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산맥을 넘다
2013년 5 월 2 일( 목 ) 맑음
예정대로 티벳 라싸는 못 들어가고 중국 시안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을 앞에서도 이야기했다. 안나푸르나하고 티벳을 바꿔 먹었으니 별로 섭한 맘은 없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기약을 하기는 하되 그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될까.
아침 11시 30분 청두로 출발하는 비행기인데 10시에 중국 대사관가서 비자찍힌 여권을 받아야 중국가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또 하루 카트만두에 있어야 한다. 대사관에 가 보니 제 시간에 내어 주길래 예약한대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근데 비행기가 티벳 라싸를 거쳐 청두로 간다 하기에 왜 그런지 물어보니 카트만두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는 티벳 라싸에서 입국심사를 하기 때문이란다. 일단 비행기가 라싸로 간다하기에 기분은 좋았다. 라싸가려면 일단 히말라야 산맥을 반드시 넘어야 하기 때문에 운좋으면 산맥을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을련지도.
자리는 왼편 창가로 배정받아 앉았으니 구름만 가리지 않으면 반드시 히말라야 산맥이 보일거라 믿었다. 한 10분 비행하니 역시 산맥들이 구름 속에서 빼곳이 얼굴을 내민다. 분명히 히말라야인데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다. 같은 산이라도 보는 각도가 바뀌면 그 모습이 매번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저번 mountain flight 처럼 여승무원이 여기가 어디라고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그게 없으니 히말라야 어디쯤인지 전혀 감이 없다.
비행기가 그렇게 훌쩍 히말라야산맥을 넘었는지 갑자기 산색깔이 달라진다. 티벳땅으로 들어 온것 같다. 산색깔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산들의 높이도 많이 낮아진것 같다.
그래도 산들은 하얀 눈으로 산허리 부분에는 분칠을 하고 있다. 그렇게 기창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 때 곧 라싸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온다. 라싸땅에 발을 딛기는 딛는 모양이다.
입국심사도 매우 까다롭게 다룬다. 몇명의 외국인 그룹관광 일행이 있는데 입국허가증을 따로 제출해서 심사를 한다. 내 미국여권도 보더니 바로 패스 안해주고 일단 안으로 갖고 들어가서 따로 보고나서 한참 있다가 나와서야 도장 찍어주었다.
라싸에서 40분간 쉬었다가 아까 타고온 비행기로 청두로 향한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대합실로 가보니 공항매점에 티벳에 관련된 여러가지 특산물을 진열해 놓았다.
그중 하나가 푸른 초장에서 티벳 전통복장을 한 아가씨가 야크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 평화로운 사진인데 어찌보면 이 사진뒤에는 그런 평화가 아니고 강제로 무력 병합한 강대중국의 야욕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1950년 침공해서 병합했으니 올해로 벌써 62년이 지났다. 그러고보니
1959년 9살때 인도로 망명한 14대 달라이 라마도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셈이다.
공항대합실 한쪽에는 돈벌 생각은 있는지 티벳 전통 도자기, 그림, 탱화, 카펫등 각종 제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위 그림 몇점을 카매라로 찍었더니 한녀석이 찍지마란다. 보아하니 매점 관리자쯤 되는 중국 한족같이 얍삽하게 생겼다. 사실 찍으면 안되기는 안되는데 갑자기 부화가 치밀어 대들어보고 싶었다. 왜 안되냐고 따졌더니 영어가 안되는지 어느 점원 아가씨를 부르는데 이 아가씨도 떠듬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매점 아가씨는 한눈에 봐도 생긴 모양새가 중국애랑 틀린다. 라싸에 사는 티벳 본토인이란다. 그냥 다짜고짜로 이렇게 물어봤다. (내가 티벳가면 꼭 한번 물어 볼라고 머리에 새긴 질문을) 너 중국(중국사람이아니고)이 좋냐? 그랬더니 단박에 안좋아요하고 대답하였다. 난 티벳사람으로 그냥 티벳에서 살면 좋겠어요. 완전 110점짜리 대답을 하고 있는 이 아가씨에게 몇가지 물어봤다. 공안이나 공항 출입국 관리소 근무 인원은 거의 중국인이고 티벳인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세한 것을 물어보려고 해도 소통이 잘 안된다. 이맬 주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이매일 자체를 모른다. 라싸에도 관광지 근처 호텔이나 몇군데 제외하고는 중국정부가 인터넷을 개방하고 있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비행기를 다시 탑승해서 라싸를 이륙해서 티벳땅을 날아 청두로 향하는데 갈수록 눈덮인 산들이 더욱 더 많이 보였다.
