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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Jan 01. 2022

지노 배낭여행기 - 49일의 세계일주 11

쿠알라룸푸르 이틀

11월 2일(화) 쾌청


바투 동굴 사원(BATU CAVE MONASTERY)  


여행 준비할  때 관광가이드북 찾아보니  KL에서 한 50킬로 떨어진 곳에 석회암 동굴이 있는데 그 안에 힌두교 사원이 있다고 나와 있어 구미가 당겼다. 이유는 당연히 동굴이고 동굴 올라가려면 272개 계단을 사뿐히 지르밟고 올라야 하며, 계단 하나하나 밟으면서 그간 지은 죄를 하나씩 반성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하길래 죄와 벌이라면 거기에 내가 빠질 수 없어 KL가면 꼭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아침을 단단히 먹고(호텔비에 포함되어 있어서 3 접시나 비웠다) 장비를 주섬주섬 모아 나갔다. 어제 오면서 택시 기사가 알려준 곳에 가니 버스가 있더라. 2.50 링깃이니 우리 돈 1불도 안된다. 전형적인 도시 완행버스다. 특이한 것은  KL 시내버스에는 옛날 1970년대 한국에 있었던 차장이 있는데 전부 남자다.



 

저렇게 돈 받는 전대를 타고 색깔별로 된 영수증 전표를 들고 다니며  손님 타면 와서 돈 받고 영수증 준다. 싱가포르의 전산화된 통합 시스템 보다가 이것 보니까 조금 갑갑하기도 하고….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달리면서 손님들을 태우고 내려준다. 버스 안에는 역시 일상과 비일상의 얼굴이 교차한다. 비일상의 표정은 대부분 외국인으로 내리는 곳을 놓지지 않으려고 운전기사에게 당부한다. 바투 동굴을 지나치지 말고 내려 달라고. 그에 반해 일상의 얼굴은 각자가 내리는 곳은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감고 삶에 찌든 피곤에 잠시의 안식을 내려놓는다. 교외로 나가니 버스  정류장이라는 곳에 빠지지 않고 점포상들이 즐비한데 대개가 음료수와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영세상들이다. 히잡을 뒤집어쓴 무슬 램 여자들은 거의가 얼굴을 내놓고 있는데 혹 가다 눈만 빠꼼하고 얼굴 전체를 뒤집어쓴 여자를 보기도 한다. 눈만 보니까 얼굴 모습이 어떤지 전혀 감이 없다. 물론 어떻게 생겼던 나와고 아무런 상관도 없지마는 이런 찜통 같은 날씨에 얼굴을 칭칭 감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그냥 조금 측은해 보인다.



 

물어보지 않아도 비일상파들이 내리는 곳에 같이 내리니 산 밑에 입구가 보이는데 싱가포르 흰두사원에서 많이 본 친근한 얼굴들이 다가온다.  



 

싱가포르 한 지붕 위에 올라 가 있던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또다시 기형아 네팔이 나온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 상의 이름은 LORD MARUGA이다. 왼쪽으로 272개 계단이 상 키만큼이나 높게 위로 이어져 있다. 이걸 매고 저길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가? 그러나 일단 올라 가보자.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계단에 첫발 떼면 136개 올라 간 셈이다.



 

 또다시 코끼리 부대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최고 팔을 12개 가진 형상이 등장한다.



 

누구는 2개?  누구는 4개? 누구는 8개? 나는 2개.



이번에는 머리 4개가 나오네.



중장비를 매고 272 계단을 올라 가는데 계단 한 개에 회개는커녕 한발 걸음 떼는 그 자체가 도를 구함이다.  참선의 궁극적인 목적이 물질적인 것을 잊고 더 나아가 몰아의 지경에 이른다고 할 때 계단 올라가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찜통 속에 무거운 소총을 매고 경사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 땀이 비 오듯이 아니고 분수처럼 흩어지고 멀까닥은 근 일 년을 길러 양쪽 귀를 덮어서 히잡 쓴 무슬 램 여자 못지않게 머리에는 바람도 안 통하고서 해서 거의 무아지경에 이른다. 계단 한 개 한 개에 발을 붙이고 발을 떼는 그 동작에 집중하니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니 그게 바로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272개 계단.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페가수스(포세이돈을 사랑한 죄로 아테네 여신한테 질투받아 메두사로 변해 죽은 것을 포세이돈이 별자리로 올려준)처럼 날개도 있고 젖도 있는데…  



미녀 선발대회 진선미 수상자 기념촬영처럼……멋지게 포즈 잡고.  



동굴 올라가는 계단부터 원숭이들이 어스렁 거리는데 몸집이 무척 작다. 사람들을 봐도 겁대가리 없이 제멋대로 논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아 사진 찍기에는 좋더라. 원숭이 관리는 안 하는지 동굴 안에 가도 여러 무리들이 그냥 관광객과 같이 놀고 있다. 이놈은 새끼인 것 같은데 크기가 어른 큰 주먹 두 개 뭉쳐놓은 것만큼 작다.



