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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l 03. 2023

2. 진짜 왔다! 고양이가...

2023년 6월 19일, 입양 1일 차


"안녕하세요, 아까 통화한 고양이 입양자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주 임보로 시작하지만,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내일 오후 5-6시 사이에 아이들과 같이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까요?

저희가 그쪽으로 가도 되고, 같이 오셔서 아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셔도 좋습니다"


"내일 아이(루꼬) 귀치료가 있어 병원 가는데 아마 마지막 치료가 될 것 같아요 ^^

병원에 갔다 제가 데려다주는 게 좋을 것 아요.

내일 오후 5-6시 사이에 맞춰 진료 끝나면 문자 드릴게요"


입양 보낼 아이인데, 마지막 치료까지 책임지고 신경 써주시는 구조자님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날,

예상보다 조금 일찍 병원 진료를 마치고, 출발하신다고 연락이 왔다. 고양이가 다니는 동물 병원은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이래저래 모든 상황이 우리를 다 묘연으로 이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구조자 분의 차가 입차됐다는 알림이 뜨고, 나와 다인이는 지하 주차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아이도 데려오는데 사료와 모래까지 가져다주신다 했으니, 짐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조자분 품에 안겨서 나타난 고양이는 생각보다 더 작고 더 귀여웠다.

"아~ 귀여워~"

다인이는 근래에 들어서... 아니, 어쩌면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감격하고 있었다.

다인이의 차고 넘치는 설렘과 감격이 고스란히 옆에까지 전해졌다.



다인이는, 자신이 이 고양이의 언니인지 누나인지 궁금해했다. 성별을 물어보니, 여자아이라고 했다. 바야흐로, 약 6년 전, 내가 둘째(현 6세 동생) 임신했을 때도, 여동생이 갖고 싶어 태명을 '소피아'(공주 이름)로 지어줬었는데, 몇 달 후, 남동생임을 알게 된 후, 현실 부정을 하며 '왜 남동생이야?'라고 묻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태명을 '로로'(뽀로로의 로로)로 바꿔줬던 다인이다. 이렇게 네가 언니가 되는 소원을 이루는구나!


상냥하신 구조자분은 다인이의 눈에서 하트를 발견하고는, 선뜻 고양이를 안아보라고 해주셨다. 담요에 싸여있던 아기 고양이를 조심스레 건네받아 안은 다인이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고양이 언니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구조자분은, 루꼬가 복이 많다면서, 다인이가 잘 키울 것 같다는 칭찬도 해주셨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양이에 푹 빠져있는 다인이와 고양이 카페도 여러 번 다니고, 고양이 영상들도 함께 보면서, 어느새 나도 덩달아 고양이 매력에 빠지게 됐나 보다. 내 눈에도 고양이가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예뻤다. 우리가 단골로 가던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거나, 세상 도도하고 곁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아주 가끔 무릎냥이를 만나 운 좋게 간택받으면 한없이 행복했지만, 이내 떠나야  했으므로 "내 고양이"가 점점 더 간절하던 터였다.


그런데 우리 고양이라니...♡


구조자 분은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루꼬'라고 지어준 상태였다. 원한다면, 이름을 바꿔도 된다고 해주셨다. 다인이는 고양이 입양을 결정하기 훨~씬 전부터 정해놓은 이름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마루'였다.

"마루야....." 소심하게 몇 번 불러보았지만, 아이는 이미 자기 이름을 '루꼬'로 인식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루꼬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구조자분께 사료주는 법, 방금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소독하는 법을 배우고, 루꼬의 병원 건강수첩까지 건네받았다. 신생아에게 아가수첩이 있는 것처럼, 루꼬에게도 반려동물 건강수첩이 있었다.

막내 아가가 생긴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다인이와 민찬이도 5살 터울, 민찬이와 루꼬도 5살 터울이네...)

구조자분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날, 루꼬 목욕도 시켜주시고, 1차 예방접종까지 해주시고 오셨다. 한 달 후가 2차 예방접종이고, 10월 중순 즈음에 중성화 수술을 하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처음 우리 집에 온 루꼬는 잔뜩 긴장하고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베란다에 층간소음 매트가 깔려있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트램펄린이 있었는데, 루꼬는 오자마자 그 트램펄린 밑으로 쏙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트램펄린 밑에서 야옹야옹거리자, 구조자 님은 단박에 배고파서 내는 소리인 것 같다고 알아들으셨다.  다인이에게 배운 대로 사료를 담아주라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던 유리그릇 2개를 꺼내 하나는 사료 그릇, 물그릇으로 내어주었다.) 아직 아기 고양이라, 건식 사료 소량을 물과 섞어서 주었다. 밖으로 나와서 먹으라고 그릇을 조금 멀찌감치 놔줬는데 나오질 않아, 안으로 넣어줬더니 먹기 시작했다.


첫날의 사진 속 눈빛에서 느껴진다. 아이의 불안함이...  

'여긴 어디지... 저 사람들은 누구지... 엄마는 날 두고 어딜 가시는 거지....'

