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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Nov 22. 2021

지노 배낭여행기 - 지중해를 찾아서 55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009년 12월 5일(목) 간간이 비 그리고 흐림


스위스 바젤의 그 돌아가는 삼각지 때문에 내 마지막 여정이 희한하게 돼버렸다.  


두레박으로 퍼온 아름다운 스위스의 레만 호수

바젤 북쪽을 구경하고 레만호로 갈려고 기름 채우려 길을 잠깐 빠져나왔는데 보니 독일로 들어가는 입구다. 차를 돌릴 데도 없고 해서 그냥 독일로 들어와서 조금 가다가 휴게소가 있어 기름 넣고 지도를 봤다. 얼마 오지않았서니 다시 바젤로 돌아가면 되니까 별 문제는 없다.


갈림길에 서있는 스위스 바젤

그런데 지도를 보니 지금 독일로 들어온 이 길 따라 올라가는 중간에 흥미가 있는 지명이 있다. 바덴바덴, 하이델베르크, 라인 밸리(계곡). 갑자기 절친이 한 말이 생각나데. 동유럽 구경하고 독일, 네덜란드 빼묵으면 뒷간에서 볼일 보고 뭐 안 했건 같다고. 그래도 박사라고 선견지명이 좀 있기는 있는가 보다. 그래서 동유럽은 보고 왔으니 독일로 해서 벨기에, 네덜란드 보고 런던 가서 차 주고 그냥 집에 가자고 마음먹고 차를 돌려 스위로 가지 않고 빠진 독일길로 계속 올라갔다.



바덴바덴 시 풍경

바덴바덴은 내가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옛날에 88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놓고 일본 나고야 하고 서울이 한판 붙어가지고 투표로 이겼지. 그때 밤중인가 새벽인가 바덴바덴에서 속보로 낭보가 날아온 기억이 있고 일단 바덴바덴 연달아 발음되는 그 도시를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바덴바덴이 서울에서 올림픽 유치하고 난 그 뒤로  우후죽순같이 맥주집, 술집, 디스코덱들이 이 이름을 같다 붙였다.


 

성에서 내려다 본 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에 대해서 아는 것은 첫째, 독일에서 문을 연 최초의 대학이 있다는 것, 둘째, 여행 오기 전에 읽은 책인데 독일의 현대 철학자인 저자가 독일 철학을 형성한 철학자 개개인의 출생부터 학파, 연구 등을 간략하게 서술한 것으로 소개된 철학자들이 전부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는 것이다.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그등. 그래서 독일 가게 되면 한번 가봐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내려다 본 라인강

라인 밸리는 여행 가이드에서 봤는데 하이델베르크에서 조금 올라가면  mainz란 곳이 있는데 여기에서 시작하여

bonn까지  라인강이 따라가는데 이 구간의 경치가 그리 좋다는 정보가 나와 있어 가까우면 가보려고. 그 안에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이 있다는데 이것도 한번 구경할 요량으로 이쪽으로 길을 잡았다.




     일단 바덴바덴으로 길을 잡고


바덴바덴 항공사진(인테넷 출처)

일단 바덴바덴부터 가보자고 마음먹고 차를 돌리지 않고 북진했다. 가는데 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덴바덴을 한 10마일 남겨놓고  


바덴바덴 가는 길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바덴바덴으로 향하는 하이웨이 길이 100% 정지되어 버렸다. 차가 오토반에 전부 다 정차해 있으니 그것도 볼만하였다. 40분 정도 있으니 슬슬 풀리는데 조금 가보니 차사고 현장이 있는데 소형차 한 대가 반 동강이 난 상태로 길가로 엎어져있는데 운전자는 어떻게 됐는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스페인, 프랑스, 이태리 고속도로에서 155마일 밟을 때 이바구했었지.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것이 한순간이라고. 155마일(250 킬로미터)로 유럽 고속도로를 달려보니 앞서가는 차가 조그마한 점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따라잡는데 3-4초면 충분하다. 주로 직선 도로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커브길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직선 도로에서도 250km로 달릴 때 핸들 조작을 약간만 좌우로 틀어버리면 도로에서 튕겨 나갈 것만 같았다. 약간의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몇 분 정도 이런 속도로 달리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80 마일로 댕긴다.



바덴바덴 입구

바덴바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하이웨이에서 꽤 멀다. 처음으로 독일 소도시를 가는데 예상대로 도시가 조용하고 깨끗하고 보기가 좋아 첫눈에 괜찮은 도시이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바덴바덴에 대한 여행정보가 없어 그냥 도시나 차로 한번 둘러보고 사진이나 몇 장 찍어가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lotto를 맞아 횡재를 해버렸다.



바덴바덴 마을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바덴바덴 표시만 따라갔다. 이건 세계적으로 똑같이 표시하는 방법인데, 볼거리나 유적지나 관광지 같은 위치를 알려줄 때는 옅은 고동색 바탕에다 글씨를 써서 이정표와 같이 세워놓는데 가다가 보니까 bramhshaus가 나오더라고. 사진 왼쪽 밑에 이정표가 보인다.



모짜르트 생가

Haus 이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 때문에 공부 많이 한 거 아니냐. 그런데 사실 독어로 된 표지판 보면 짜증 나서 거의 안 본다. 왜냐하면 봐도 잘 모르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안 봤는데 가다가 보니까 계속 나와서 무슨 집이 있기는 있구나 하면서 찾아갔다.



