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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l 13. 2023

5. 초보집사 눈엔 그저 신기한 고양이 특징

 당연한 고양이 상식인데, 처음이라 그저 다 대견하고 신기해서 쓰는 글

첫 고양이를 키우는 경험이,

10년 전, 첫 아이를 키울 때 느낌이랑 비슷한 것 같다.

태어나서 첫울음을 터트려 준 것도,

쌔근쌔근 잠자는 것도,

잘 먹고 잘 싸는 것도,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는 것도,

뒤집기, 앉기, 서기, 걷기 등의 발달을 보여준 것도,

처음 엄마, 아빠를 말해준 것도...

그 모든 것이 초보 엄마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대견했다.


서당개 3년... 아니 서당고양이 3년이라, (딸이 보는 고양이 영상 어깨너머로 봄)

고양이의 특징도 드문드문 들어서는 알고 있었지만,

생애 첫 고양이를 통해 직접 목격하니 요 녀석 정말 신기하고 기특하다.



1. 화장실 뒤처리.

아가 사람도 태어나서 만 2-3년은 있어야 대소변을 가리는데,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아기 때부터 이게 가능하다. 모래 화장실을 스스로 찾아가 앞발로 모래를 쓱쓱 파더니, 그곳에 앉아서 볼일을 보고, 킁킁 배변 냄새를 확인하고, 그 위에 모래를 덮는다. 앞발로 모래를 쓱쓱 파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볼일 볼 때도, 꼬리랑 다리를 살짝 들어 더러운 게 묻지 않게 자세도 참 잘 취한다.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냄새가 나면 천적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게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한다고 한다.


루꼬가 우리 집에 온 첫날, 미리 구매해 둔 고양이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에 민찬이 장난감 수납통을 꺼내서 그 안에 모래를 부어주었었다. 처음엔 깊이가 있는 25cm 정도의 수납통에 모래를 부어주었다. 그런데 몇 시간 지켜보았는데, 도통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아가 덩치에 비해 화장실이 너무 높아서 못 들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낮은 12cm 수납통으로 바꿔줘 봤다.


결론적으로, 높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루꼬를 과소평가했다.

25cm 점프쯤은 껌이었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다. ^^;;

그냥 처음 온 우리 집이 낯설어서, 긴장해서 사람들이 볼 때 화장실을 안 간 것뿐이었다. 밤에 우리 잘 때 잘 싸놓고 잘 덮어놓은 걸 확인하고는, 요 쪼그만 녀석이 무척 기특했다.

 

화장실 청소를 아침과 밤에 2번씩 해주고 있는데, 그때마다 요 녀석 자꾸 화장실 옆으로 와서 참견을 한다. 집사가 청소를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건지, 자기 배변이 집사에게 들키는 게 싫어서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루꼬는 막 청소된 깨끗한 화장실을 좋아한다는 거다. 청소가 끝나면, 어김없이 화장실로 들어가 청소가 잘 되어 있는지 킁킁 냄새를 맡으며 확인하고, 모래를 정돈한다. 그러곤 바로 볼일을 본다.

예전에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본 기억이 난다. 고양이들도 깨끗한 화장실을 좋아해서, 청소한 직후에 볼일을 보는 걸 좋아한다고....! (청소해 준 집사 괜히 뿌듯)


화장실 청소를 하고, 모래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새 모래를 계속 보충을 해주고 있어서, 모래 전체갈이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살짝 고민하고 있었다. 미야옹철, 김명철 수의사님이 유튜브에 올린 <초보집사 10 계명>에선, 3주마다 전체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루꼬가 우리 집에 온 지 정확히 3주가 되던 날 아침,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오잉?! 감자(쉬야)가 달랑 한 개만 나왔다. 이상해서 화장실을 자세히 살펴보니, 오래된 모래가 섞여있어서 그런지, 모래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요 녀석... 화장실이 더러워서 볼일을 안 봤나 싶었다. 결국 쓰던 모래 전체를 버리기로 했다. 새 모래로 전체갈이를 해주니, 화장실을 원활히 이용하는 것 같다. 누가 깔끔쟁이 아니랄까 봐!!



2. 사냥에 진심.

사냥 놀이할 때 눈빛 반짝거리는 게 또 그렇게 신기하다. 공중 돌기, 옆돌기, 한계를 뛰어넘는 벽 타기, 점프 등 신기한 재주를 펼치는데, 아.. 고양이 아크로바틱 대회가 있었더라면. 대상감이다!! 목표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아무리 빨리 휘휘 움직여도 놓치지 않는다. 사냥감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고양이가 저래서 쥐를 잡는구나' 싶게 엄청 빠르다. 신기해서 동영상을 찍으려고 하면, 활동 반경이 워낙 넓고 빨라서 잘 담아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이 녀석, 전략적으로 일보후퇴를 할 줄 안다!

사냥감에 달려들다가, 잘 잡히지 않으면, 집사들 다리 사이에 숨거나 지형지물을 이용해 납작 엎드려 숨어서 조용히 잠복하다가 냅다 달려든다. 저 장난감이 진짜 자신을 보고 도망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렇게 사냥에 성공하면, 사냥감을 입에 물고 승리자의 여유를 보이며 도도한 걸음걸이로 자기 구역으로 가거나, 앞발로 사냥감을 잡고 옆으로 누워서 뒷다리까지 파닥파닥거리며 온몸으로 사냥감을 제압한다! (진짜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사냥놀이를 해줄 때, 잡을락 말락 하게 자꾸 움직여주고, 잡으면 빼서 또 잡게 하고, 잡으면 또 뺏어서 다시 잡게 하는데, 이 녀석에겐 포기란 없다.  

