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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Aug 21. 2021

지노 배낭여행기 - 바하마 그리고 쿠바 15

세계 문화 유산지 - 까마구웨이

2011년 8월 8일(월) 맑음


쿠바 남동부 지도


트리니다드에서 까마구웨이로

가야 할 길을 가늠해보니 아직 반도 오지 못했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그림을 그린 것 같아 후회가 되기도 하는데 이제 와서 우짜나 가는데 까지 가봐야지. 어젯밤 살사춤 향연으로 가무 음곡에 취하고 모히토 넉 잔에 떨어져 오래간만에 숙면을 해서 그런지 몸이 가뿐하다. 트리니다드에서 다음으로 경유할 곳은 까마구웨이 역사 유적지로 유네스코 문화 유산지로 지정된 곳이다. 말밥(휘발유)만 미기고(먹이고) 채직을 휘둘러 쉬지 않고 달려가니 점심때가 넘어서야 까마구웨이에 도착했다. 쿠바 지명중에 젤 맘에 드는 곳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냄새가 펄펄 나는 지명인 것 같기도 하고.    



까마구웨이 중앙통에 있는 광장

시 중앙통에 세워져 있는 Ignacio Agramonte(1841-1873)의 동상. 식민지 시대 때  본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도 하고 아바나 대학에서 법률 전공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스페인과의 10년 전쟁(1868-1878)에 참전했다가 32세로 전몰했다. 이 동상은 그의 돈 많은 부인이 1912년 여기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처갓집이 밥 좀 묵으면 이럴 때는 큰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Agramonte의 기마동상



까마구웨이 성당

공원 귀퉁이에 있는 성당. 1735년 건립되었는데 종탑 부분은 1777년에 증축되었으나 뒤에 소실되었다가 현재 지금 모습은 1864년에 재건축한 것이다.   






     인민들의 건전 취미생활 체스게임


체 게바라 사진이 걸려있는 체스 게임장

바로 옆 건물에서 체스를 즐기는 시민들. 벽에 체 게바라 사령관도 시가를 즐기면서 열심히 회색 뇌세포를 굴리고 있다. 진지하게 다음 수를 계산하고 있는 꼬마 선수의 모습이 의젓하다.




채스 삼매경에 빠져있는 인민들

넓은 홀 안에는 친구나 가족끼리 체스 경기를 즐기고 있는 까마구웨이 시민들로 꽉 차 있었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인민들이 돈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의 하나인 것 같았다. 우리가 뉴스에서 종종 보듯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민들이 취미 생활로 즐기는 게 공통적인 것이 하나가 있다. 바로 춤판이다. 지금이나 옛날의 중국이 그러했고, 북한 인민들도 모이면 춤으로 흥을 내는데 주로 군무 형태로

그룹 춤을 장려한 모양이다. 중국에 가보니 이런 단체 춤은 운동으로도 장려하고,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는 시가지 광장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즐기는 인민들을 무수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쿠바 인민들도 그렇게 춤을 즐기는 편이다. 해가 질 무렵 마을의 골목길에는 동네 주민들이 틀어 놓은 템포 빠른 음악에, 또는 네댓 명 악단이 연주하는 리듬에 맞추어 신나게 벌이는 춤판을 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까마구웨이 시청 건물

외벽이나 내부 상태로 봐서 꽤 오래된 건물인 것 같다.



      

까마구웨이 Carmen 교회

1825년 건립된 바로크 양식의 교회인데 무언가 빠진 게 있나 싶어 여행 안내서에 있는 사진과 비교해봤더니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옛날 사진은 퇴색했지만 그래도 유물 냄새가 팍팍 나는 게 말 그대로 고색창연했는데 지금은 외벽에 칠을 하고 손을 본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지 평가 실무단에게  보고해야 할까 봐.  사진과 실물을 비교해보니 근래에 여기저기 고친 흔적이 역력하다.



     

까마구웨이 카르멘 교회

내가 이 사진 한 장 찍으려 천리길을 달려왔는데 옛 것은 간 곳 없고 까마구웨이 북청 물장수만 만났다.





       까마구웨이의 북청 물장수


까마구웨이의 북청 물장수

원래 이도시를 건설할 때 제일 힘든 게 물공급이었다고 한다. 이 도시의 별명이 TINAJONES CITY라고 하는데 TINAJONES는 큰 물항아리인데 보통 높이가 2미터라 한다. 집집마다 이런 물항아리를 비축하여 물을 저장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런 항아리를 이용하여 빗물을 저장

하여 정원 화초나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있단다.  위 사진에서 수레에 물항아리를 끌고 이 집 저 집으로 식수를 공급하는 까마구웨이의 물장수를 형상화한 것이다. 간만에 들어보는 조선의 북청 물장수 시 한수 감상해 보자.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밝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물장수(1924)   -파인 김동환-



구한말의 북청 물장수

구한말에 서울 한성에 물을 지게에 지어 원하는 가정에 공급해주는 물장수들이 거의 2천 명 정도가 있었다고 한다.