사강의 두번째 베스트셀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책 제목인데 요새 이 말이 방송에서도 유행하고 연극 제목으로도 잘 팔리는 모양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스 최고의 대중소설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1935-2004)이 24살 때 발표한 소설책 제목이다. 그녀는 19살 때 대학시험에 낙방한 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6주 만에 탈고한 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프랑스와 세계 문단에 신데렐라로 등장하였다. 이 소설은 한국 여고생들에게 사랑을 받아 여고생들의 필독서가 되어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강의 두 번째 베스트셀러로

39 실내장식가로 미혼인 폴과 그녀 또래의 남친으로 돌싱인 로제 그리고  생겼고 부잣집 아들로 폴보다 10 연하의 로맨스 총각 시몽과의 삼각관계를 아주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정 표현을 여성 작가의 눈으로 차분하게 그린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오래된 연인 폴과 로제의 사랑이 점점 권태로워지자 사랑 그놈도 시간 앞에서는 퇴색되는 것으로 로제의 새로운 여친과의 만남으로 둘의 사이가 멀어질  연하 총각 시몽과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시몽이 폴에게 데이트 신청하면서 콘서트 티켓과 함께 보낸 쪽지에 적힌 한마디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다.



브람스 박물관 오픈 시간표

유적지나 관광지 표시니까 가면 뭔가 있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이제는 그 표지를 유심히 읽어보니까 bramhshaus 이더라고. 그래서 복권에 당첨되었다.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

물어 물어 찾아가니까 문 닫고 아무도 없었다. 하이웨이에서 사고만 없어서면 브람스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을 텐데. 혹시나 하고 맨 밑 계단에 철책문을 닫아 놓았는데 밀어보니 열려 있더라고. 그리로 통하는 계단으로 쭉 올라갔더니  



브람스 박물관 전경

올라가 보아도 현관문이 굳게 잠겨져 있고 아무도 없었다. 일단 되는대로 집 바깥 사진만 찍어 가지고 왔다.



도로변에서 바라본 브람스 하우스(박물관)


차 있는 대로 돌아가는데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녀석이 있길래 너 영어 하냐. 예. 나 여기 구경 왔는데 브람스 박물관 말고 다른 거 볼 거 있냐. 이렇게 물어보니


바덴바덴 시가지 약도

저기 가면 지도가 있는데 보여 드릴게요. 이 녀석이 친절하게도 나를 조금 위로 데리고 올라가니 바덴바덴시 전체 지도가 세워져 있다. 여기 박물관 하고 교회, 무슨 화랑 같은 데를 나열하는데 지명이 독어라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만하고 니는 우찌 영어를 잘하냐. 어디서 배웠는데. 사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의사표시가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처음에 영어 배울 때 자기 의사표시는 준비해서 물어보면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말할 수 있는데 다른 화제로 물어보면 그 질문을 바로 알아듣지 못해서 우물쩍거린다. 이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질문을 하면 처음에는 잘못 알아듣고 동문서답하면 질문을 다시 고쳐주면 대부분 그때는 알아듣는다. 중3 또는 고1인데 학교에서 일주일에 3시간 영어수업을 한단다. 마지막 질문. 바덴바덴이 무슨 뜻이냐. 이 녀석 유식하게 말하네. 원래 이 말이 로마시대 때는 뭐라 하면서 독어로는 바덴이 bath라 하더라.  바덴바덴 연달아 두 번 말하는 이유는 온천이니까 온탕 갔다가 나와서 냉탕 가라고 이렇게 두 번 말하는 모양이다.



바덴바덴에서 일식으로

학생과 작별하고 다시 하이웨이로 나가는 길에 바덴바덴 시내에 들러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  sushi 도시락 box가 있어 먹었는데 맛은 별로지만 그래도 밥알을 씹었다는 그 이유로 조금은 행복했다. 가격은 10유로  



바덴바덴 야경

12월 초라 연말 분위기 나게 가로등에 장식이 요란하다. 오늘이 12월 초경이라 가게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놓고 각종 반짝이는 장식 등으로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바덴바덴 시내 야경

바덴바덴 시내를 좀 돌아다니면서 거리 사진이나 몇 장 챙기고 오늘 저녁에 자고 갈 도시 하이델베르크로 차를 계속 몰았다.


나도 참 무식 하제. 바덴바덴이 궁금하면 인터넷 치보고 정보를 가지고 가보면 될걸. 그날 저녁 하이델베르크 호텔에서 바덴바덴 쳐보니 독일 남부지방에서 제일 유명한 온천도시로 부유한 독일 할배 할매들이 제일가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나와 있더라.


원래 가보려고 했던 레만호수(인터넷 사진)

나도 할 말은 있다. 사실 오늘 바덴바덴이 아니고 레만호수로 갔어야 했는데. 바젤의 돌아가는 삼각지 때문에 또다시 삼천포로 빠진 거다. 갑자기 돌아가는 삼각지의 배호 노래가 그립다.



(퀴즈 1) 음악사에서 말하는 3B는 누구누구 게?  


(퀴즈 2) 중남미의 3C가 뭐게?  


(퀴즈 3) 한국의 3D 업종이 뭐지?

정답은 다음 편에서 공개.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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