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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킴 Sep 07. 2016

지노 배낭여행기 - 아프리카편 8

장거리 버스로 국경 잠비아를 넘어

10/30/2015(금) -10/31 아침 맑음


   버스로 빅폴을 가다


나미브 수도 빈트후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해서 잠비아 리빙스톤까지 꼬박 20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야간 버스이니까 차 안에서 잠이 오면 자면 되는데 한번 타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몇 시간 계속 앉아 있으면 허리가 졸라 아프다. 허리가 아프던 안아프던 일단 잘 수는 없고 어제 기행문을 정리해야 독자들에게 따끈한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특파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일단 어제 찍은 사진 작업을 좀 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졸음이 몰려온다. 남미나 터어키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장거리 버스에 이력이 난 사람들이니 보통 24시간은 기본으로 가는 거니까 오늘가는 20시간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터어키와 남미에서 24시간짜리 장거리 버스탄 이력도 있다. 그러나,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Intercape 운행도로 색칠한 선이 밤새 달려가야 할 길 이 회사버스가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제일 정평있는 장거리 버스로 배낭여행족들이 가장 애용하는 회사이다.

원래는 빈트후크에서 잠비아 빅폴(빅토리아 폭포를 줄여서 빅폴로 부른다)까지 시간 절약상 뱅기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알아보니 직항로가 없고 다시 요하네스버그로 내려가서 빅폴로 가는 뱅기로 갈아타야 하길래 버스를 선택한 것이다. 버스 안에서 자니까 시간은 손해보는 것 없고, 대신 몸이 조금 죽어나야 한다.


나미브 빈트후크에서 출발하기전 승객과 화물을 싣는 버스

기차나 버스로 여행할 때 해가 있는 동안은 창밖 풍물에 눈을 두고 괜찮은 것들은 카매라로 담아 놓는다. 큰 길이 두서너개로 갈리는 분기점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시외 버스들이 승객 태우는 호객 행위로 야단법석이다. 여기서는 큰 대형버스의 장거리버스는 별로 없고 주로 봉고차같은 합승버스에 뒤에 트레일러를 달고 그 안에 승객짐을 싣고 차 안에는 최대한 승객을 태우고 간다. 이런 큰 분기점에서는 승객들은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주전버리나 먹거리를 사러 마트나 근처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행상들로부터 사가지고 버스안에서 가는 내내 먹는다.


장거리버스로 트레일러에는 짐을 싣고 끌고 간다


큰 버스정류장에서 먹거리를 파는 행상들

버스에는 나랑 미국 일리노이에서 온 미국인 노부부만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지인들이다. 빅폴가냐고 물어보니 노부부는 나미브에서 제일 유명한 사파리 국립공원인 에또사를 들렸다가 나중에 빅폴로 넘어 갈 예정이라고 한다. 두분다 굉장히 연로한데도 배낭 여행을 다니시는거 보니 참으로 대단한 것 같았다. 혹시 진짜 고수?






    창밖의 풍경은 호주의 OB와 흡사하고


그저께 사막으로 내려갈 때 보았던 풍경하고 별 차이가 없다. 호주의 아웃백과 거의 흡사하다. 도로를 중간에 두고 좌우로 펼쳐진 평원에는 푸르고 높은 하늘밑에 키작은 관목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길가에는 누런 낙타풀만이 차들이 지나가며 밀어내는 바람에 한번씩 몸을 움츠릴 뿐이다. 풍경 그 자체로만 보면 아름다운 나미브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근 100년 가까이 외세의 침입과 식민지 국민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남겨진게 없다보니 이제는 독립된 자유국가이지만 앞으로 거쳐 가야 할 길이 쉬운 것 같지는 않게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 심어 놓은 사막의 식물 선인장





    잠비아 국경에서 비자 받기


잠비아 국경의 이민국 건물

아침에 해가 뜰 때 잠비아 국경 근처에 다다르서 입국심사를 받고 비자비로 30불을 내고 패스포트에 새로운 국가를 하나 추가했다. 국경을 통과하기가 참으로 불편하게 되어있다. 일단 나미브 이민국에서 출국신고를 하고 나서 걸어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잠비아 이민국으로 가서 입국심사를 한다. 그 사이 버스 운전수는 차량 입국 절차를 받아 차를 잠비아 국경까지 가져오기 때문에 다시 500미터 이상을 나미브쪽으로 걸어 갈 필요는 없다.  이 버스를 탄 사람들 대부분이 짐바브웨 국민들이다. 나미브, 잠비아, 짐바브웨간에는 입국 심사는 서로 하지만 비자비는 없는 것 같다. 근데 어찌보면 짐바브웨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세 나라중 그들이 제일 잘 산다는  말인가?


