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도 좋은 화장품을 쓸 거야!
모든 업계가 펫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고 결혼의 필요성도 사라지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게다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의 여파로 인간관계까지 단절되며 펫 사업이 대폭 활성화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 원에서 2027년에는 6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 명에 달해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반려동물을 단순히 키우는 동물을 넘어선, 함께 살아가는 가족처럼 여기고 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족(Pet + Family)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처럼 중요한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쉽던 찰나에 한 가지 좋은 제안을 받게 됐다. 국내 최초 펫 코스메틱 세미나의 사회자로 섭외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융복합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펫과 뷰티를 결합한 혁신적인 세미나를 주최한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그리고 안용찬 편집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식 명칭은 <PET COSMETICS 세미나 - 우리 가족 ‘펫(PET)’, 너에게도 좋은 화장품을 쓸꺼야!>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가 개최한 두 번째 ‘더케이뷰티 트렌드 인사이트 콘서트’로 펫 화장품 트렌드부터 마케팅, 브랜딩, R&D, 유통·판매, 규제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안용찬 편집장은 피부 관리에 열심인 현대인이 매일 껴안고 자는 반려동물의 피부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아이러니하다며 해당 세미나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 동물의 피부와 모질, 영양 상태는 사람의 피부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펫과 화장품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 5월 26일, 코엑스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분야별 연사분들을 모시고 각자가 몸담은 인더스트리의 상황과 인사이트를 가감없이 공유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난 이번 세미나의 토크쇼 사회를 맡게 되며 홍보와 섭외에도 힘썼다. 포브스와 클럽하우스에서 모더레이터 역할을 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내 역할은 단순하다. 유료강의에 오신 분들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오디언스 입장에서 실질적인 질문을 하려고 애썼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이다.
세미나는 성공적이었다. 100명 정도의 참여를 예상했지만, 150명 가까이 와주셔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몰입도도 굉장했다. 오디언스의 집중력과 열기가 체감될 정도였다.
사회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세계 트렌드와 화장품 트렌드가 ESG, 클린뷰티, 비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올리브영이 클린뷰티를 도입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클린뷰티를 콘셉트로 잡았다가 폐업한 브랜드가 꽤 많은 상황이다. 현재 매각을 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끔찍한 결과다.
아니나 다를까. 펫 시장에서도 비거니즘과 클린뷰티가 단연 화두다. 부디 이 부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클린뷰티의 역사와 성공사례를 조사한 후 시작했으면 한다. 안타깝게도 클린뷰티 중 최초 타이틀을 가진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성공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 언젠가 가게 될 방향인 건 맞지만, 타이밍을 봐야 한다. 그 시대가 오기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시간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내가 보는 클린은 우리가 미래로 가야 할 방향이자 디폴트 값이다. 현재 뷰티 시장은 과포화 상태다. 그래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고, 그 기준점 중 하나가 클린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성분에만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 부분이 화장품의 본질인 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조경쟁력은 세계 탑이고 여기에 아무리 힘을 써봤자 경쟁사들과 큰 차별성을 갖긴 어렵다. 비거니즘과 클린을 기본으로 가되 다른 포인트와 뾰족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이 부분은 아직 물음표다. 고양이는 육식 동물이다. 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아이들에게 비건을 적용한다는 자체가 정말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의문스럽다.
개인적으로는 펫 화장품은 기능적인 접근이 아닌, 편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렌드라고 곧이곧대로 적용할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내가 소비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세미나 중 인상 깊었던 강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힌트를 주자면 최현일 페오펫 대표의 이야기가 실릴 것이다. 혹 이번 세미나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구독 후 다음 편을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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