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고 하지 않아도 졸졸 쫓아다니고, 내가 자리잡고 앉으면 내 무릎이 원래 자기 자리였다는 듯, 와서 자리를 잡는다. 아주 편안하게...
내 뱃살이 갓난 아기 고양이 시절 젖을 주던 엄마의 향수를 자극하는 걸까...
뱃살을 앙증맞은 두 앞다리로 꾹꾹누르며, 쭙쭙이를 한다. 꾹꾹이+쭙쭙이=꾹쭙이...
아기 고양이가 엄마 젖을 먹을 때 하는 행동이다. 얼마나 엄마가 그리울까...
골골 그르렁그르렁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꾹쭙이를 하는 루꼬를 바라보면서 한없이 쓰다듬어준다.
매일 매일 루꼬의 꾹쭙이는 이 아이와 나의 힐링타임이 되었다.
그. 러. 나.
이 아이의 공격성은 우리집 2일차 밤부터 목격되었다.
전날엔 베란다 문을 열어두고 들락날락을 허락하고 잤는데,
이 녀석 집이 익숙해진 둘째날 밤부터 야생성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사냥 도약 자세를 하고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다가 한순간에 달려들어 물었다!
우리를 꼭 잡아야겠는 사냥감 정도로 보는 눈빛이다.
그렇게 순둥순둥 애교냥이였던 루꼬가 등을 한껏 부풀려 올리고
돌변하는건 진짜 한순간이었다.
얘 아까 그 루꼬 맞아? 지킬 앤 하이드가 따로 없다.
낮에 놀아달라고 앙- 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낮에 요정도 사냥놀이는 즐거워요! 머리카락이 장난감 역할을 하자, 머리카락 내어주는 언니 집사!
왜 갑자기 이러지?
도대체가 이 아이의 마음을 알수가 없다.
잠들기 전에, 평소와 같이 루꼬에게 다가가려던 6세, 11세는 잔뜩 겁을 먹었다.
이대로 두면 아이들이 물려서 루꼬에 대해 안좋은 트라우마가 생길까봐, 잠시 베란다로 격리시켰다.
등을 한껏 높이 치켜들고, 하악질을 하는 모습에 나까지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사냥 본능을 충족시켜줘야 할 것 같아, 루꼬가 있는 베란다로 나가 사냥놀이를 해주었다.
사냥놀이를 하다가도, 내 뒤꿈치를 몇번씩 물곤 했다. 밤 사냥놀이는 놀이 아니고, 진심으로 하는 찐 사냥 같은 느낌이랄까?!
이 아이는 고양이인가, 호랑이인가!
맹수같은 눈빛으로 사냥감에 집중하며 날쌔게 움직인다.
사냥 놀이할 때 보여주는 덤블링 등 신기술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민첩함으로 올림픽엘 나가면 금메달 따것다!
이런 목표 집착력과 눈빛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서울대 가것다!!
한참을 놀아주니, 이제 힘도 좀 빠지고 얌전해 진 것 같아서 다시 열어주었는데, 후다다닥 뛰어다니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 또 어쩔 수 없이 다시 베란다 행... ㅠㅠ
깨발랄하게 사냥 놀이하는 모습은 좋은데, 갑자기 달려들어 무는 건 진짜 무서워 루꼬야...
(초보집사의 궁금증: 찾아보니, 이런 행동이 아기 때 한때라고... 나중엔 이 시기가 그리워질 거라는 이야기들을 보았어요. 저...정말인가요?
밤에 야생성, 공격성 폭발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과 격리시키면 좀 진정되는 느낌이라 베란다로 보내고 있는데... 요 며칠은 문을 닫으면 열어달라고 울어요. 울면 또 마음 약해져서, 순해졌나 싶어서 열어주는데, 얌전한 척 하다가 또 물어서 몇번을 반복해요. 진짜 사람 마음을 얼마나 들었다놨다 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