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ABC 도전기(1)
2013년 4월 28일( 일) 맑음
살아보니 세상 일이 다 그렇더라. 잔뜩 기대와 들뜸으로 시작한 것은 결과가 흐지부지하고 그냥 미미하게 시작했지만 나중에 보면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도 있다. 오늘 이바구는 그렇게 시작된다.
카트만두 게스트하우스에서 관광담당 매니저가 포카라가면 2박 3일 트레킹을 추천하는데 무시했다. 지난 금요일 중국 대사관가서 비자 신청해보니 매니저녀석이 티벳퍼밋받는데 14일걸린다는걸 알면서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고 자꾸 미루게 되어 결국 중국 비자도 늦게 신청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산속으로 들어 오게 되었다. 무시한 걸 여기와서 해보니 참 잘한 짓이라고 자위해본다.
새벽에 전망대에 올라가서 허탕치고 내려오니 8시 밖에 안되어 아침을 부랴부랴 챙겨먹고 근처 트레킹코스로 출발했다. 카매라도 1대로 줄이고 옷도 반소매티 하나만 걸치고 트레일 지도만 가지고 그외 모든 짐은 베이스캠프에 놓아두고 가볍게 떠났다.
3시간짜리 트레킹 코스가 있다 하길래 가이드없이 지도만 믿고 떠났다. 지금 베이스 캠프인 사랑곶에서 나우단다까지 편도 3시간이니 왕복 6시간 코스다. 진짜 이것만 하고 가볍게 돌아 오려고 헀는데 결국은 ABC 트레킹 코스로 들어 서고야 말았다. 계획도 없이 삼천포로 빠지는게 진짜 여행의 진미라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
녹색선이 오늘 내가 트레킹한 구간이다. 사랑곶을 출발해서 Naudabda까지 걸어서 가고 나우단다에서 Phedi까지 버스타고 가서 담뿌스까지 트레킹하고 다시 페디로 내려와서 버스로 Hyangja를 거쳐 사랑곶으로 돌아왔다. 사랑곶에서 나우단다까지 버스가 있는데 버스시간도 몰라서 그냥 걸어 갔다. 아침 8시 조금넘어 출발했다. 여기가 해발 1590m인데 8부 능선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넓직하게 되어있다. 거의 평지처럼 되어있어 기분좋게 걸을 수 있다.
산을 한구비 돌아 나가도 안나푸르나는 같은 장소에 있는데 아침에 본 것처럼 여전히 구름 속에 덮여있다. 여기가 높긴 높은 모양이다.
저 아래 펼쳐지는 풍경들이 마치 발아래 있는것처럼 여겨진다. 저 높은 산들이 모두 안나푸르나 산맥의 지류로 사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레킹 코스따라 위쪽으로 농가들이 즐비한데 한국의 60년대 시골처럼 집들이 볼 품은 없다. 지금부터 진짜 네팔의 농촌을 보게 되는 셈이다. 집들은 거의 황토흙으로 되어있고 집집마다 염소나 닭들을 키우고 있다. 지나가는 이방인이 신기한지 모두들 헬로나 나마스테(안녕하세요)를 외쳐된다. 영어교육이 어느 정도 되어있어 꼬마부터 시골 촌부까지 기본적인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한무리의 아낙네들이 밭에서 열심히 허리굽혀 일하고 있다. 일하다 힘들면 허리 한번 길게 펴고 안나푸르나산들을 한번 바라보면 노동의 고단스러움이 훌쩍 달아나버릴 것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가다보니 교복입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가고 있길래 물어 보았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무슨 행사있니. 대답이 아뇨 학교가는 날이예요. 일요일에 무슨 학교를 가니. 좀 더 강도있게 추궁해 보니 네팔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FULL로 공부하고, 금요일이 HALF DAY , 토요일이 공휴일이란다. 그냥 하루씩 땡긴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카트만두에서 택시기사잡고 물어보면 한달 30일 일한다하는데 토요일 공휴일까지 일하게되면 자연히 한 달동안 노는 날없이 일하게 되는 셈이다.
