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진호 Aug 10. 2021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묻는 안부

우울의 끝에서 답을 찾아본다.

한없이 무기력해질 때가 있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서성이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들이,

이때만 되면 아무렇지 않지가 않다.


전화 수신도, 카톡 답장도, 밥을 먹는 일도.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하루 종일 빠진다.


우울증인가?

우울증 증세를 찾아본다.

딱 나네... 병원을 가봐야 하나.


그렇게 하루, 가끔은 이틀이 지난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샤워를 하고, 지하철을 탄다.

다시 전화를 받고, 카톡에 답을 하고,

때에 맞춰 밥을 먹는다.


아무렇지 않지 않던 것들이 다시 아무렇지 않다.

그렇게, 지난 하루, 이틀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일상이

가끔 안부를 묻는 아닐까 싶다.

괜찮냐고.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잠시 멈추라고, 잠시 쉬었다 가라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지 않게 만드는 건 아닐까.

굳이 애쓰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묻는 안부에

'지금은 괜찮지 않다고'

답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나처럼 종종 힘든 누군가에게

깃들길 빌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동네 친구를 만들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