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필요해
‘치약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치약 브랜드 마비스가 한국 론칭 4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쇼핑 리스트를 검색하면 무조건 사야 하는 1순위로 꼽히기도 하며, 소녀시대 태연이 실제로 애용한다고 소개해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85ml 한 개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치약인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이는 가치 소비 확산의 영향이 크다. 평균 가격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높은 만족도를 준다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구강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이처럼 점점 확대되고 있는 국내 프리미엄 치약 시장에 발맞춰 마비스는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 구독서비스를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 이용자를 묶어둬 락인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사에 나와 있다.
`치약계의 샤넬` 한통에 2만원…프리미엄 치약 판 커진다 - 매일경제
하지만 난 왜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전혀 기대가 안 되는 걸까? 우리나라의 구독서비스 역사를 곰곰이 떠올려봤다. 과연 성공한 모델이 있을까?
면도 용품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즐리의 사례가 떠올랐다. 와이즐리는 미국 ‘달러 쉐이브 클럽’의 면도날 정기배송 서비스 성공사례를 따와 국내에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구독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수요예측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원가 절감에 강해 면도 용품, 스킨케어, 두피케어, 영양제, 덴탈케어, 바디케어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사업 관련 실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제는 ‘구독’이라는 키워드가 투자업계나 뷰티업계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방식을 참고하는 건 좋지만, 맹목적으로 믿는 건 너무도 위험하다.
대한민국의 구독서비스는 유독 실패사례가 많다. 구독서비스의 핵심이 편의성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을 일례로 소개하겠다. 예전에 클럽하우스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분이 우리 회사에 놀러 왔다. 그분은 미국에 남성 전용 스킨케어 및 면도기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타깃은 한적한 시골에 사는 사람으로 투자유치까지 어렵지 않게 이뤄냈다. 대체 어떻게 성공했냐고?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한국과 달리 마켓에 생필품을 사려면 차를 타고 20~30분을 나가야 한다. 나 역시도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살던 유학 시절 그 부분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들을 타깃으로 주기적인 생필품 구독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두 번째는 시장의 크기에 있다. 국내에도 한때 미미박스나 우리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글로시박스 같은 화장품 구독서비스가 크게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 이은 ‘제3의 E-커머스’로 주목받으며 2014년 매출이 600억 대까지 팽창했다. 하지만 2015년 관련 업체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사업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인구수가 많지 않아 마켓 사이즈의 확장성이 현저히 떨어진 까닭이다.
다시 돌아가 보자. 마비스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그러려면 로컬라이제이션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신세계가 세포라가 오기 전 시코르를 만든 것처럼, 루치펠로는 마비스가 국내에 완전히 상륙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했다. 분명 그들이 가진 역사와 가치는 인정할 부분이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뾰족한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은 세포라도 영업적자로 엄청난 위기를 지나고 있다.
포브스 4월호 인터뷰로 만났던 미팩토리 창업자 이창혁 대표는 인간의 오감과 즐거움을 바탕으로 도심 속의 숲, 섬세이 테라리움을 오픈해 또 한 번의 성공을 이뤄냈다. 체험의 가치를 디테일하게 풀어내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배경을 가리고 ‘섬세이=보디 드라이어’라는 브랜딩에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마비스가 어떤 전략으로 로컬라이제이션 시킬지 기대가 크다. 탈중앙화 시대가 오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안착하는 과정이 더는 어렵지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시도에 나선 마비스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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