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 배낭여행기 - 49일의 세계일주 17

단고기탕으로 보신하고

by 지노킴

오전에 씨엠렙 국립 박물관에 갔다 왔다. 진짜 야들은 관광객 가지고 봉을 빼려는 건지 입장료 12불 때리더라. 그래서 그런지 관람객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앙코르 와트 유적 외에 크메르제국부터 3기로 나누어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사진 촬영 일절 금지란다. 그러나, 기분 좋은 것은 비디오 영상이 한국어로 기막히게 나온다. 보통 관람실마다 그곳에 전시된 유물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소개하는데 한국어로 오디오 나오고 자막이 영어로 나온다. 내가 먼저 가서 혼자 한국어로 듣고 있는데 외국인 부부 들어와서 나랑 같이 보는데 지는 영어 자막 보고 있더라. 나는 듣고 보고 다 하는데. 뿌듯함.



찍지 마라는 사진을 찍어 오는 것이 그간 내가 터득한 노하우에서 출발하는데 일단, 경비 없는 사이에 찍는데 플래시 쓰면 안 된다. 보통 전시를 홀에 하기 때문에 한 홀에서 보고 있다가 제일 마음에 드는 것 찍는다. 와서 “찍으면 안돼요.” 하면 시침 떼고 “아, 그래요.죄송함니.” 이렇게 매 홀마다 하면 경비가 틀리니까 한두 장씩은 훔칠 수 있다. 내가 보니까 시대별로 요약을 잘해 놓아 글이라도 좀 찍자 하니까 그것도 안된단다.



어제 내가 가서 유적지 가서 다 찍어 온 것인데 그것보다 이상하게 선명하더라고. 혹시 copy 가 아닌지.



좀 특이한 형태의 부다로 얼굴면과 팔 수가 초기 힌두교 형태를 닮았다.



이건 보니까 모조품이다. 어제 본 사원에서는 사자상이 입 주변이 완전한 것이 눈을 뜨고 찾아봐도 없었는데 이것은 조디에다 혓바닥까지 살아있다. 여기 것이 선명한 이유를 알겠다.




수도 프놈펜으로 이동


박물관 대강 조지고 점심도 거르고 미리 부탁한 택시를 타고 씨엠립 국내선으로 갔다. 출구 2개에 수도 프놈펜 말고 다른 데로 가는 뱅기 노선은 없는 것 같았다. 손님은 정확하게 17명인데 그중 1명이 여기 현지인 같더라. 프놈펜 가는 버스비는 8불인데 6시간 걸리고 뱅기는 110불이고 45분 걸리니까 100불 더 내고 그냥 시간을 버는 거다. 이게 배낭 여행자의 할 도리는 아닌 것 같은데 순전히 너희들한테 한 개라도 더 보여 주고 싶은 나의 맴을 이해할 수 있을련지.


이때까지 비행기 타 보면서 예정 출발시간보다 3분 먼저 가는 뱅기는 캄보디아 에어라인밖에 없다. 그러니 1분도 안 틀리고 정확하게 프놈펜에 도착했다.



열심히 돌고 있는 뱅기 플로펠라. 안 돌면 뱅기 떨어지고 떨어지면 여행기 종 친다.



프놈펜공항에서 배기지 클레임 하는 곳인데 벨트에 짐 나오는 숫자를 세워보니 딱 17개고 벨트 돌아 가면서 짐이 하나씩 하나씩 정확하게 없어지고 남아 돌아가는 짐이 한 개도 없었다. 그간 큰 공항에서 돌아가는 벨트 위에 많은 짐을 봐 오다가 이래 적은 숫자의 짐을 보니 소수의 집합도 저런 깨끗함이 좋아 보여 앞으로는 소수 쪽으로 몸을 기대야 하겠다.



S그룹에 있을 때 동구권으로 출장 갔다 온 녀석들이 꼭 자랑하는 게 평양냉면집인데 오늘 내가 드디어 한번 팔아 줬다. 프놈펜 공항에 내려 바로 베트남 대사관에 비자신청하러 갔더니 그때가 오후 4시 넘었다.



영사관 안에도 안 들여보내고 경비서는 녀석이 비자? 하면서 여권하고 60불 내란다. 졸라 비싸다. 인도 비자비는 더 비싸다. 니 내일 베트남 가려면 저녁 6시에 찾으러 오면 되는데 급행료로 5불 팁 달란다. 일단 줘야지. 주고 나오면서 보니까 영수증 주는 것도 없고 그냥 여권 하고 돈만 주고 왔는데 괜찮을련지. 우찌 되겠지.