루꼬를 우리에게 맡기고 떠나는 구조자 분의 눈에서도...

루꼬의 눈에서도 슬픔이 느껴졌다.


이제 우리가 이 아이를 편하게 해줘야 할 차례다.

 여태 돌봐주던 구조자 엄마가 낯선 곳에 자기를 혼자 두고 갔으니 얼마나 두려울까...

다인이는 마음이 조급했다. 빨리 루꼬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

"아직 낯설고 무서울 거야... 억지로 안으려고 하지 말고, 좀 기다려줘... 그래야 너를 신뢰하지..."


고양이 카페에 다니며, 카페 주인아저씨께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한 상식을 좀 배운 터였다. 손가락을 내밀어 코터치를 하면 만남이 시작되는 거고... 그리고 한번 나쁜 인상을 심어주면, 고양이는 다 기억하기 때문에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먼저 다가오기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다인이는 멀찌감치에서 츄르를 주면서 코터치를 시도했고, 루꼬도 용기 내어 나와 츄르도 먹고 언니와의 첫 코터치도 성공했다. 그리고 사냥 장난감으로 놀아주기 시작했다. 처음에 루꼬는 언니가 박스로 만들어준 박스집에 숨은 채로 사냥 놀이를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엔, 잠깐 나와서 사냥 놀이를 하다가, 다시 후다닥 트램펄린 밑이나, 상자로 숨어 들어가는 식으로 놀았다.

아직 놀이보다, 자신의 안전 확보가 먼저인 듯 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언니와 친해지면서 활동반경을 혀, 마침내 베란다에서 거실까지 진출해 주었다.

거실 안으로 진출해서는, 소파 밑을 자신의 안전 구역으로 느끼는 듯했다. 나와서 놀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생기면 빛의 속도로 소파 밑으로 달려갔다.

루꼬를 데려오느라, 6세의 하원이 좀 늦어졌다. 민찬이를 하원시키면서, 고양이가 집에 와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민찬이는, 누나 따라 고양이 카페를 다니면서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한번 물린 경험이 있어 무서워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여자라, 이제 민찬이가 오빠야"라고 말해주자, 급 의젓해지면서 귀여운 오빠 미소가 뿜뿜이었다.

민찬이는 집에 와서, 마침 도착한 김 택배 박스를 이용해, 루꼬의 숨숨집을 하나 만들어주었다.


당장에 급한 건 고양이 화장실이었다. 고양이 화장실을 사려다가, 어떤 게 좋을지 몰라서 장바구니에 담아만 놓고 구매를 못하고 있던 터였다. 급한 대로, 민찬이 장난감 정리함에 있는 장난감들을 다 쏟고... 그 안에 모래를 담아주고, 로켓 배송으로 고양이 화장실을 주문했다. 사실 첫날엔 불안한지, 화장실 가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화장실 청소를 하며 감자와 맛동산을 발견하곤, 잘 먹고 잘 싸고 있는 모습에 안도했다.)


아빠도 퇴근 후에 루꼬를 반겨주었다. 루꼬는 아빠에게는 오히려 덜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 남자 어른이라 그런가...' 살짝 질투까지 날 뻔~~~!!

"얘는 개냥이가 확실해!!" 아빠는 첫날부터 루꼬의 애교와 발랄함을 눈치챘다.  


이날 밤 우리 가족은 루꼬를 중심으로 거실 바닥에 엎드려 루꼬를 유혹하기 바빴다. 아이들은 물론 아빠까지 소파 밑에 엎드려 '루꼬야~~~'하는 모습이... 못 보던 그림이라 참 신선하고 웃겼다. 하하핫.


루꼬는 시간이 지나 불안함이 조~~금 해소되었는지, 첫날밤 잘 곳을 소파 밑으로 정하신 듯했다. 우리는 소파 밑으로 푹신한 담요를 놓아주었다. 루꼬는 그날 밤, 소파 밑 담요에서 얌전히 자는 듯했으나...!!


고양이는 야행성이다!


새벽에 방울 소리가 들려서 깨보니, 심심할 때 놀라고 공중에 매달아 놓은 장난감을 사냥해서 자기 구역이라 인식하는 베란다로 가져가 모아놓았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대견했다. 잠자고 있는 아빠를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아빠 배 위에 올라가 자리 잡기도 했다. 내 옆에 와서 부비기도 했다. 구조자 님이 잠잘 때 갑자기 움직이면 문다고 하셔서, 어른들은 괜찮은데, 혹여나 아이들을 물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가만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건들지는 않았다.


이렇게 루꼬와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첫날치고는, 루꼬도 우리 가족도 서로에게 잘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 덧.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입양한 지 딱 2주가 지난날입니다. 첫날의 사진을 보니, 루꼬가 이날 많이 무서워하고 두려워했구나...느껴요. 지금은 온 집안을 후다다닥 후다다다다닥 휘집고 다니며 사냥하고, 소파 위, 트램펄린 위. 의자 위에서 편하게 배 까고 잡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루꼬는 제 무릎 위에서 골골대며 잠을 자고 있습니다 (하핫.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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