와... 나 같으면 진심 짜증 나서 "아~ 안 해! 안 해!!" 해버릴 것 같은데...!!

재밌다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귀엽다.

사냥감에 눈을 고정하고 움직이니라, 물불 안 가리고 몸을 던져대서 여기저기 박치기 하고 미끄러지기도 한다.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부딪치고 넘어지는데도, 잠시 딴청 피우고 그루밍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사냥을 한다. (루꼬야, 괘..괜찮은 거 맞지?)

루꼬에게 여러번 사냥당해 너덜너덜해진 새 장난감!!(좌) 못보는 사이에 루꼬가 야무지게도 잡아놓은 새(우)
전선을 좋아하는 루꼬, 하도 물어대는 통에 충전줄 하나가 결국 고장나서 실껏 갖고 놀라고 장난감으로 만들어 줬다!



3. 발톱

엄마집사: "어머, 얘 발톱 봐~ 신기하다~~"

아빠집사: "얘네들 원래 그러잖아~ 발 가운데를 쏙 누르면 발톱이 쏙 튀어나와~"

딸 집사: "엄마 몰랐어?"


... 고양이 무식자인 나만 몰랐나 보다.

나는 고양이 발톱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걸 처음 봤다.  필요할 때 발톱을 꺼내 쓰고, 아닐 때는 발톱을 숨길 수 있다니... 발톱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걸 알고 나니, 순둥 모드일 때 발톱 숨긴 부드러운 발로 무릎 위로 오는 게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한 번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루꼬가 무릎 위로 올라온 적이 있었다. 잘 앉아있다가, 땅으로 내려갈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톱으로 내 허벅지를 껏 누르고 착지한 적이 있었다.

발톱 스크래치가 허벅지에 쓰아아악~~~

"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루꼬도 놀라서 반성하는 눈빛이었달까 ;;;; 이 와중에 귀엽고 난리)

그다음부턴 허벅지를 감싸는 긴바지 위주로 입고 있다. ^^;;


다인이도 비슷하게 루꼬 발톱으로 인해, 다리에 스크래치를 입었다.

결국 초보 집사는 이 아이의 발톱을 깎아보기로 결정했다.

다인이가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부터, 고양이 돌보기 전부 다 자기가 할 수 있는데,

딱 2가지만 엄마가 해달라고 부탁한 게 있었다.

하나는 목욕시키기, 또 하나는 발톱깎이였다.

고양이 무식자는 유튜브에서 고양이 발톱 깎는 법을 검색해 몇 개의 동영상으로 공부를 했다.

그러곤 루꼬를 담요로 쌓아 안고, 앞발부터 깎기 시작했다. 진짜 발 가운데를 쏙 누르면 발톱이 쏙 튀어나왔다. 첨에 몇 번은 건들지 말라고 내 손을 물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비교적 순둥 하게 발톱을 내어주고 깎는 걸 허락해 줬다. 너무 짧게 깎으면 신경을 건드린다던데, 어느 한 발톱을 깎을 때 신경을 건드렸는지... 한번 앙칼진 목소리로 냥!! 반응을 했다...

"미안해.... 너무 짧게 잘랐나 봐 ;; "

(다인이 어렸을 때 손톱 뒤에 살을 살짝 같이 잘라서 피 봤던 기억이랑 괜히 오버랩되고... ㅜㅠ)

(으헝... 엄마도 집사가 처음이라 그래... 담부터 안 아프게 잘라줄게)



4. 셀프 몸단장.

다인이가 엄마에게 부탁한 고양이 관리 2가지 중 남은 한 가지는 목욕이다.

"고양이는 1년에 한 번만 목욕하면 된대~~"라고 다인이가 말했다.

"진짜?" 그 말을 믿을 수 없어 검색에 들어갔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고양이 바이 고양이이긴 한데, 진짜로 목욕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스스로 청결 유지가 가능한 동물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혀로 온몸 구석구석을 그루밍해서 자신의 청결을 유지한다고 한다.

심지어 고양이 침에는 '탈.취.효.과'가 있다고 한다.

진짜 신기한 동물일세!!


루꼬를 안아서 가끔 루꼬 냄새를 맡는데, 정말 냄새가 안 난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 녀석 온몸에 혀가 안 닿는 부분이 거의 없다. 진짜 유연하다. 혀가 안 닿는 부분은 오직 얼굴인 것 같다. 그마저도 앞발을 그루밍해서 얼굴에 부비는 식으로 말 그대로 '고양이 세수'를 하면서 청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오직 '귀'뿐인 것 같다. 그래서 귀 소독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사가 해줘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귀를 가려워하는 모습이 보이면, 귀를 닦아주는데, 가만히 귀를 내어주는 걸 보면, 귀 청소해 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목욕을 한 번 시켜줘보고 싶어서, 고양이 목욕시키는 법을 검색해서 몇 개의 영상으로 공부하고 목욕을 시켰었다. 온 가족이 힘을 합해 이 아이를 목욕시켜 준 첫 경험은..... 몇 달 후에 목욕 한번 더 시켜보고

... 기록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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