5불 묵은 경비 녀석이다.

일단 비자 신청 접수해 놓고 시내 한 바퀴 돌면서 아직 사진 찍을 수 있으니까 기사보고 시내 관광 가자고 졸랐다. 우선 왕궁으로 가 보자고 했다.



늦게 와서 안에는 내일 오전에 가기로 하고 외경부터 보니까 내일 손발 좀 아프게 생겼다.



왕궁 옆인데 내일이 캄보디아 독립 기념일이라고 임금님 사진이 큼직 막하게 걸려있다. 밥맛없는 임금님들, 오늘까지 여행하면서 임금 없는 나라는 홍콩 말고는 전부 다 나라님이 있다. 상징적으로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줏대가 되는 것은 좋지만 백성들 밥이나 따시게 먹여야 하는 것 아닌지. 왕궁이나 박물관 가보면 금은보화로 왕족들의 치장품은 잘도 만들어져 있더라. 왕궁 앞 사진 자세히 봐라. 아지매는 계란 삶아 팔고 어떤 아저씨는 땅콩 봉지에 넣어 앞뒤로 메고 다니면서 팔고,,, 하여간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게 캄보디아 국민들이다.



왕궁 앞에는 저런 널찍한 광장이 푸른 잔디와 함께 잘 조성되어 있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다른 어느 나라에 뒤지지는 않지만 그런 생계 걱정 없이 편안한 맴으로 휴식을 즐길 만한 시민이 얼마나 될꼬. 택시 기사가 저 쪽 끝이 강가인데 메콩강과 만나는 지점이란다. 베트남을 흐르는 그 메콩강말인가 하고 물어보니 그렇데. 내일 메콩강이나 한번 구경하자.



다음으로 세워주는 데가 오나라움 파고다로 사찰이다. 프놈펜 시내관광에서 유명한 것이 왕궁이고 다음이 실버파고다인데 왕궁 안에 있단다. 내일 만나 보겠지. 이건 실버파고다하고는 틀리지만 시내에 엤는 사찰 중 크고 유명하단다. 보니까 특이한 양식이 많아 사진 재질로도 좋다.




사찰 내 석조상.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6시에 베트남 영사관에 갔더니 그 녀석 아직도 근무서고 있더라. 여권 보여주는데 11/9일부터 12/9일까지 한 달 비자증이 붙어있다. 또 손 벌릴까 봐 여권 잡아 챙기고 바람같이 날랐다.


평양냉면집 가기까지가 이렇게 돌고 돌아서 갔다. 택시기사가 지는 밖에서 기다린다길래 괜찮다 내가 저녁 한 그릇 사 주마하면서 데리고 들어 갔다. 흔한 말로 둘 다 피장파장(same same)이다. 처음 가 보는 걸로는.



밑반찬 5개로 별것은 없고 냉면 먹어야지 하면서 메뉴판을 펴는데, 어?



단고기탕,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보신탕아이가. 한복 곱상하게 입은 웨이트리스에게 묻고 물었다. 단고기탕인데 혹시 미국처럼 양고기 쓰지 않는지요? 그리고 냄새 안 나고 맛이 좋은지요? 돌아오는 답이 자신만만. 냉면은 내일 먹고 오늘 저녁은 보신탕으로 낙찰. 개고기는 평양에서 공수해 온단다. 아이고 귀한 것.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최일선 외화벌이 사업에 오늘도 매진하고 있는 여성동무들, 이름도 리미향, 한샛별, 목은단등 이름부터 특이하더라.



양은 적은데 맛은 진짜로 죽인다. 감기 설사 맞은 놈이 그냥 마파람에 끼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했다. 애피타이저로 녹두전을 시켰는데 그것 또한 입에서 살살 녹는다.



실내 사진 좀 찍자 하니까 내부 촬영을 절대 금지란다. 내 사전에는 그런 말 없는데. 하여간 실내 장식하고 접대하는 여성 동무들 사진은 찍지 마란다.



