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9일(화) 쾌청
7. 싱가폴 하루
오늘도 하루가 간다. 홍콩에서 스탠리마켓과 리펄스배이 비치에서 조금 놀다가 모텔에 맡겨놓은 배낭을 찾아 메고 홈리스처럼(지금 형편으로 보면 홈리스다) 거리를 걷다가 공항버스로 이동했다.
오늘 아침에 마지막으로 가 본 리펄스비치.
2시간 전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사상최대의 연착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3시간 반. 게다가 첵인하러갔더니 니 뱅기는 어제 떠났다 하더라. 무슨 말인데 하니까 예약이 어제로 되어 있다나. 뱅기표 끊은 여행사에서 나에게 스케줄은 내가 신청한 대로 29일로 해놓고 뱅기 예약은 28일 해 놓은 모양이다. 할 수 없이 200불 꼴고 타는 수밖에 없다. 미국 가서 영수증 가지고 클레임이나 해보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밤 12시경 떠난 뱅기가 거의 새벽 4시에 싱가폴에 도착했다. 재밌는 게 싱가폴 국제공항 이름이 내 절친 창수의 사촌뻘 이름쯤 되는 창기국제공항으로 changi로 쓴다. 어떤 이는 발음을 창이로 하는데 호텔 프런트 녀석 하고 몇 가지 질문하고 물어보니 창기와 창이 중간 발음쯤 되는데 뜻은 옛날 이 지역 원주민들이 행한 무슨 축제에서 따온 이름이라나. 그래서 내 호텔 이름도 changi village hote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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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짐 풀고 그대로 침대에 곯아 떨어져 5시간 정도 자고 나니 10시가 넘었다. 아침은 뺀 호텔 가격으로 예약되어 아침식사는 없다. 2끼니까 아점만 잘 챙겨 먹으면 된다. 대, 중, 소총 3대(카메라)와 실탄 몇 발(현금) 챙기고 수색 작업에 나갔다. 이제는 조금 요령이 생겨 새로운 곳에 투입되면 그 지역의 제일 핵심 지역을 먼저 수색하고 여분의 시간이 생기면 다음 순서대로 수색한다.
호텔에서 시내로 나가는 방법은 버스 타고 근처 지하철에 가서 시내 나가는 노선을 타면 된단다. 버스 타러 나가는 길에 식당들이 있어 보니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딤섬 전문점이다.
주문한 것이 이거하고
밥이 밑에 있고 닭고기와 버섯을 양념해서 쪄서 나온 것인데 맛은 좋은데 서너 모타리 닭고기로 밥을 다 먹기에는 힘들다. 평소 반찬을 많이 먹는 버릇 때문인지. 기분 좋은 것은 그 가격에 있다. 둘 다 합해서 싱달 9.50이면 3대 1 이니까 미화 4불도 안되잖아.(눈이 침침해 사진 초점도 제대로 못 맞춘다…ㅠㅠ)
싱가폴 지하철 내부. 큰 노선이 4개 있는데 복잡한 서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오늘 하루 지하철 타 봤는데 몇 번타니까 싱가폴 주민처럼 돼버렸다. 일일이 차비내기도 귀찮고 홍콩이나 싱가폴이나 잔돈을 주지 않으니까 어느 때는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큰돈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지하철 역에서 카드를 사 버렸다.
연계시스템으로 버스도 이걸로 긁어주면 된다. 보통 1구간에 홍달 1불 75전이니까 홍콩이나 싱가폴의 공공 서비스 요금은 미국에 비해 엄청 싼 셈이다.
일단 시내부터 찾아가려고 RAFFLES CITY에 내렸더니 가는 날이 장날로 카누 타기 시합이 있어 인산인해다.
국가별 대항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국 깃발을 건 텐트도 있고
국가 전 대항은 없고 일반부 혼합이 있는데 힌디, 노란디, 검디등 다 모여있다. 전부들 취미 및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하는 모양이다.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혼합 단체전. 앞에 고수, 뒤에 키잡이해서 총 20명이다.
자세히 보니 고수가 대부분 여자가 많은데 이유가 몸무게에 있을 듯하다. 장단을 잘 맞추어 주는 게 임무이니까 박자개념 없는 사람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누구처럼.