티벳과 중국본토를 경계하는 산맥들인 것 같다. 그런 눈덮인 산들의 풍경이 꽤 오래 가는걸 보니 티벳과 중국본토 사이에도 꽤 높은 산들이 가로막고 있는 모양이다.
드디어 쓰촨성 수도인 청두(성도)에 도착했다. 청두가 지금은 중국 서부지역의 물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잘아는 삼국지이야기에서 유비가 도읍을 정한 곳도 여기 청두다. 지역이 산악지대가 많아 농업이 크게 번성하지 않고 반대로 강북과 강남에 자리잡은 위와 오에 비해 경제적인 열세를 지닐수 밖에 없었던 사유로 결국 위에게 멸망 당하고 만다. 대신 그전까지는 제갈공명이라는 위대한 지략가 덕분으로 면면히 국운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나라를 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공항청사를 최근에 건설했는지 크기가 엄청나다. 국제선 청사는 그렇다치더라도 국내선 청사도 삐까뻔쩍하다. 속은 잘 몰라도 화려하게 옷 잘입은 사람보고 먹고 살만한 모양이라고 빗대듯이 중국도 요즘 돈 좀 많이 벌은 모양이다. 허기야 빚쟁이 국가인 미국시민이 이렇게 비꼬아야 직성이 풀리기도 하겠지만. 남자들보다 20-30대 여자들 의상이나 스타일이 옛날 중국 영화에 나오는 그런게 아니다. 패션 감각이 별로 없는 내가 봐도 무지하게 세련되어 있다.
시안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공항안을 한번 쭉 돌아보니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광고가 호화아파트나 전원주택에 관한 광고이다. 수영장이 딸린 아파트나, 미국식으로 골프코스딸린 전원주택, 유럽풍 주택등등 그 광고가 다양하다.
모든 세계 시민들의 공통된 점이 이런 멋진 주거환경에서 행복하게 사는것이겠지. 중국도 이제는 그런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부를 축적했다는 말인데 과연 그런 부가 어느정도 균형있게 인민들에게 배분되는지는 그건 또 다른 문제일 것 같다.
공항대합실에서 배가 고파 매점에서 처음으로 중국돈으로 음료수와 컵라면을 쌌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공항에서 근무하는 점원들도 영어를 거의 못한다. 내가 이번에는 생긴게 네팔인이 아니고 중국본토 사람같게 보이는지 그냥 쏼라쏼라다. 중국 여행의 고난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돈계산이야 찍히는대로 주고 잔돈받으면 되는데 뭐 물어 보려고해도 전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결국 시간이 없어 못 먹고 컵라면들고 시안행 비행기타서 뱅기 안에서 서로 말이 잘 통하는(?) 승무원 아가씨에게 더운물 좀 달랬더니 불쌍하게 보였던지 더운 물에다 사과 한알까지 얹어 갖다 주었다. 중국 여행책에서 보니까 중국라면중 우리 입맛에 맞는 라면은 "우육면"이라 해서 그걸 한번 먹어보았더니 진짜 입맛에 맞았다. 이렇게 저녁을 라면 한컵과 사과 한 알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중국의 고도 씨안(서안) 센양 국제공항에 저녁 10시를 훌쩍 넘겨서야 도착했다.-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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