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정상에 오르다
2013년 4월 24일(수) 맑음
나는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을 별로 즐거워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 업무때문에 산에 가고파도 가지 못하는 절친을 위하여 내가 귀중하지도 않은 하나 뿐인 내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를 비롯해서 8천미터급 히말라야 봉우리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이건 진짜 목숨걸고 하는 짓이다. 올해 초인지 이집트 룩소 유적지에서 열기구타고 구경하던 관광객 16명이 열기구 폭발로 전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경뱅기타고 에베레스트 오르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우타리 좀약만한 쌍발 뱅기에 몸을 맡기고 공중으로 올라 가는게 그리 유쾌한 짓은 아니다. 히말라야 정상에 도전하는 산악인들과 똑같이 목숨 내걸고 하는 짓이다.
마지막 정상 공격하는 날 아침에는 베이스캠프(게스트하우스)에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정상으로 가는 뱅기가 아침 7 – 9시 사이에만 운행하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시계가 좋지 않아 아침 이른시간에만 운행한다.
그래서 아침도 거르고 출발했다.
나우타리 좀(약)만한 (이를 줄여서 통상 우리가 말하는 "좀만한" 이라고 말한다. 어원이 나우타리 좀약이다) 갱뱅기를 타고 이륙한다. 비용은 미화 150 – 170불인데 가격차는 두서너개 회사가 경쟁하기 때문이다. 뱅기는 정원
28명짜리 쌍발 구닥다리 갱뱅기(경비행기의 김영삼식 표준발음)인데 지금은 비수기이라서 그런지 다 차지 않고
14명이 타고 간다.
얼굴이 동글동글하게 생겨 호감이 가는 네팔 본토 여승무원이 뱅기가 이륙하면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해 준다. 경쟁회사끼리 서비스 차원인 것 같다. 이 회사는 뱅기가 히말라야 산맥으로 들어서면 손님 1명씩 조종석 안으로 들여 보내 조종석에서 파노라마식으로 1-2분 관람하게 특별
서비스해준다. 작은 뱅기라 그냥 조종실 문 열어 놓고 목만 빼곰이 집어 넣어 경치구경하고 사진만 몇장 찍고 나오는 것이다.
전체 비행시간은 한 시간정도인데 이착륙시간빼고 이륙해서 산맥까지 접근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니까 구경시간은 한 40분정도된다. 갈 때는 산맥을 왼편에 두고 가기 때문에 왼쪽에 앉으면 먼저 구경할 수 있는데 돌아 올 때는 반대로 되기 때문에 자리를 어디에 앉던지 상관없는데 내 경험으로 봐서 먼저 보는게 장땡인것 같은데 뱅기 좌석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할 수 없지. 난 오른쪽
좌석에 앉아 첨부터 못 보니까 기분 졸라 나뿌던데 히말라야 산맥보이기 시작하면 전부 다 왼쪽 창문으로 카매라 밀어 대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이좋게 보고 간다.
뱅기가 거의 산높이하고 비슷하게 고도를 유지하고 가기때문에 하얀 히말라야 산맥들을 옆에서 바라다 보는 것도 인도 초기 밀교에서 탄트라 수행할 때 느끼는 쾌감과 거의 비스무리하게 짜리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근데 그 희열은 뱅기타고 수행하는게 탄트라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느낄 수 있다. 그런 기쁨을 누리면서도 또 머리 속에 스쳐가는 상념은 살아 생전 다시 한번 더 와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그런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도 결국은 부질없는 것들로 다시 와 보던 못 오던간에 또는 평생 한번도 못 와보던간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개콘에서 말하는
“ 또, 소고기 사무겠지.” 와 비스무리한 개념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감격스럽게 마주한다. 그 얼마나 많은 전문 산악인들이 정상을 밟기 위해
귀중한 목숨을 내던지며 등정에 나서지 않았던가? 그런
산 정상을 눈 앞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뿌듯한 순간이었다.