대기 중인 선수들과 보트들
출발 전 바싹 긴장하고 있는 선수들. 간혹 늙은 선수도 보이고.
강둑의 구경꾼들. 이 주위로 분위기 있는 식당들이 관광객을 꼬신다. 보니까 지금 카누경기를 하는 이곳이 상가폴강인데 시내 중심을 관통하고 이 주위를 중심으로 싱가폴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일단 유람선을 한번 타 보기로 하고 가서 가격을 보니 무지하게 싸다 한 바퀴 도는데 30분가량 걸리니 탈만하고 싸니까 담에 싱가폴 놀러 가는 사람은 무조건 타 묵어라. 사진 찍기도 좋다. 강추다.
유람선. 강 따라 좌우로 13개 스톱지점을 만들어 놓고 맘대로 타고 내리면 된다.
마지막 골인지점을 향해 분전하는 선수들. 무척 힘들 텐데.
싱가폴의 상징 멀라이온(merlion)으로 인어공주 멀메이드 사촌오빠다. 싱가폴에서 제일 큰 멀라이온 상은 산토스섬 유원지에 가면 있다.
오른쪽으로 5성급 호텔이 있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간간이 있다.
국립박물관인데 내 취향은 저기 가서 놀아야 되는데 독자들에게는 이게 더 재미날 것 같아서 오늘은 배 타고 논다.
싱가폴 랜드마크
독특한 디자인으로 3개의 빌딩을 연결한 상층의 보트형상의 윗부분에는 거대한 풀장이 있다. Infinity pool이라고 하는데 세계적인 5성급 호텔로 싱가폴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올해 2010년에 개장한 호텔인데 한국의 쌍용건설이 건설하였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건설 프로젝트 중에서는 최대 규모라고 한다.
마리나 베이 샌즈가 바닷가에 위치해 바다와 야경을 모두 볼 수 있으며, 꼭대기 인피니트 풀에서 내려다보는 싱가폴 야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다고 한다.
유람선의 캡틴과 그 조수.
배에서 본 시내 금융중심지 빌딩들. 인어공주 사촌오래비는 열심히 양치질하고 있다.
오른쪽 원형물이 싱가폴의 눈(eye)이라 하는데 영국 런던의 눈(eye)과 같은 거다. 배를 실컷 타 묵고 내려서 다시 강둑으로 내려가면서 언제 다시는 못 볼 듯이 연신 카메라 샤터만 눌러댔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로 호텔 처마밑으로 잠시 피신했다.
작은 멀라이온. 작아서 사람들이 잘 안 쳐다보고 큰 것만 본다.
일꾼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청동상이 있는데 보아하니 중국인들인 같다. 싱가폴의 국민이 대부분 중국인임을 감안해 보면 피땀 흘린 그들의 노동의 대가가 오늘의 싱가폴이 있게 된 원천이 된 것이겠지.
중국 전통 복식을 한 민족, 무슬림 복장을 한 민족, 양복을 입은 서구인이 담소하는 청동상인데 싱가폴 민족 구성의 화합을 보여주는 그림 같다. 역사를 보아도 싱가폴이 말레이시아(무슬림국가)로부터 독립하였고 그전에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지배하에 있다가 영국의 통치하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민족 구성에는 거국적인 화합이 필요할련 지도 모르지. 근데 양복 입은 아저씨가 앉아있는 모양새가 좀 눈에 거슬린다. 자기가 두 민족의 우위에 있는 양….. 한 수 가르쳐주는 포즈이다.
양쪽 강둑으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제각기 할 일을 하고 있다. 관광객은 사진 찍고 구경하고 시민들은 한가롭게 그냥 걷는다. 이게 일상과 비일상의 차이다. 시민들에게는 관광객들이 용쓰고 보고 다니는 풍광이 더 이상 구경거리도 아니고 볼만한 거리라고 여기지 않는다. 일상으로 젖어가는 슬픈 과정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도 이런 일상에서 도피하고픈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죽이고 돼지 저금통을 털고 세이빙구좌를 축내면서 비일상의 거리로 달아난다. 그러나, 돌아오고 마는 이 거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은 예전의 똑같은 일상뿐이다. 그래 제일 나쁜 놈은 일상이다. 나도 그놈의 일상 때문에 지금 이렇게 때아닌 고생을 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들 일상에 다치지 않게 몸조심하면서 살자.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