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킴 Jul 01.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네팔 중국편 20

서악 화산기행(3)

2013년 5월 6일(화) 비 그리고 흐림   


  마지막 정상 서봉을 향하여


서봉 정상으로 향하는 굴령 오름새로 구름안개에 반쯤 묻혀있다

남봉을 거쳐 오르락내리락하며 코스를 따라 가면 서봉 정상이 나온다. 그러나, 서봉 정상에 오르는 길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먼저 굴령(屈岭) 혹은 소 창룡령(小苍龙岭)이라고 부르는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야 한다. 거리는 약 300m 정도이지만 왼쪽 능선 쪽은 천 길 낭떠러지라 그쪽으로 넘어지면 안 된다. 목숨이 위험하다. 날씨가 흐려 운무가 길의 반을 가려 서봉 정상은 운무 속에 파묻혀있다.  화산길이 대부분 힘들었지만 이제 이것이 마지막 오름길이라 생각하고 한 발 한 발 돌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올라가다 뒤돌아보며 올라온 길을 찍었다


서봉 정상으로가는 굴령(屈岭)의 경사길


서봉으로 가는 굴령 경사길이 운무에 묻혀있다


굴령 끝에 위치한 도교사원

굴령을 다 올라가면 그 끝에 도교사원이 세워져 있다. 이름하여 취운궁(翠雲宮)이라 한다.


취운궁 입구

취운궁(翠雲宮)은 서봉 정상에 위치하고 있고, 일명 서봉정전(西峯正殿)으로 불린다. 청나라 초기에 세워진 도교 사원으로 취운궁 장경루에 보관하고 있는 도교 진경은 화산 도교 연구의 소중한 재산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1932년 화재로 모든 건물과 경서는 그대로 소실되었다. 재건한 취운궁은 목석 구조물로 절벽의 형세에 의거하여 건축하였다고 한다.


마지막 유격 연습장

그러나, 서봉 정상에 오르려면 굴령을 다 올라왔더라도 저 바윗 계단을 쇠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여자분한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올라가기 힘들어서 여기서 대기하는 여성분이 많아 줄이 길게 이어진다. 계단을 딛고 쇠사슬을 힘주어 잡아야 겨우 바위 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봉 정상 연화봉

드디어 올라 온 서봉 정상. 그 정상의 연화봉 표지석도 어김없이 자물쇠와 붉은 행운 띠로 몸살을 않고 있다. 화산 전체가 자물쇠와 붉은 행운 띠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공탑

동봉 정상에 있던 양공탑과 마찬가지로 서봉 정상에도 시안사변의 공모자 양호성 장군이 세운 양공탑이 서있다.





  서봉 케이블카로 하산


서봉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

서봉 정상에서 잠깐 머무르다 오른쪽 길로 내려가면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한자로 "색도"라고 하는 게 케이블카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화산 등정을 나처럼 북봉 케이블카로  출발해서 북봉-중봉-동봉-남봉-서봉으로 해서 서봉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서봉 케이블카를 타고 서봉부터 보고 역으로 북봉 케이블카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화산 등산 경로

서봉 케이블카로 출발한 화산 등산 경로인데 동봉 경유가 생략되어 있다.


서봉 케이블카가 운무에 싸여 지척을 분간하기 힘들다





   서봉 색도에서 본 화산 산수화들


다음 아래 일렬의 사진들은 서봉 색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케이블카 안에서 열심히 찍어서 남긴 사진들이다. 별도로 이곳으로 가는 등산로가 없기 때문에 이런 화산 산수화를 찍을 다른 방도가 전혀 없다. 케이블카 유리창을 통해서 이미지를 잡다 보니 유리창문 중앙에 묻어 나온 창문 흔적이 이미지에 남아있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근경은 선명하나 중원경은 운무에 묻혀 형상이 희미하다


중국 화산 산수화로 운무에 둘러싸인 봉우리가 별천지같다


한무리 운무가 밑에서 위로 솟구치는 형상이다


산계곡 사이로 가득찬 운무가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같다

화산의 각 봉우리들은 그들만의 특색을 자랑하는데 서봉은 절벽(西峰绝壁),동봉은 일출(东峰日出), 남봉은 소나무(南峰奇松), 북봉은 운해(北峰云雾)로 유명하다. 그래서 지금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들이 북봉에 속해있는 산세를 보는 듯하다.


