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과 귀여움이 만났다!!
일생을 막내로만 살아온 우리집 민찬이가, 루꼬로 인해 하루아침에 오빠가 되었다.
아기고양이 루꼬가 우리집에 처음 온 날, 급하게 입양을 결정한 터라, 제대로 된 숨숨집 하나 없었다. 딸은 검정색 박스에 따뜻한 담요를 깔아주었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그날 온 택배 상자를 나름대로 꾸며서 만들어주었다. 태극기도 달아주고, 종이비행기도 접어서 붙여주고 스티커도 붙여주고, 고양이 그림도 그리고, '루꼬 거애요'라고 귀여운 오타 문구도 적어주었다. (물론 달아놓은 비행기와 태극기와 스티커들은 루꼬가 앞발로 다 떼어 가지고 놀다가 버렸다.) 민찬이는 처음에 자기가 만들어준 숨숨집에 루꼬가 들어가지 않자, 루꼬가 다니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숨숨집을 들이댔다. (그러니, 자기 잡으러 온 줄 알고 더 무서워서 못 들어가지!!) 역시나, 루꼬는 피해다니기 바빴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루꼬의 선택은 민찬이가 만들어준 숨숨집이었다.
오빠가 만들어준 숨숨집에서 자고 있는 루꼬를 보고는 어찌나 뿌듯해 하던지...
58개월 아들과 2개월 루꼬는 서로를 좋아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를 무서워한다.
민찬이는 루꼬에게 물릴 때마다, 그 횟수를 세고 있는데, 어제까지 (2023년 7월13일) 총 10회 물렸다고 한다.
"민찬이는 지금까지 열 번 밖에 안 물렸어? 엄마는 하루에 50번도 넘게 물리는 거 같은데..."
그래도 민찬이는 한 번도 상처나게 문적이 없고, 그냥 놀아달라는 수준의 앙- 인것 같다.
(쟤도 사람 봐가면서 무는구나....ㅠㅠ )
루꼬 입장에서도 민찬이는 아마 예측불가의 존재일 것이다. 갑자기 쿵! 여기서 쿵! 의도할 때도 있고, 의도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루꼬가 민찬이 때문에 놀라서 후다다닥 도망가거나 숨는 경우가 꽤 있다.
둘을 보고 있노라면, 어쩔 땐 세상 다정한 친한 친구 같고, 어쩔 땐 긴장감 팽팽한 천적 관계 같기도 하다.
이 사진은, 루꼬가 우리집에 온 첫날. 루꼬와 친해지고 싶은데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오빠 눈빛과,
'저 사람 누군데 나를 졸졸 따라다니지 무섭게..' 숨어서 오빠를 관찰하는 루꼬의 시선 교환을 찍은 사진이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책을 들고 루꼬를 따라다니며 그 앞에서 공부하는 척(?) 하는 오빠... 그런 오빠가 신기한지, 책이 궁금한지 나름 호기심 가지고 쳐다보는 루꼬..!! 그런 둘의 케미가 그저 사랑스럽꼬..!
오빠가 뭐 만들 때마다, 궁금해서 참견하는 루꼬...! 왜냐면... 오빠가 루꼬 장난감을 꽤 자주 잘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나무젓가락에 뭔가를 매달아서 흔들어주기!! 종이를 돌돌말아 테이프를 칭칭 감아 공 만들어주기!
대부분 민찬이가 만들어준 어설픈 장난감들을 루꼬는 꽤 잘 가지고 논다.
그 모습을 보고 또 뿌듯해서 자꾸 뭔가를 만들어주는 58개월 오빠.
모래 놀이를 좋아하는 민찬이는 화장실 청소도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데.... 몇번 시켜줘봤는데... 먼지가 너무 많이 나게 쑤셔대서... 깨끗한 새 모래로 갈아줬을 때만 시켜준다.
(58개월, 한창, 삽질하는 거 좋아할 나이지!!!)
루꼬는 1일 1츄르를 먹고 있는데, 츄르 담당은 원래 누나다. 누나가 츄르 안주고 넘어간 날, 이때가 기회다! 하고 츄르 먹여주는 오빠. 츄르를 너무 좋아해 달려드는 루꼬의 적극성에 잔뜩 긴장한 오빠의 어깨.
더운 여름 날,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루꼬가 배까고 누워 자는 모습을 보고, 그 귀여움을 온몸으로 따라한...
이런 둘을 보고 있으면... 싸우기도 하고, 잘 놀기도 하는 친한 친구같다. 묘생 6개월이면 사람 나이로 14세,묘생 12개월이면 사람 나이로 20살이라고 하는데...
대충 계산해보니 지금 너네 딱 동갑내기구나!!
조금 더 있으면 루꼬가 나이 추월하겠구나...
그래도 한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
오늘도 어제도 민찬이는..
종이를 접어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내동생 루꼬"라고 적는다.