몰카. 넓은 홀 안에 바닥은 대리석으로 천장과 벽 장식이 고급스럽다. 유치한 것이 아니고 대단히 깔끔하게 꾸며져 있고 접대하는 여성동무도 똑같은 한복에 굽 높은 샌들을 신고 각자 한 테이블씩 정중하게 서브한다. 내가 헤아려 보니까 중국 손님이 반 이상이고 위 사진처럼 유럽손님도 있고 남조선 공화국 아들도 서너 테이블 보이는데 한눈에 그냥 보인다. 또 한 테이블에는 여기 현지인 같은 식구 4명이 식사를 하는데 여기 물가를 가름해 볼 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여기에 식사하러 올 정도면 캄보디아에서는 괜찮게 산다는 소리다. 저녁 8시부터 딱 30분 장기자랑 공연을 한다고 기대하시란다.


첫 순서는 아까 서브한던 여성동무 5명 나와서 민요 한 곡조 하는데 꾀꼬리 몇 마리 넘어가는 목청으로 관중을 휘잡는다. 다음은 독창 순서로 가라오케 기계에서 반주가 나오고 라이브 키보드가 음을 합세하여 흥을 돋운다. 우리 옛날 노래 <감격시대>를 높은 고음으로 진짜 가수같이 부른다. 다음은 전부다 악기 하나씩을 메고 나오는데 베이스기타, 드럼, 키보드, 리드기타, 어코디언로 드럼이 리드를 하는데 진짜 황홀하게 연주하더라. 그칠 것 같다가 다시 두드리면 소리가 살아 나와 한마당 놀고 들어가고 하는 것이 드럼연주자의 자질을 보여주는 순서 같았다.


다음은 우리 흥겨운 가요 뱃노래에 맞추어 5명이 우리 춤을 추는데 내가 저번에 보내준 중국 4대 미녀 중에 나오는 양귀비가 현종 앞에서 춤을 추는 그런 자태로 춤사위를 보여준다. 머릿속에서 가끔씩 엉뚱한 생각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바람처럼 사라지면서 공연이 계속된다. 개인기로는 장고춤을 추는데 다른 것 보다도 원안에서 몇 바퀴를 회전하면서 북을 치는 고단계 기술에 여러 관중들이 큰 박수를 보낸다.



개인 장고춤 공연(몰카)



5명 합창으로 우리 민요 한가락 소화. 찍지 마라 해도 저 쪽 테이블에서 찍으면 이쪽 테이블에서 보고 찍고 그러면 공연 안 하고 지켜보는 동무(얼굴로 봐서 나이가 조금 먹은 고참인듯 하다)가 와서 “찍지마시라우, 손님.” 근데 이 말을 아주 듣기 좋게 하기 때문에 더 찍게 된다. 난 200미리로 몇 번 찍었더니 결국 검열당했다. 웃기는 게 3명 이상 찍혀있으면 되는데 2명만 찍은 것(남 1 여 1)은 삭제해 달란다. 난 내 사진 찍은 것도 아니고 마지막 마치고 나면 테이블 접대한 여성동무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에 다른 테이블 손님하고 사진 찍는 걸 찍었을 뿐인데….. 그래도 몇 장 보존해 왔다.



이렇게 단체사진은 찍는다.(유럽 관광객들)



이렇게 3명은 봐주고……야가 리미향으로 장고춤 개인기가 뛰어난 동무. 이래 이바구하니까 내가 남조선에서 파견된 사진사로 개별 신상정보 퍼내 가는 것 같다.



공연장면은 무조건 안된단다. 이건 몰카로 살아남은 거다.


나오기 전에 물었다. 혹시 베트남 하노이나 사이공에 이런 평양랭면집이 이슴메까. 대답은 사이공은 잘 모르겠고 하노이는 있다고 한다. 가서 냉면 또 사 먹어? 근데 오늘 우리가 먹은 게 총 23불이다. 미국 식당에서 이 정도 먹었다 하면 최소한 40불은 넘는다. 단고기탕 10불, 택시기사 소고기뽂음밥 5불, 녹두전 5불, 맥주 3불에 팁도 세금도 없어 5불 팁을 주니까 안주도 됩네다 그러길래 받으시라우 하니까 받더라. 외화벌이인데 열심히 벌어서 김 XX에게 송금해야지.


하여간 오늘은 콧물 찌르러 흘리면서 돌방구 한 개로 잡은 새가 많다.(일석 3조) 베트남 비자받았고, 평양 물랭면집에서 보신탕도 한 그릇 하고, 프놈펜 시내 관광도 시작했고 이렇게 가다 보면 바람 불어 좋은 날도 있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