 조선족 커플이지만 같은 언어로 소통이 되니 참으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Pont du Gard 박물관
니므(Nimes)와 아비뇽 중간쯤에 있는 수로 건축물이다
1세기경 번성한 로마의 식민도시로 Nimes가 발전하자 식수를 비롯한 물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50km 떨어진 Uzes수원지로부터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공사를 로마 제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와 후임 네로 황제 통치시대에 무려 15년 걸려 완성한 수로공사로 Pont du Gatd는 Gard강의 다리라는 의미다. 장장 50km 수로공사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3층으로 높이가 50m나 되는 역사적인 토목공사의 유적이다. 연식으로 보면 이천 년을 훨씬 상회하는 로마인들의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다. 옛날 로마제국이 통치기반을 공공이 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대형 건축물을 축조하여 식민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였다고 한다.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현지 및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pont du gard(퐁뒤가드)의 듸 발음 가지고 이마 엘이 몇 번이나 바로 잡아주는데 잘 안되지 않았다. 니스에서 약
10키로 떨어져 있고 아비뇽 올라가기 전에 들어가서 보았는데 박물관처럼 조성하여 유료 입장이다.
사선으로 흐르는 강이 Gard강이다. Pont du Gard는 가드 강의 다리라는 뜻으로 그 옛날 수로로 도시에 물을 공급했다고 한다. 다리 위로 걸어 가보면 다리 위로 2층 3층으로 수로가 놓여 있다. 다리 밑으로 산책하기 좋은 산책로가 이리저리 나있다.
희한하게 나무 둥지만 남기고 길을 모두 덮어 버렸다. 그래도 나무는 꿋꿋하게 살아있다.
공원같이 산책하기에도 좋아 현지인들이 관광객보다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11월 초순으로 접어든 여기 날씨도 초가을쯤 되는 모양으로 나뭇잎들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먼저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그런 썰렁한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니 먼 이국에서 혼자서 방랑객이 되어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때로는 쓸쓸해 보였다.
찬찬히 보니 수로를 떠받치는 구조도 이층으로 되어 있고, 맨 위층 물이 지나가는 수로는 작은 아치를 연결시켜 물의 무게까지 분산시킨 모양이다. 그 시대에 수로로 저런 웅장한 건축물을 쌓아 올린 로마인들의 건축술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