화산 봉우리가 꽃잎처럼 연이어 솟아있다


화산 별천지로 속계가 아닌 천계에 속하는 풍경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서 운무에 파묻힌 화산 별경을 감상하니 문득 리빠이(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시 한수가 머리에 떠오른다.
 
왜 청산에 사느냐고 물었더니(問余何事棲碧山)
웃으며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네(笑而不答心自閑) 복사꽃이 흐르는 물에 아득히 흘러가니(桃花流水杳然去)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이구려(別有天地非人間)


만약에 화산 서악의 풍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바로 <別有天地非人間>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악 화산의 別有天地非人間


구름위로 솟아있는 서악 화산의 풍경

서봉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그 길이가 길어 중간에 스탑하는 지점이 있어 약 20분 정도 걸린다. 예전에는 북봉 케이블카밖에 없어서 모두들 북봉으로 올라 구경하고 다시 북봉에서 케이블카로 내려왔는데 서봉 케이블카가 건설되고 나서 북동에서 서봉까지(또는 그 반대) 등정하는 코스가 자연스레이 생기게 된 것이다.


내려와서 뒤돌아본 서봉 산세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높은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흑색으로 치장한 일주문을 지난다. 뒤를 돌아보니 화산의 서봉 봉우리들이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윤관선만 드려내 보이고 내가 지나왔던 등산길은 찾아볼 수도 없다.


화산 일주문으로 연결된다

화산 입구의 문 위에 ‘天威咫尺(천위지척)’이 보인다. 하늘의 위엄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이 문을 나서면 마지막 문인 화산 일주문을 통과하게 된다


화산 일주문

화산 일주문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버스 승차장이 나와 버스를 타고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데려다준다. 화산을 나서는 마지막 문이다.


서악 화산 입구에 조성된 화산 기념탑


화산 기념탑

서봉의 연화봉을 상징하듯 연꽃잎을 상부에 장식하고 기둥에는 여의주를 갖고 노는 용을 멋들어지게 조각하여 놓았다. 시안으로 돌아가는 차 시간이 조금 남아 천천히 기둥을 돌아보니 아래 기단에는 정팔면체로 한 면에 각각 이야기가 들어있는 장면을 하나씩 부조 형태로 조각되어 있었다. 평소 습관대로 열심히 찍었다.


죽간합사

유능한 가이드가 있었으면 하나하나 무슨 이바구나 사연이 있는지를 들려주었을 텐데 혼자라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각 부조 옆에는 그 그림을 묘사하는 사자 고사를 한자로 기록되어있는데..... 그냥 혼자서 추측해보건대 <죽간 합사>는 대나무 숲 사이에 있는 절에서 남녀가 만나다. 이 남녀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풍우 정정> 몰아치는 비바람이 웬 남자를 덮치는데 첨에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해하였다.


한자도 알아보기 힘들다


<모자 상견> 여기까지도 무슨 스토리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는 알게 되었다. 이야기 속의 모자는 삼성모(三聖母)와 그녀의 아들 침향이었다.