잠비아 국경 근처의 현지인들 주거지로 몇십년전에 책에서 보았던 그 움집에 아직도 그렇게 사는 모양이다





 여행기가 중단될 뻔한 랩탑 분실 사건 전말


잠비아 국경을 통과하자 마자 강이 나오는데 잠베지 강으로 저 물이 흘러내려가서 그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를 이룬다.

 밤새 자다가 조불다가 앉아있다가 이러기를 몇번이나 반복한 후에도 아침에도 깜박 잠이 들었다. 누가 깨우길래 일어나보니 빅폴에 도착했단다. 부시시한 눈으로 카메라와 배낭, 끌낭을 챙겨 버스에서 내려오니 반갑게 마중나온 녀석이 짐 하나를 받아준다. 호텔안내나 폭포 가이드를 자청하는 놈이겠지하고 별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빅폴 입장권을 파는 오피스 안으로 들어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녀석이 리빙스톤에 있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좋은 가격에 소개해 주겠단다. 들은 척도 하지않고 티켓 사무실안에 있는 의자 옆에다 배낭, 끌낭, 카메라를 놓아두고 남은 빵 하나를 쪼개어 녀석과 마치 오랜 끈끈한 정을 쌓은 사이처럼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나도 배가 고픈데 너도 배가 고프겠지. 이런 저런 이바구를 하면서 빵을 거의 다 먹어가는 순간에 어제 밤에 사진 작업한다고 빼놓은 맥북 랩탑을 버스 등받이 꽂이에 그대로 두고 내린 것을 알았다. 후닥닥 밖으로 뛰어나가 버스를 찾아 나가보니 버스는 더 이상 짐바브웨 쪽으로 가지않고 잠비아 리빙스턴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때 그 녀석이 택시를 타고 쫒아 가자면서 그 앞에 정차해 있던 친구 택시로 나와 함께 타고 버스를 뒤쫓아갔다. 근데 이번에는 매표소 사무실 안에 놓아둔 배낭, 끌낭 그리고 카메라가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버스를 따라 간다고 그걸 다 들고 나올 수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따라 가면서 이번에는 둘 다 걱정되었다. 랩탑 건질려다 전부 다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아웃오브아프리카' 영화에서 여주인공 캐런이 커피농장을 화재로 다 잃어버리고 빈 손으로 아프리카를 떠나 고국인 덴마크로 돌아가듯이 지노도 모두 다 잃어버리고 빈손으로 아프리카를 떠나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떠올라 날씨도 덥고 댕기기도 힘든데 그것도 좋겠구나하면서 물질주의를 과감하게 팽개치고 아무런 물욕도 느끼지않는 그런 평정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잠시 생각했었다.


저 멀리 버스가 보이길래 기사에게 더 밟아라고 계속 주문을 하였지만 어쩐 일인지 버스가 더 빨리 달리는 것 같았다. 이럴 때 쓰는 민병철이나 조화유 영어책에 나오는 기본 회화가 "Step on it"인데 이게 마음이 급하면 "fast, more fast" 이 수준으로 떨어진다. 내가 뭐라고 캤는지 별로 기억도 없다. 겨우 겨우 따라가서 버스를 앞지르고 세우라는 손동작을 하였드니 버스가 마침내 갓길로 정차하였다. 내 자리 20번으로 올라 가 보니 검은 케이스천 커버에 든 랩탑이 역시 검은 줄로 된 등받이 파우치에 들어 있었다. 언뜻보니 둘 다 검정색으로 그냥 지나 칠수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랩탑을 찾고 다시 빅폴 쪽으로 쌔(혀)가 빠지게 달려와서 매표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물욕없이 버릴 수도 있겠다던 그 물질덩어리 곧 돈덩어리가 이제는 어서 버려보라듯이 이쁘게 앉아 있었다.


만일 랩탑을 찾으러 간 사이 누군가가 카메라, 끌낭과 배낭을 들고 갔더라면........어떻게 되어겠냐고요?  물질 손해를 크게 봐서 울다가 그러다가 물욕을 과감하게 망각하는 허상에 웃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며칠 후 카메라 2대, 캠코더 1대, 망원렌즈와 광각렌즈를 카메라 전문점인 뉴욕에 있는 B&H에 주문서를 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겠지요.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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