신도들이 공양 올리고 난 뒤 먹이로 준  코코아 속을 열심히 파고 있는 잔나비. 200미리 최대 가까이로 잡아 눈가만 포커스 있고 나머지는 멋지게 뭉개졌다.



  

드디어 다 올라왔다. 동굴 입구는 무지하게 크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웬만한 축구 장만하다. 동굴의 종유석은 더 이상 진행이 못되었는지 그렇게 화려 하지는 않다. 군데군데 종유석을 걷어내고 여러 신상들을 모셔 놓았다.



 

보니 저 뒤에 또 계단이 있다. 무아지경을  또다시 한번 더  헤엄치고 나와야 되나.



  

천정에는 진행되다 정지된 종유석들이 아직도 많이 붙어있다.



   

조불고 있다가 나한테 잡혀버린  잔나비 한 마리.



 

동굴 속에 모셔놓은 신상들.  색상이 붉게 보이는 건 조명을 받아서 그렇다.



 

영어로 본당(MAIN TEMPLE)이라고 쓰여 있길래 한번 들어가 보자 하고 표를 사는데 요금 종류가 3딩깃부터2500딩깃까지 있는데 전부다 힌디어로 되어 있더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 절에 가면 등 달면 등 값이 따로 있듯이 여기도 시주 금액에 따라 사제가 제를 틀리게 올려 주는 것 같더라.  



사제가 나와 입장권을 회수하면서 위에 사진처럼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냥 필이 오더라. 소녀시대의 노래 “소원을 말해봐”처럼 니 소원을 말해보라는 것 같다. 저 혼자 온 친구가 열심히 무언가를 말하더라고. 표정을 보니 간절하던데 …. 딸내미가 중병에 걸려 아픈지…. 새로 시작한 사업이 잘 안 되어 문제가 있는지. 두 번째도 물어보고. 나에게 영어로 묻더라. 니 이름은. 킴. 더 이상 안 묻더라.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안 물어봤는지….. 사제가 물어도 딱히 빌어 달라고 말할 것도 없었는데 잘 되었지 뭐. 돌아서면서 자기 혼자 영어로 말하는데 “아시아에서 온 킴” 하면서. 잠시 후 제단 앞에서 혼자서 염불을 외우더라. 흰두어로. 누구누구의 소원은 뭐뭐고 아시아에서 온 킴의 소원은 뭐뭐고(이건 그냥 내 생각에) …. 제발 성취되게 도와주십옵소서…..

2-3분 뒤 제를 끝내고 미간에 무얼 찍어서 발라 주는데 내에게도 발라 줄라 하길래 안 한다 했다. 혹시 그거 찍어 바르면 힌두교로 개종해야 되는지 싶어서. 그러고 나서 단 앞에 올린 과일 접시를 가져와 일일이 나눠 주면서 나에게 바나나를 주길래 배도 고파 그건 얼른 받아 까 묵었다. 동굴 안에서 돌아다니는 잔나비가 하는 짓처럼.



동굴 속에서 땀을 식히고 잔나비 재롱부리는 사진을 몇 장 더 찍고 바투 동굴 사원을 내려왔다. 동굴 앞에 보니까  NEXT THAIPUSAM 축제는 2011년 1월 19-20일이라고 되어 있더라. 타이푸삼 축제가 바투 동굴 사원에서 거행하는데 고행과 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답시고 참가자들이 과일이나 무거운 물체를 단 끝에  낚싯바늘 모양으로 생긴 걸이를 자기 맨살에 꼽고 272계단을 올라간다고 한다. 축제에는 교인이 약 백만 명 참가하는 거대한 힌두교 축제 중의 하나라 한다. 싱가포르 시내에 있는 흰 두사원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숯불 위를 걷는 축제를 하는 것 보면 이 종교는 믿음의 강도를 몸으로 보여주여만 속이 시원한 모양이다.


바투 동굴 사원을 마치고 내려오니 아직 시간이 좀 있어 어제 KL TOWER에서 내려 다 본 몇 군데를 돌아보려고 다시 시내로 부랴부랴 돌아왔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한지 입술 부러 터진데가 아프다. 내일 떠나야 되는데 조금 무리라도 하나 더 보고 가는 게 배낭 여행자의 마음자세가 아닐까. 이 때는 걸어서는 안되니까 시내 관광버스를 타면 된다. 큰 도시에는 전부 다 이렇게 시내 투어 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데 KL도 잘 되어 있다. 38딩깃이니까 미화 13불이다. 버스는 시내 투어 센터에서 출발하는데 21군데 스톱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자기가 원하는 곳에 내려서 근처 구경하고 다음 버스 타고 다음 구경할 곳 보면 되니까 KL에 가면 두 가지만 하면 거의 다 본다. 처음은 KL TOWER에 올라가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대강 알아 놓고  다음은 시내 관광버스 타면 된다. 표는 24시간 유효하고 많이 볼 사람은 48시간짜리 끊으면 지겹게 볼 수 있다.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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