   벽산 구모(劈山救母)에서 실마리를 풀다


<벽산구모(劈山救母)> 산을 갈라 어머니를 구하다. 도끼를 든 남자가 화산이라고 적힌 산을 내리치는 장면이다. 그 화산에서 선녀 한 명이 갇혀있다. 화산에 관한 모든 설화를 찾아 읽어 가다가 알게 된 이바구가 드디어 퍼즐을 풀게 되었다. 스토리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하늘나라에서 서왕모(천계에 사는 여신선)의 생일잔치에 수많은 신선들이 찾아와 생신을 축하했다. 이때 옥황상제는 딸인 삼성모(三聖母)와 시중을 드는 금동(金童)을 보내 축하하였다. 축하연에서 둘은 서로 눈이 맞아 사랑을 하게 되자 옥황상제가 이를 알고 크게 노하여 삼성모를 화산(華山)에 있는 설영궁(雪映宮)으로 귀양 보내고 금동은 속세로 내려보내 인간으로 환생케 하였다. 금동이 유(劉)씨 집안에 환생하니 이름을 언창이라고 했다. 조선의 홍길동처럼 어릴 때부터 글을 배워 하나를 배워 열을 통하니 20대에 수재(秀才)가 되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마침 화산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화산에 갇힌 삼성모(三聖母)를 만나 전생의 숙연(宿緣)으로 곧 사랑에 빠져 침향이란 아들이 생겼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삼성모의 오빠 이랑신(二郞神)이 크게 노해 몸소 천병들을 이끌고 삼성모를 잡아다 화산 아래 동굴에 감금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신통을 발휘해 거대한 산봉우리를 옮겨다 눌러놓았다. 홀로 남은 어린 침향이 외삼촌에게 복수해 모친을 구하고자 다짐한다. 침향은 훌륭한 사부의 인도 하에 10여 년 간 열심히 무예를 갈고닦아 마침내 큰 성취를 이룬다. 사부는 침향에게 이랑신을 상대할 수 있는 법기(法器)인 큰 도끼를 하사한다. 사부로부터 도끼(神斧)를 전해 받은 침향은 곧장 화산으로 달려가 그곳을 지키고 있던 이랑신을 물리치고 모친이 감금된 화산으로 가서 마침내 큰 도끼를 휘둘러 산을 쪼갠 후 모친을 구출한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모자가 다시 상봉하여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이야기를 아니까 조각그림들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 보아하니 삼성모의 오빠 이랑신(二郞神)이 동생을 화산에 가두는 장면이다.


사랑에 빠진 삼성모와 금동


두 남녀는 침향의 모친과 부친인 삼성모와 유언창이다

이런 이야기를 되새겨보니 오래전에 유행했던 미국 션윈(神韻) 중국 예술단 월드투어가 생각났다. 이 단체가 2007년부터 매년 새롭게 내놓는 ‘션윈 월드투어’가 2년간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500회에 달하는 극예술을 공연하였는데 그중 한 공연이 바로 <벽산구모(劈山救母)>로 내가 사는 곳인 버지니아 Norfolk이란 도시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근 10여 년 전의 일이었다.




  화산의 극한 직업인 짐꾼


화산에서 짐을 운반하는 짐꾼

화산 정상이 거의 2000m 정상에 있다 보니 여기서 필요한 모든 식자재와 소모품을 짐꾼이 들고 올라와야 하고   쓰레기를 전부 모아 아래로 들고 내려가야 한다. 얼마 전에 모방송사가 제작한 <극한 직업> 프로에 화산 짐꾼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50 노동자로 광산에서 일하다 왼팔을 잃은 중국인이 화산 짐꾼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이야기로 정상인도 하루 한번 오르내리기도 힘든 화산을 13년간  4  정도를 오르락내리락했다고 하니 가히  노동의 어려움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고작 카메라 두대와 작은 배낭 하나 매고 낑낑거리며 올랐던 화산길이 그것도 오르고 내린 험한 길은 북봉과 서봉의 색도(케이블카) 이용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고된 화산 짐꾼의 하루 일당이 한국돈 4-5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과히 지구 상의 극한 직업이라고 아니할  없다. 화산 정상 트레킹 중에 여러 짐꾼 들을 길에서 보게 되어 그들의 고된 노동을 똑똑히 눈으로 확인할  있었다. 그래서 캐이블카를 타고 화산을 유람하는 관광객들은 마치 천계에 사는 신선들이고, 짐을 지고 나르는 화산 짐꾼들은 속계에 사는 인간들 같았다. 세계 어디를 가보아도 그런 천계와 속계가 항상 존재하는 걸로 보아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는 않은  같다고  수밖에 없다.-Jh-



작가의 이전글 지노 배낭여행기 - 네팔 중국편 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