에베레스트 투어 광고 팜플렛
이륙한지 10분정도 날다 보면 왼쪽으로 서서히 히말라야 산맥들이 하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부터 여승무원이 나누어 준 팜플렛에 있는 봉우리 이름을 하나씩 거명하며 지금 보시고있는 것이 무슨 봉우리인지 설명해 주는데 우리가 보면 전부 봉우리가
비슷해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른다.
여기서부터 보여준다
오른쪽 끝 마카루까지 보여주고 기수를 돌린다
이 때부터 모두들 열나게 카매라나 캠코더나 셀폰 들이대며 촬영하기 바쁜데 뱅기 이중 유리땜에 그리 선명한 영상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나도 최고의 카매라 바디와 고가의 렌즈로 고급기술(?)을 더해가며 작업을 해봤지만 역시 아니다 싶다. 주범은 뱅기 이중창 유리때문이다. 걍 창문내리고 찍고 싶었지만 그렇 수는 없고………
정상에 올라 가보니 8천미터 아래 것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8천미터급만 주력해서 보았는데
Sagamatha(everest 본토말로 사갈마따): 8848m
Kachenjunga: 8586m
Lhotse: 8516m
Makaru: 8463m
Cho oyu: 8201m
Manaslu: 8163m
Annapurna: 8091m
Shisha Pangma: 8013m 가 히밀라야 8천미터 이상 봉우리인데 이 중 3개는 이번 등반에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뱅기가 카트만두에서 뜨기 때문에 카트만두 왼쪽에 있는 마나슬루와 안나푸르나를 볼 수 없고 뱅기가 마카루에서 돌리기 때문에 마카루 오른쪽에 있는 캉창중카도 볼 수 없다. 나머지 3개 봉좌는 다음번 등정에서 정복하기로 하고무사하게 등정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서 주린 배를 채우면서(새벽에 일어나 아침밥도 못묵고) 살아 돌아와 이렇게 등정보고서를 보내게 되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냥 이렇게 산을 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히말라야산맥은 전부 하얀 눈으로 꽁꽁 덮여있다
돌아 오면서 잡은 히말라야 설산
산이 얼마나 높은지 구름도 산아래로 깔린다
눈보라가 흩날리는 에베레스트(8848m) 정상
돌아와서 혼자 올린 축배도 역시 에베레스트 맥주로
오늘 점심은 에베레스트 등정 자축겸사해서 한국식당을 찾아 비빔밥에다 에베레스트 맥주까지 곁드리니 오늘 아침 등정이 더욱 더 감개무량하다.
점심을 먹고나서 타맬거리를 구경하는데 난데없이 풍악소리가 귀를 찌른다. 네팔 전통 결혼식을 하는 모양이다. 단복을 차려 입은 연주단들이 신나게 연주를 하면 그 뒤를 이어 신부 친구들이 한바탕 춤을 추고 논다. 웬일인지 신랑 친구들은 안 보이고 신부 친구들만 난리다.
신나게 연주하는 연주단
흥겨운 춤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신부 친구들.
오늘 나의 에베레스트 뱅기 등정이 직접 발로 올라 가는거하고 진배없다. 실제로 산악인들도 세파데리고 올라 가던지 혼자 올라 가던지간에 인증샷을 찍고 오기 때문에 내가 찍은 인증샷도 그 의미에 있어서는 같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나의 등정을 약간 고깝게 여겨 나의 인증샷을 인정할 수 없다는 독자 제위가 있다면 국제등반재판소에 제소하기 바란다. 그리고 뱅기 회사에서도 인증서를 주기 때문에 제소해서 국제 등반 재판소에 가게 되더라도 거의 내가 이길 확률이 높다. 아래 인증서를 보면 모두들 진짜 고까워 하면서도 쪼매들 부러워할란가 모르겠다.
뱅기회사가 발급한 에베레스트 등정 확인서.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