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여 안녕
2013년 5 월 1일( 수 ) 맑음
오늘이 짐싸고 산을 내려가 카트만두로 돌아 가는 날로 . 오후 3시 45분 뱅기니까 아침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새벽 4시에 잠을 깨서 하늘을 보니 날씨가 쾌청할 것 같아 동이 5시경 트니까 안나푸르나를 보려면 그전에 올라 가 있어야 한다. 카매라와 삼발이를 챙기고 눈에는 눈꼽만 떼고 세수도 하지 않고 전망대로 향했다. 5박 6일 여기에 있으면서 4번째 올라가는 새벽길이다. 진짜 청승이다. 내가 언제부터 산을 그렇게 좋아했고 또 산사진에 흠뻑 빠져 있었던가. 내가 이 산골짝에서 5박6일이나 개기고 있는 이유는 산을 좋아 해서가 아니다. 단지 중국 정부당국이 미국 시민에게 중국 방문비자를 빨리 안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안나푸르나 산줄기에서 트레킹 맛이라도 보게 해 준 것이 후진타오나 시진핑 그 양반들 덕분일련지도 모르겠다. 이를 진짜로 그들에게 감사해야되나?
동이 트기 시작하는데 구름이 없다. 첫째날보다 날씨가 훨씬 맑다. 마지막 날에 또 한번 멋지게 보여주는것 같다. 사진보면 첫번째 날보다 훨씬 이미지가 선명하다.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는게 내 복인지 여러분 복인지 알 수가 없네. 걍 우리들의 복이라 해두자.
안나푸르나 주봉이 매우 선명하다. 해가 조금씩 솟아 오르니 주봉 윗부분에 빛이 들어온다
그러나, 마차푸차르는 아직 여명에 쌓여있다.
먼산들의 부드러운 굴곡선이 가까운 것들부터 선명하게 나오다가 점점 멀어질수록 희미해 지는 것이 한 폭의 동양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해가 조금 더 올라오자 이번에는 캐논 5D로 비데오 녹화를 다시 한번 해 보았다. 확실히 첫날 비데오 질보다 훨신 났다. 돌아가서 또 비데오도 한편 만들어 봐야지.
이 때 요란한 비행 소음을 내며 ULTRA-LIGHT PLANE이 산 앞을 선회하고 있다. 보니까 여기서는 그런 관광옵션이 있는 모양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저걸 한번 탔었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생겼다. 저걸 타면 좀 더 가까이 산으로 다가 와서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에는 두 대가 나타났다. 물어보니 포카라에서 그런 관광옵션이 있다고 한다.
미국서는 Ultra Light 비행기는 전문 조종사 라이센스가 없어도 몰 수있다. 단, 고도 5천피트 아래로 비행하여야 한다. 모든 잡기에 관심을 가진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분야로 언젠가는 한번 도전해볼 만한 분야이다.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다울라기리봉도 오늘은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는 것 같다. 항상 왼쪽 저 뒤로 쳐져있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안나푸르나 주봉보다도 더 낮아 보이는데 오늘은 어느정도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동틀 무렵의 포카라
안나푸르나 산맥들과 마을 전체를 한번에 잡아 보려고 세로 찍기를 4번으로 나누어서 MERGER 시켜 보았는데 오른쪽 부분에 밝은 빛이 들어와 디테일이 사라졌지만 일단 전체 파노라마를 볼 수 있도록 한번 시도해 본 것이다.
이번 기행에서는 인증샷을 너무 남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사실 난 인증샷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인증샷 속에 있는 사람에 가리워져서 자연을 전부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토스는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밀크티를 팔고 있었다. 러머스는 보이지 않았다. 어제 결혼식장에서 만난 독일 처자 LINA도 오늘은 일출보러 올라 왔기에 산토스와 함께 기념 사진도 찍어 주었다. 독일 처자는 독일에서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취업을 하지 못해 대신에 배낭 여행을 하다가 네팔에 들어와 근 한 달동안 이 마을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떠나는 날 아침까지 안나푸르나를 다시 한번 보고 가니 기분은 좋다만은 오후에 하산해야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마냥 즐거운 마음은 아니다. 네팔 시골에 있다보니 그간 여기에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오후에 배낭을 꾸려 짊어지고 포카라로 내려왔다. 그래도 날씨는 화창해서 좋았다. 일주일전에 올라 갈 때는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배낭을 매고 올라 갔었는데 그 때는 힘들게 길을 올라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티벳 그룹투어가 무산되어 할수없이 산으로 올라 갔었는데 그래도 안나푸르나 산속에서 보냈던 날들이 나쁘지는 않았다. 운좋게 네팔 전통 결혼식을 보게되어 일일 사진사 역활도 톡톡히 했고, 혼자서 해본 담뿌스 왕복 트레킹도 힘은 쪼매 들었지만
ABC 가는 길도 알게 되었고, 안나푸르나 산사진도 청명한 아침을 맞아 선명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추억을 한보따리 안고 산을 내려 가는 것 같았다. 추억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현재 막상 안나푸르나를 떠난다고 하니 서운한 심정을 어찌 할 수 없다. 별수없이 언젠가는 다시 한번 더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안나푸르나 그녀를 혼자 그곳에 남겨두고 쓸쓸히 떠나 왔었야만 했었다.-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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