한성에 수도시설이 없다 보니 깨끗한 우물물을 퍼 날라서

그것을 밥벌이로 삼은 집단이 생겨났는데 바로 물장수로

그들 중에 함경도 북청 출신이 많아서 북청 물장수라고

하였다. 북청 물장수의 시초는 서울로 유학 온 함경도 고학생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지게를 지었다고 하는데, 한성으로 과거시험 보러 온 고향 선배 집에 물을 배달한 북청 출신 김 아무개가 그 시초라고 한다.


한성에 최초로 수돗물이 공급된 것이 영국 자본이 설립한 대한 수도회사가 1908 8 뚝섬 정수장을 완공하고  후로,  수도시설 개통으로 물장수들이 제일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수도 시설이  가정마다 들어오지 않았기에 물장수 전체 숫자는 줄었어도 계속 업을 이어갈 수는 있었다고 한다. 물장수 벌이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부지런한 물장수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물을 지어 날라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고, 자식들의 교육에 힘써  극한 직업이었지만 당시의 암울한 시대를 살아갈  있었다고 한다.   수돗물이  가정에 들어가자 물장수 직업도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담에 스페니쉬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시를 스페니쉬로 번역해서 까마구웨이시에 보내면서 당시 우리 조선의 물장수와 까마구웨이 물장수가 시대 배경적으로(조선은 일본의 식민지,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  상호  일치하는 점을 부각시키고, 이 시를 동판에 양쪽 언어로 새겨 위 사진 옆에  부착하고 동판에 내 이름을 번역자로 남겨 놓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라몬 다음에 독자들은 가서 내 이름을 한번 확인해보고.  


      

트리니다드에 있는 집처럼 파스텔 톤으로 칠은 했는데 그것과는 좀 틀린 감이 온다.




까마구웨이의 골목길

까마귀 웨이에 유명한 명물이 하나 있는데 쿠바에서 제일 좁은 도로로 폭 2.2미터 길이 77미터로 주소는 FUNDA  DEL CATRE ALLEY, CAMAGUEY, CUBA로 찾아보려다 포기했다. 여기 마을 길이 전부 다 이거와 비슷한 스펙이다.  시내 주거지의 골목길이 대부분 이런 형태다. 위 사진의 길은 조금 넓은 편이다.  도시 설계가 처음부터 미로(MAZE)같이 만들어져 미로로도 유명세를 탄다. 참고로 이 세계에서 MAZE(미로)로  유명한 도시는 북아프리카 알제리 수도인 알제에 있는 카사바라는 곳이다. 그곳 미로는 감히 상상도 못 하게 잘못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단다. 다음에 가게 되면 SPEC을 확인해봐야지. 그런데 골목 길하면 신촌 연대 앞 골목길도 유명한데. 거기서 몇 년 개긴 ike가 잘 알 거다. 얼마나 좁은지 그리고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지도. 그것도 무더운 한 여름밤의 자정이 지날 쯤이면. 아, 그때 그날들이 그립고나.      



     

까마구웨이 할매와 손녀

할매하고 손녀. 허락받고 찍었다. 난 사람 찍는 것 좋아하는데 그냥 막 찍지는 않는다. 개중에는 사진 찍히고 기분 졸라 나빠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사진 때문에 그 사람 기분을 잡치게 할 이유가 있나. 사실 그래서 아바나에서도 할램 주거지를 거의 찍지 않았다. 그런 걸 찍으면 참으로 솔직한 보도사진이 되겠지만 찍히는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완전히 발가 벗겨지는 수치심이 가득할 것 같았다. 그러니, 독자들도 다음에 지지리 못 사는 나라에 여행 가면 너무 CANDID  JOUNARLIST 되려고 노력하지 마시라.


       

여기서도 말이 끄는 마을버스도 다닌다.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이래저래 시내 구경하고 나니 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데 마지막 목적지 산티아고 가기 전에 들려야 할 곳은 시에라 마에스트라 국립공원인데 쿠바 최남쪽에 위치한 공원으로 유네스코 자연 유산지로 지정되었고 1956년 멕시코에서 GRANMA 타고 건너온 혁명군들이 상륙하여 이 산속으로 숨어들어 게릴라전 준비를 했던 곳이다. 쿠바 여행의 흰 눈썹(백미)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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