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루꼬에게 꾹꾹이도 당하고, 밟힘도 당한 남편이, 루꼬와 아침인사를 나누고 출근을 했고,
4학년 언니도 일어나 루꼬 아침밥을 챙겨주고, 학교에 갔다. 6살 오빠도 원에 갔다.
처음으로, 집에 나와 루꼬 둘만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아침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루꼬를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루꼬야~~ 루꼬야~~~ 루꼬야~~~~ "
"..................."
애타게 불러봐도, 미야옹 대답 한 번 없이 적막한 고요함만 흐른다.
루꼬가 숨어 있곤 하던 커튼 아래, 소파 아래, 책장 틈사이 등등... 구석구석 숨을 만한 곳을 죄다 찾아봤는데, 보이질 않는다. 설거지 시작하기 전에, 냉장고 뒤에도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목격했던 터라, 냉장고 밑에 묵은 먼지까지 다 닦으면서 봤는데 도저히 없다. 어딘가에 끼어서,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소리라도 내어주지... 대체 넌 어딜 간 거니!!! ㅜㅜ
입양 24시간도 안 돼서, 아기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는 건가... 이래서 초보는 안 되는 건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와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른 방문들은 다 닫혀있고, 있을 곳이라곤 거실과 베란다, 주방뿐인데 구석구석 다 찾아봐도 없다.
현관문을 여닫을 때도, 혹시나 해서 중문을 이중장치로 닫고 나서 현관문을 열었었다.
어디로 나가 버린 건 분명 아닐 텐데...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던 냉장고 뒤를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냉장고 앞에서 봤을 때는 분명 없는 것 같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장고 옆에 있던 가구를 낑낑대며 옮기고 냉장고 옆에서 냉장고 뒤를 들여다보았다.
!!!!
찾았다! 요녀석... !!
냉장고 뒤에 웅크리고 있던 루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너 왜 거기에 들어가 있어... 나와 루꼬야..."
나와 눈이 마주친 루꼬는 이제야 애옹 거리며 냉장고 뒤에서 나왔다.
십년감수했네...
고양이가 본래 그런 습성이 있나 보다. 어느 공간을 가든, 이 아이는 숨을 곳을 먼저 탐색했다. 민찬이가 처음 루꼬에게 방을 오픈해 줬을 때도, 들어가자마자 숨을 곳부터 찾는 느낌이었다. 여기 숨을 곳이 있을까? 싶었는데- 장난감 수납함 속으로 쏙 들어가던 녀석이다. 책장 틈사이도 귀신같이 찾아 들어갔다. 저기에 어떻게 들어갔지? 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도 잘 들어간다. 고양이 액체설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었네!!
안방만큼은 루꼬에게 출입을 허락하지 않고 꼭꼭 닫아두었었는데, 언젠가 한번 열린 문틈사이로 아무도 모르게 잽싸게 들어와서 침대와 벽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안방에 있을 거란 생각은 못하고 여기저기 숨바꼭질을 했었다. 덕분에 안방 침대 가구틈사이 먼지청소도 싹 했다.
또 한 번은 세탁기가 있는 뒷베란다까지 진출했다. 세탁기 틈사이로 내 손과 눈이 전혀 닿지 않는 세탁기 뒤에까지 들어가 버렸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직렬로 세워져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아무도 꺼내줄 수 없는 공간이다. 뒤에는 수도와 호스가 연결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위험하겠다 싶었다.
루꼬를 유인해서 나오게 한 뒤, 뒷베란다 문을 닫고 급히 다이소에 가서 틈사이를 막을 만한 도구가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았다. 마땅한 게 없었다.
결국, 캠핑용 고기 철판을 2개 사다가 구부려서 세탁기 양쪽 사이 틈을 막아놓았다. 이후로 그곳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걸 좋아하는 동물이라던데... 얘는 계속 숨을 곳만 찾고 있네...
며칠이 지나 알았다.
어느 장소든 낯선 곳에선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을 먼저 탐색한다는 것을...
"루꼬야~~~ " 애타게 찾게 만들며 숨바꼭질하던 그 며칠간은 우리에게 온전히 마음을 연 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더 이상 커튼 뒤, 에어컨 뒤, 냉장고 뒤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공부하는 책상 위, 일하는 컴퓨터 위, 밥 먹는 식탁 위, 선반 위 등을 등반한다.
처음 며칠은 외출 후에 들어와서도 요녀석이 어디 숨어있나 여기저기 찾기 바빴는데, 이젠 먼저 모습을 보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