학교까지 따라 가면서 이것저것 물어 보는데 한 녀석이 이 학교 건물을 일본이 지어 준 것이라고 자랑한다. 가난한 나라 교육 사업에 도움을 준건 대견하다만 어찌 일본 정부의 약싹 빠른 발걸음같은데 씁쓸하다. 한국도 여러 자선 단체에서 네팔을 돕고 있다.
시골 오지이다보니 여기저기 농가들이 흩어져있어 스쿨버스가 한바퀴돌면서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이 버스가 네팔와서 내가 본 버스 중에 최상의 컨디션이다.
어느 농가 앞에서 학교버스 기다리는 모자를 발견하고 취재 Mode로 들어 간다. 내가 만난 네팔인들이 나에게 질문하는게 모두들 똑 같다.
1) 어디서 왔는냐
2) 직업이 뭐냐
3) 몇살이냐
4) 자녀는 몇명이 있냐
나도 똑같이 물어 본다. 아지매 남편은 뭐하냐. 나이는 몇 살이냐. 애는 몇이냐. 아지매는 방년 27세로(한 40세로 보인다만은) 남편은 농부이고 애는 7살, 4살 두 명이란다. 트레킹가면서 만난 네팔인들을 취재해 본 결과 50대이상 가장들의 평균 자녀 수는 6명 이상이고 30대 미만 가장들의 자녀 수는 이 아지매처럼 2명 내지 1명이다. 한 농부는 나랑 연배가 비슷한데 딸 6명과 아들 1명으로 옛날 우리의 아들 선호와 비슷하게 아들볼려고 줄창 딸만 낳게 된 것이라한다.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들은 하지만 먹고 사는게 힘든 이런 나라에서 인구 억제 정책이 제일 선결 문제가 아닐련지.
가다보니 시원한 그늘 아래 쉬고 있는 청년 세 명을 만나 길을 물어보니 영어가 안된다. 자기들은 인도사람이라하며 팔 물건들을 보여 주는데 조잡한 실크로 만든 홑이불같다. 일종의 봉물장사같은데 이런 오지 농촌 마을까지 팔러 가는 모양이다. 고향인 인도 지명을 말해주는데 생소하고 아마 네팔 국경 접변지역인 것 같다. 돈벌러 이런 오지까지 무거운 짐을 매고 다니는 젊은이들의 기개가 대단하다.
보여주는데 일종의 제품 카다로그같다.
목이 말라 생수 한 병 사려고 동네 구멍가게에 들렸는데 마침 가게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할매 한 분을 만났다. 풍채가 장군감이었다. 네팔인들은 보통 몸이 호리호리한 편인데 이렇게 퉁퉁한 사람도 있는 가보다.
할매 손을 보니 팔찌를 네 개나 했는데 전부 금이었다. 반지도 하도 예쁘서 사진 한 장 찍자고 하니 할매께서 기분이 좋으신지 쾌히 승락하신다. 하여간 여자들에게는 나이가 젊어나 늙으나 걍 예쁘다고 해 주는게 제일인 것 같다.
가게 주인이 어디서 왔나고 묻길래 한국 사람이라 했더니 아주 반가워한다. 이 마을에 한국인 부부가 살고 있는데 한번 만나게 해 줄까 하길래 도대체 이런 오지에 한국분이 산다는게 믿기지 않아 물한병 사 마시고 가게 주인따라 가보니 두분이 일요일이라 포카라 시내에 있는 교회에 가셨다고 한다. 포카라에 있는 폐와 호수가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일찍이 네팔에 정착해서 여기에 사는 분같아서 한번 만나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이렇게 트레킹인지 네팔 농촌 취재를 나온건지 분간 안되게 걷다가 반환점인 나우단다까지 세시간 훨씬 더 걸려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서 발길을 돌려 게스트하우스로 그냥 돌아갔더라면 안나푸르나 ABC 속으로 들어 가볼 수도 없었는데 공연한 객기로 트레킹타입도 아닌 내가 ABC에 발을 들여 놓아 직살나게 고생하였지만 대신에 ABC 진입경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트레킹 좋아하는 절친을 위해 현지 가이드까지 물색해 놓고 가격까지 네고된 상태이니 나의 절친 너그들은 뱅기표만 끊어 가지고 날아 가면 된다. 그걸 다음 편에서 밝혀주꾸마.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